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광양항 이전 문제 이슈화 한 달, 어디까지 왔나
미군기지 광양항 이전 문제 이슈화 한 달, 어디까지 왔나
  • 광양신문
  • 승인 2006.10.19 20:52
  • 호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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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백 청장 기자간담회서 ‘수리창’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
백 청장 언급 토대로 연간 미군 물동량 추산하면 10만TEU 민중연대 이어 광양시의회, 시민단체협의회 반대 입장 표명 시간 더 끌면 백 청장 퇴진여부가 주요 이슈로 대두될 듯
주한미군기지 광양항 이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지 한달여가 지나고 있다. 백옥인 청장은 광양항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말하고 광양민중연대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는 광양항이 군사기지화 될 우려가 있다면서 결사반대하고 있다. 본지는 그간의 과정을 정리해두고자 한다.<편집자주>

문제의 발단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광양을 방문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광양항 광역배후수송망 조기확충에 필요한 예산조기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근거로 “주한미군이 왜관 정비창을 광양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장래에는 광양항을 아시아병참기지화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올해 2월~3월에 미 국방부가 직접 광양항에 들러 조사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CBS전남방송이 보도하면서 시민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슈화 과정
이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단체는 광양민중연대이다. 광양민중연대는 지난해 12월 17일 광양항 주한미군병참기지화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12월 19일부터는 경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으며 12월 23일에는 광양항 홍보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경제청까지 가는 차량시위를 벌였다.

광양민중연대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12월 26일 경제청에서 백옥인 청장과 광양민중연대, 광양항 개발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등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백 청장은 시민사회단체에 매우 섭섭한 심정을 거침없이 토로했는데 이는 시민사회단체의 심기를 더욱 거스르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백옥인 청장이 추진하는 주한미군 수리창 이전 검토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됐다.

백 청장은 이날 처음으로 정비창이 아니라 수리창이라고 불렀다. 주한미군이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대상은 경북 왜관의 주한미군기지 전체가 아니라 기지의 일부인 수리창 부대이며 이곳의 근무인력은 1천명 수준으로 이를 유치하면 군수화물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유명항만과 같이 미군이 활용하는 항만이라는 점을 광양항의 안정성과 인지도를 높이는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광양항은 미군이 수리창 이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곳 중의 한 곳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료는 아무것도 없고 백 청장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광양항 유치를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월 3일 광양민중연대는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인 캠프 캐롤과 대구지역 미군기지에 대해 현장 실사를 다녀왔다. 본지도 이날 동행취재를 통해 왜관기지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렸다. 왜관 미군기지 현장을 둘러본 광양민중연대는 1월 6일 2차 성명서를 발표하고 백 청장에게는 미군기지 유치노력 중단을, 시 의회 등 책임 있는 기관들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1월 7일에는 미군기지화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평택시 팽성읍 주민 트랙터 순례단이 광양을 방문, 광양민중연대와 함께 경제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게 미군기지의 위험성과 폭력성을 알렸다.

시민여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계기는 1월 10일 광양시 공무원을 비롯한 관계기관 담당자들로 구성된 왜관기지 현지 실사단이 현장을 둘러본 것이었다. 이들은 눈으로 직접 확인한 왜군기지와 현지주민들의 증언들을 토대로 자기 기관장들에게 실상을 보고했다. 12일에는 이들 기관이 모여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시민 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자 했으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광양민중연대의 문제제기로 협의회 구성은 무산됐다.


13일 광양민중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군기지 이전계획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한편, 박준영 전남지사에게는 백 청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여기에는 주한미군사령부(1월 5일)도 국방부(1월 10일)도 이전계획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는데 백 청장만이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권한을 남용하는 백 청장은 파면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찬반여론의 우위를 가늠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시민여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17일 광양시의회가 내부토론을 통해 주한미군기지 이전방안에 대해 명확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시민행동에 포함된 단체로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던 광양시민단체협의회가 18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고 나아가 백 청장의 독단적인 행정행위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일까지 실행함으로써 시민여론의 향방은 완전히 미군기지를 광양항에 끌어오는 것은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고 말았다.

13일 기자간담회서 밝힌 미군기지 관련 백 청장의 언급
경제청은 지난 13일 기자들을 초청 신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자연히 미군기지 문제가 이슈로 제기됐다. 백 청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한 언급은 그동안의 미군기지 관련 언급에서 한 발 나아간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백 청장의 언급에서 새롭게 확인된 내용은 두 가지였다. 광양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부대의 종류와 주한미군 수리창 유치로 확보되는 물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가능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백 청장은 이날 “미 워싱턴에 사령부를 둔 AMC(왜관 수리창부대의 사령부로 보임)의 아무개 육군소장이 지난해 5월 말 군수참모들과 함께 찾아와 광양항을 소개해달라고 했으며, 이들이 9월에 또 와서 대구에 있는 부대를 하나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이 일이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대상 부대는 왜관의 3개 대대 중 1개이며 이 부대는 특수한 장비를 수리하는 부대”라고 덧붙였다.
백 청장은 또 “미군 1인당 창출되는 컨테이너 물량은 3.5TEU로 보면 된다”고 말하고 “여기에 컨테이너에 담을 수 없는 특수한 장비나 부품을 이른바 오픈 컨테이너로 들어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광양항 물동량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 그의 모든 설명은 미군 수리창을 유치함으로써 광양항을 활성화 할 수 있다는 것에 모아졌다.

어떻게 진행될까
광양민중연대는 오는 25일 여수와 순천, 남해의 민중단체를 아우르는 미군기지 이전 반대 광양만권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광양민중연대는 아예 불행의 싹을 자르는 의미로 백 청장의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기지 이전반대 운동이 백 청장 퇴진운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시민사회의 여론도 점차 반대하는 쪽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에 광양민중연대는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3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백옥인 청장은 여전히 주한미군 수리창을 유치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두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면 결국은 큰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점점 더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두 열차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될 수 있을지 걱정만 커지고 있다.
 
입력 : 2006년 0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