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지으면 장땡?’시민 재산권과 행복 따윈 안중에 없는 광양시
‘집만 지으면 장땡?’시민 재산권과 행복 따윈 안중에 없는 광양시
  • 김보라
  • 승인 2014.08.25 09:09
  • 호수 5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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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 곳곳이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을 위한 공사로 파헤쳐지고 있다. 30만 자족도시 건설을 위해 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주택단지 개발’이기 때문이다.

입주가 한창인 대광3차(350세대)와 노르웨이숲(400세대)를 비롯해 시청 앞 e편한세상(440세대), 마동 덕진봄(926세대), 컨테이너부두 사거리 진아리채(616세대) 등도 새 주인을 기다리며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에 목성, 와우, 성황 등도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중이다.

시는 주거 환경 기반을 먼저 확립하면 신규 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외지인 유입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서민들은 당장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아파트 값 폭락으로‘재산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우리 시의 주택보급률은 112%를 넘어섰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는 말이다.

‘원룸 등이 주택으로 포함되면서 주택보급률이 급증했다’지만 실제 시장 곳곳에서는 과잉공급에 따른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새 아파트를 사 놓고도 구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목 잡힌 가구들이 부지기수다.

오래된 아파트들은 많게는 2000만원 정도까지 집값이 떨어졌지만 그마저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마저 안되고 있다.

이는 다시 새 아파트 값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2000~3000만원은 기본이요, 잔금 마련을 못해 입주를 미루고 있다가 대출이자에 치이자 2억원이 넘는 34평짜리 새 아파트를 보증금 500만원에 40만원짜리 월세 매물로 내놓기도 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들도 미분양분을 해결하기 위해 할인 분양과 전세 전환 등을 카드로 꺼내면서 기존 입주자와의 마찰도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광양에서 제 값 주고 집 사면 바보, 앞으로 10년 간 광양에서는 집 사면 안 된다’등의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주택 구매란 비단‘실 거주의 목적’뿐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집이란‘재산으로 제 1번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는 미래 가치인‘장기적인 도시 발전’을 앞세워 현재 가치인 시민 재산권을 위협하고 있다.

신규 인구 유입 요건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뤄지는‘난개발’로 현재의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 그게 과연 바람직한 정책일까?

또‘주택 단지 설립만이 인구유입에 효율적인 정책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저마다 도시발전을 위해 개발을 통한 인구유입정책을 꾀하고 있다. 인근의 순천과 여수 역시 마찬가지다. 새집이 여기저기 넘쳐나기 때문에 주거환경만을 갖고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님마저 경쟁에 따른 위기감을 거론한 신대지구를 보자. 단순히 새 집이라서, 대규모 주택단지라서 그 많은 광양 시민들이 비싼 분양가에도 이사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우리 지역은 아이 학원 하나 보내기에도 변변치 않아 대부분의 부모들이 1대1 과외 수업에 의존하고 있다. 또 영화관이나 쇼핑몰 건립이 하세월하는 통에 가까운 순천이나 여수로 이동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신대지구는 외국인 학교라든지 영어 유치원, 영화관, 대형 쇼핑몰 등이 들어서거나 추진중이다.
누가 봐도‘공기도 나쁘고 교육이나 문화적 여건이 나쁜 광양’에서 살 바에야 조금 멀더라도 순천으로 나가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는데 말이다.

시도 이같은 상황을 알기에 LF아웃렛을 유치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타지자체에서 갖춘 것을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연 새 인구 유입을 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쯤 되면 시에서도 현재 시민들의 재산권도 지키고 더 이상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기 위해, 또 외지인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특별한 카드를 제시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광양에서 살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매력적이고 파격적인 차별화한 그 무엇인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