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빨리빨리, 행여나 아는 사람 올까‘조마조마’
음식은 빨리빨리, 행여나 아는 사람 올까‘조마조마’
  • 도지은
  • 승인 2014.11.10 13:24
  • 호수 5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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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혼자 밥 먹기 도전…1인 가구 시대의 냉정한 현실

도지은 광양신문 수습기자.
보건사회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이른바‘1인가구’비중이 25%를 넘어섰다고 한다. 1인가구가 새로운 경제ㆍ산업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대형마트에도 식재료를 혼자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나눠 팔고 있고 갈수록 1인용 음식과 가구 등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혼자 밥 먹기’는 우리 사회, 특히 지역에서는 더욱더 힘들다. 더군다나 젊은 여성 혼자서 밥 먹기는 더욱더 쑥스럽고 주변이 따갑기만 하다. 하지만 도전했다. 수습기자라는 당찬 이름표를 가지고 일주일동안 혼자 밥 먹기 도전에 나섰다.

혼자서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조차 먹지 않을 정도로 혼자 먹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과감히 해보기로 했다.‘혼자 밥 먹기 일주일 도전’광양신문 창간 15주년 지면을 통해‘혼자 밥먹기’의 현실과 우리사회의 인식에 대해 지면에 담아본다.   

구석진 식당에서‘눈칫밥’

첫 도전은 자그마한 한식 뷔페다. 광영동 모 주유소 옆에 위치한 이 식당은 주로 근처 직장인이나 운송업을 하는 사람들이 오는 듯 했다.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날 발견한 주인이 다가와“어디에서 왔어요?”라고 물었다.“혼자, 혼자예요~!”라는 말에“아 회사직원인 줄 알았네, 여긴 혼자먹기 좋아요”라며 웃으며 안내해주는데 왠지 쑥스러웠다.

한식뷔페였고 혼자 먹는 사람들도 꽤 눈에 보여서 안심했다. 먹는 중에 내 대각선으로 한 명씩 앉았다. 혼자 먹는 사람들끼리 모인 셈이다. 민망해서 어딜 쳐다봐야할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초점이 없었다. 괜히 허공을 바라보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먹고 있었다. 그렇게 첫 날은 혼자 느긋하게 먹으면서 사람들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다른 사람들은 먹느라 바빠서 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첫 출발은 그런대로…

둘쨋날 들어간 곳은 광양 5일장 내 간판 없는 허름한 국밥집이다. 다른 복잡한 집들과는 다르게 두 테이블이 전부였다. 혼자 들어가니 할머니가 손주 보듯 반겨주시며 메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밥을 주셨다.

“왜 혼자왔어?”라며 묻는 주인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혼자 밥 먹으러 와서 친 할머니를 얻어간 국밥집. 평소 지인들과 먹을 땐 크고 맛있는 곳만 찾았는데 사람 많은 곳이나 맛 집이 아닌 작고 허름한 뒷골목의 식당에서 밥을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 도전…혼자 먹기‘굴욕’ 

다음 날 점심은 피자가 정말 먹고 싶었다. 막상 먹으려고 입구에 도착하니, 망설여진다. 입구 지나치기를 수차례, 큰 맘먹고 들어갔다. 밖에서 본 것과는 달리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가 않았다. 운이 좋게도 평일런치뷔페 행사 중이라 세 가지 종류의 피자와 샐러드바, 음료를 단 돈 9900원에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뷔페를 이용하려고 하자 종업원이 다가와 “뷔페 이용자가 고객님 혼자밖에 없어서 피자가 한 가지 밖에 준비가 안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12시가 넘었는데 나 혼자 이용하다니… 다른 사람들은 3~4명이서 와서 뷔페를 이용하지 않았나보다.

혼자라 더욱더 쓸쓸한 한 끼, 그러고 보니 피자집은 혼자와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대화할 사람도 없고 해서 좋아하는 샐러드바 피자 한 접시만 먹고 냉큼 나왔다. 평소보다 정말 빨리 먹었다. 피자가 입안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모른 채…

비교적 편했던 중국집

다음은 중국집 도전이다. 사람이 비교적 적은 자리를 택했는데 칸막이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없어서 좋았다. 이곳에는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짜장+탕수육이라는 1인을 위한 메뉴가 있었다. 또 모든 것이 셀프였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먹다보니 주변에 혼자 먹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왠지 모르게 동지애가 샘솟았다. 같이 앉아서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이번엔 좀 천천히 먹어보려고 TV도 보고 핸드폰도‘만지작 만지작’이렇게 혼자 있는 내가 낯설어 보인다.

4인용 식탁에 나 홀로

 다음 날 점심시간에는 가장 사람이 많은 중마동 시내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갔다. 넓은 테이블에 앉고 싶어서 4인용으로 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들어오고 눈치가 보여 결국 2인용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혼자 함박스테이크를 시켜 썰어먹는 폼이 스스로 생각해도 웃겼다.

대망의 마지막 체험기는 광양시청 구내식당이었다. 공무원과 근처 직장인들이 와서 먹는 구내식당은 광양신문 직원들도 자주 가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먹기 때문에 넓은 자리와 다양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들. 벽에 걸린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먹었다. 비교적 편안했다.

혼자 밥 먹기 어려운 사회

일주일 동안 혼자 점심을 먹어보니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또 적은 양을 먹게 됐다. 혼자 먹으려니‘오늘은 뭘 먹지?’‘혼자 먹을 만한데 없나?’매끼 고민의 연속이었다. 시내에 위치한 밥집은 사람들이 붐벼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바쁜 점심시간에 나 혼자 한 식탁을 차지하는 것은 민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혼자 밥을 먹다보니 또 생각이 많아졌다. 머릿속으로 오늘 할 일을 계획하고 정리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일상화시키기는 아직까지 어렵다는 것이 이번 도전의 소감이다. 앞으로 1인 고깃집, 1인 노래방 등 1인을 위한 시설이 늘어나 꼭 2인 이상 주문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면 한다.‘혼자’에 대해 좀 더 관대해져 혼자이기에 할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 즐거움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