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화려한 휴가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09.06 09:57
  • 호수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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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인가가 있었던 2편의 영화는 심형래 감독의 “디워”와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이다.

1980년 5월 18일,
그 봄, 일어난 믿지 못할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그날 그곳에서 영문도 이유도 모른 채 목숨을 잃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주는 이는 많지 않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를 위해 총칼을 들어야만 했던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시민이었고 다만 그들이 살던 곳이 광주였을 뿐이다.

지금까지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들은 많았다. 1994년 <꽃잎>은 그날의 아픔으로 인한 후유증을 그린 영화이고, 1999년 <박하사탕>은 5.18이 주인공 인생사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전국민을 정해진 시간에 TV앞에 모이게 한 드라마 <모래시계> 역시 5.18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려한 휴가> 또한 5.18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5.18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5월 18일 0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평범한 시민들이 광주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계엄군에 맞서는 열흘간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다루고 있어 <화려한 휴가>가 갖는 의미는 더하다.

우리가 숨쉬는 자유와 민주, 이런 것들이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5.18이란 과정을 거친 피 땀흘린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던 김지훈 감독은 5.18이란 실화를 바탕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광주를 지켜준, 더 나아가 자유를 지켜준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사람냄새 나는 영화를 완성했다.
5월 18일부터 열흘간 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는 광주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에 귀 기울인 <화려한 휴가>는 27년이 지난 현재, 5.18이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현재 모습을 뒤돌아보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내용들은 <화려한 휴가>의 줄거리와 많은 평론가들이 평가한 내용들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 느끼는 감정들이 설마 저렇게까지 했을라고?, 저 쳐죽일 놈들, 이 울분을 어떻게 하나? 그냥 영화니까, 등등  50대, 40대, 30대, 20대에 따라서 다르고, 출신 지역이 어디인가에 따라 각각 다를 것이다.

5. 18에 대하여 나는 수많은 분노를 느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왜 하필이면 광주에 공수특전단을 투입했던 것일까? 그 당시 전국적으로 수많은 대학가에서 극렬한 데모들을 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시위대들이 참가한 지역은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이었다. 시위대를 진압할 작정이었다면 서울과 부산에 공수부대를 투입했어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간단한 상식일 것이다.
 5월 21일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제창하는 시민과 학생들을 향해 무참히 사격을 가한 계엄군!!. 실제로 계엄군의 총이 발포 될 당시, 광주 도청 앞에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애국가가 계엄군에게는 발포 명령을 암시하는 신호였을 것이라고 추측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포와 관련된 모든 그날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수훈련을 받은 군인이 발포 명령도 없이 시민과 학생들을 향하여 무차별 사격을 가할 수 는 결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계엄군들은 무차별 발포를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발포 명령을 내린 자가 없다니 이 얼마나 분통이 터지고 울분이 끓어오르는 일인가?
또한 주남마을 버스 학살 사건은 어떤가? 광주 시민들을 태운 버스 한대가 논길을 달리고 있다. 버스에 탄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사방을 주시하고 있다.

순간, 반대편에 보이는 군용 트럭. 두려움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 버스 안은 아비규환이 되고 버스를 발견한 군인들은 트럭에서 내려 버스를 향해 사정없이 사격 한다. 이 끔찍한 장면은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이지만, 실체 대표적인 양민학살 사건으로 알려진 주남 마을 미니버스 총격 사건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1980년 5월 23일, 광주 지원동 주남 마을 앞에서 18명의 광주 시민을 태운 소형버스에 무차별 사격을 한 이 사건으로 인해 버스 승객 18명 중 17명이 사망한 참혹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발포 명령자는 없다. 아니 없는게 아니라 이 악마는 아직도 우리와 같이 같은 하늘아래에서 숨 쉬면서 잘 살고 있다. 죄 없는 시민과 학생들을 수천명이나 죽인 악마가 아직도 잘 살고 있는 이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내 부모, 형제, 친구만 죽지 않았다면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가?

다른 나라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 것을 TV에서 보았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많은 분노들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의 군인들에 의해서도 아닌 우리나라 군인들에 의하여 무차별 살생이 저질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서로 생각들이 다를 수 있다니…
공원을 세운다는 바로 그곳에서 내 부모, 형제, 친구들이 무참히 사살 당했다면 그래도 공원을 세울 것인지 묻고 싶다. 그 사람들은 내 사랑하는 부모, 형제, 친구들이 우리나라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 한민족!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국민이 되는 그날이 오길 <화려한 휴가>를 통하여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