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복 시장, 소탈함 좋지만 공무원들에게 예의를 갖추길…
정현복 시장, 소탈함 좋지만 공무원들에게 예의를 갖추길…
  • 이성훈
  • 승인 2014.10.13 09:12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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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현복 시장이 취임 100일을 넘겼다. 백일(百日)은 우리 민족에게 완벽함을 뜻하는 상징적인 숫자다.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백일잔치를 해준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근대 이전 위생관념이 보편화되지 않아 영아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아기가 출생해 100일이 되도록 건강히 잘 자라는 것을 기념하고, 일가친척에게 인사시키며 아이의 평안을 기원하는 기회로 삼았다. 단군신화에는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100세는 장수의 상징으로 우리나라도 이제 100세 시대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수능, 올림픽, 월드컵, 결혼, 만남, 각종 프로젝트 등 100일이 되었거나 100일을 남긴 날짜에는 반드시 점검을 하는 습관이 있다. 그만큼‘100’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어느 숫자보다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정현복 시장이 8일자로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시장에 당선된 후 조직 내부부터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공무원들의 정 시장에 대한 평가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눈으로 확 달라진 것은 없지만 공직자들도 긴장하고 정 시장이 소통하려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낀다고 한다. 각 부서별로 돌아다니며 업무 보고를 받고 일선 공무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하는 모습 속에 공무원들은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시민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시민과의 대화에서 보여줬던 ‘검토’대신‘가부’를 확실히 밝히면서 시원시원한 대답에 호응을 보였다. 지난달 처음 실시했지만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시장과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해피데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 곳곳을 다니며 시민과 소통하는 정 시장의 부지런함과 소탈함에 시민들은 편안해 한다. 각종 토론회와 심포지엄을 통해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시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 속에서 지역 발전 의지에 대한 진정성도 느끼고 있다. 

이제 100일이 지나서 정 시장의 공약 실행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시장 임기는 4년, 1460일 중 아직 1360여일이 남았다. 이제 100일을 기점으로 시장이 공약했던 부분을 하나둘씩 점검하고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취임 100일에 맞춰 시장에게 쓴 소리 한마디 해야겠다. 시장이 소통과 소탈함을 중시한 나머지 공무원들을 하대(下待)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성웅 전 시장 재임 시절에는 결코 없었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이를 테면“000 과장 이 사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것인가)?”로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 시장은“000야 이거 어떻게 되는 거냐?”며 말을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무원 출신으로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회의석상에서 공무원들에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

취재 온 기자들이나 외부 참석자들에게도 이런 부분은 결코 좋게 보일 리 없다. 기자들은 그동안 정 시장이 공무원들에게 하대하거나 무안을 주는 경우를 목격했다. 취임 초창기 기자들 사이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지난 이상 이 부분은 확실히 짚어줘야겠다.

공무원들과 격의 없이 편하게 회의하는 것도 좋지만 예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 시장이 이제는 공직자들을 후배 공무원으로 대하듯 하면 안 된다. 질책을 하더라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 행여 사적으로라도 하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설화’(舌禍)는 습관적으로 무의식중에 나오는 것이다. 정 시장이 지금처럼 공무원들을 하대하다가는 언젠가 화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지역의 가장 큰 어른인 정현복 시장은 1000여명의 공무원들을 후배보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여기고 이들에게도 시민 대하듯 예의를 갖춰주길 바란다. 광양시 공무원들도 15만 시민 중 한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