“누구나‘예비 장애인’ … 장애인 편견 해소에 동참해주세요”
“누구나‘예비 장애인’ … 장애인 편견 해소에 동참해주세요”
  • 이성훈
  • 승인 2014.07.28 10:12
  • 호수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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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문 섭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장애인이니까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 생활해야 하고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과 친구와 세상과 분리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박문섭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박 소장은“장애인도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도전을 통해 세상 속에서 섞여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런 취지에 맞게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돕기 위해 출범한 장애인 지원 시설이다.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해 11월 29일 개소했다. 광양중학교 네거리 주변에 있는 자립센터는 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적극적인 사회활동참여를 돕고 있다.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동료상담을 통한 지지체계 구축과 자립생활 교육ㆍ훈련으로 자립생활에 대한 역량강화, 자조모임을 통한 사회참여 확대에 힘쓰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식 개선, 자립생활준비, 사회관계망 구축,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한다. 센터는 현재 자립생활 이념의 교육 및 홍보, 동료상담, 자립생활교육 및 기술훈련(ILST), 정보제공 및 의뢰, 권익옹호 활동, 자조모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박문섭 소장은“장애인들이 겪는 문제해결을 위한 장애인 당사자의 역량강화를 위해 힘쓰며, 장애인이 차별의 대상인 아닌‘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는 공동체가 우리 센터의 목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하다. 박 소장은“아마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10%에 불과할 것”이라며“장애인 대부분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질병 등 각종 사고를 당한 경우다”고 강조했다.

일반인들도 예비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박 소장은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다”면서“일반인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센터는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체장애 4급인 박 소장은 3살 때부터 장애를 앓아왔다. 자신이“사실상 선천적인 장애”라는 박 소장은 40년 이상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수 없이 겪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반장선거 때 박 소장은 당시 후보들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선뜻 반장 임명을 해주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과연 반장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박 소장은 5학년 1학기 때 반장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다. 5학년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된 담임선생님은 그때서야 박 소장에게 반장 역할을 맡겼다. 장애가 없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근무를 하고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실을 얻기까지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센터가 장애인 이용시설이 아니라 지원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몇 군데 돌아다닌 끝에 겨우 사무실을 얻은 박 소장은“우리 사회가 장애인 배려를 많이 한다지만 차별은 여전하다”고 쓰린 속을 달랬다.

박 소장은 휠체어 타는 장애인들이 가끔 차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양해를 부탁했다. 보도는 울퉁불퉁해서 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요즘은 전동 휠체어기를 많이 이용하지만 여전히 수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며“일반인들도 휠체어를 타고 보도를 다니면 아마 10분도 못 버틸 것이다”고 장담했다.

박문섭 소장은“되도록이면 차도 가장자리를 이용할 것을 수없이 교육하지만 잘 안된다”며“휠체어 장애인들이 행여 차도를 이용하더라도 지나치게 나무라지는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늦깎이 사회복지사

박 소장은 사회복지를 비교적 늦게 시작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 7년전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해 현재는 대학원 공부까지 마쳤다.

지체장애인협회 광양시지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자립센터를 개소했다. 박 소장은“센터 준비에 3년 걸렸다”며“여수, 순천은 자립센터가 10년전에 개소한 것에 비하면 광양은 많이 늦은 편이다”고 말해다.

현재 후원자들의 후원 외에는 지자체나 정부 지원은 없는 상태다. 박 소장은 “올해 안에 전남도와 광양시로부터 지원이 될 것”이라며“지원되면 인건비부터 사무실 운영, 장애인 교육 등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박 소장은“남몰래 후원해주는 개미 후원자들이 자립센터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큰 힘”이라며“어려운 생활속에서도 꾸준히 힘을 보태주시는 후원자분들께 가슴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올해는 좋은 일도 생겼다.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최근 안전행정부장관이 추천하고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하는‘기부금대상민간단체’등록이 확정된 것이다.

박 소장은“아직 우리 센터가 정부와 지자체의 미지원 상태에서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운영을 하는 형편”이라며“평소 사회에 기여하기를 원했던 분들은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일에 정기후원도 하고 소득공제도 받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