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光氣)가 부족하다
광기(光氣)가 부족하다
  • 광양뉴스
  • 승인 2014.11.03 10:04
  • 호수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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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북 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 북 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광양(光陽)은 빛을 나타내는 글자로만 이루어진 지명이다.

지명이 말해 주듯 광양은 우리나라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일조량은 생태계나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식물은 광이나 이산화탄소 등의 자연에너지를 받아들인 다음 화학에너지로 전환시켜서 생장과 열매를 키우는데 활용한다.

빛은 온도에도 영향을 미쳐 일조량이 많은 곳은 동일한 위도나 고도에 있는 곳보다 겨울철이 따뜻하다.

겨울철이 따뜻하면 작물의 시설 재배에 유리하고 농작물의 경작 기간도 길어져 다수확이 가능하다. 광양에서 오이 등의 시설재배가 1960년대부터 발달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광양의 매실도 일조량이 많은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매실은 원래 해남이 유명했다. 주류 회사인 보해양조(주)에서는 1970년대 말쯤 해남군 산이면에 약 50ha의 매실농원을 조성했다.

100여종이 넘는 품종과 14만 그루의 매실나무 꽃이 필 때면 눈이 부실정도로 장관이었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남도의 봄꽃 소식은 해남 보해매실농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광양매화가 겨우내 추위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맨 먼저 남도의 꽃소식을 전해 주고 있다. 일조량이 많고 따뜻한 광양의 매화가 다른 곳 보다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광양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일조량이 많은 광환경의 혜택을 받아왔지만 어디까지나 수동적이었을 뿐이지 능동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이에 비해 광주(光州)는 빛고을이라 자처하며 광산업과 문화산업을 육성하면서 이것을 이미지화 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빛 광자 한글자만 있는 광주에 비해 광양은 두 글자 모두 빛을 나타내며,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지명과 자연환경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이미지와 내용 측면 모두 큰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측면에서는 겨울철 작목의 시설재배 시 난방비를 크게 줄일 수가 있다.

파파이야, 망고, 패션프루츠, 커피나무 등의 아열대 식물을 재배한다면 다른 곳 보다 온도 측면에서 유리하다. 아열대과수는 아직 소비량이 많지 않은 점이 있지만 그 독특성으로 인해 6차 산업화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가 있고, 선도적인 접근에 의해 광양 농업의 선진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가 있다.

광양보다 추운 곳인 강릉에서는 커피나무 재배와 이를 기반으로 커피축제의 개최, 관련 상품판매 등 관광과 상품 판매에 의한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이것은 배워야 할 사례이다.

  광양의 일조량은 6차 산업을 육성하는데도 좋은 조건이 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6차 산업의 기본은 1차 산업인데, 많은 일조량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 준다.

게다가 광양제철 및 유관업체는 2차 산업을 지지해 주고 있다. 백운산, 섬진강 및 광양만이라는 자연환경과 비농업 및 탈농업인구의 증가는 3차 산업을 지지해 주고 있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일조(광)를 기반으로 1차 산업에서 6차 산업까지 쉽게 발전시킬 수가 있는 곳이 광양이다. 광양제철을 중심으로 유관업체가 많은 광양은 광과 관련 된 산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광양은 지명, 많은 일조, 광과 관련된 산업적인 인프라는 큰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 제철소의 용광로 불빛만 꺼지지 않을 뿐 빛을 이용하는 것도, 빛을 특산물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미진하다.

아열대과수의 식재, 태양을 가득 머금은 농산물의 생산과 홍보, 태양광의 집열판 설치와 이를 활용한 식물공장, 광 관련 산업의 유치와 활용 등 빛의 도시라는 이미지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광기(光氣)를 충분하게 살리지 못하고 있다.

더 발전된 광양을 위해서는 시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뿐만 아니라 각각의 주체가 광양의 지명과 많은 일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