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연락 되길! 아빠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어…”
“제발 연락 되길! 아빠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어…”
  • 이성훈
  • 승인 2015.05.01 15:38
  • 호수 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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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결혼이민자 최효린 씨의 통곡

‘전화만이라도…
지진 발생 후 가족 연락 끊겨…생사 확인 안 돼, 마을 폐허

하루 종일 휴대폰만 쳐다보며 통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신호는 가지만 들려오는 응답은“뚜뚜뚜…”뿐이다.
이렇게 전화기만 바라보며 지낸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도대체 살아 있기나 하는 건지…” 가족 걱정에 물도 제대로 삼킬 수 없었다. 행여나 고향 소식이나 가족들 얼굴이 보일까 뉴스 채널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들의 행방은 감감 무소식이다. 

광영동에 살고 있는 네팔에서 온 최효린 씨. 그녀의 네팔 이름은‘치히링’이며 고향은‘라쏘아’다. 라쏘아는 중국과 접경한 지역인데 이번 네팔 대지진으로 마을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빠와 언니가 사는 마을이 산골짜기여서 구조의 손길은 더욱더 어렵다.

최 씨는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집에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안됐다고 한다. 언니와는 1분 정도 통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껏 연락이 되지 않는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직접 전화 통화를 하지 못한 그녀는 하루하루 마른 침을 삼켜가며 애타게 가족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 수백 번씩 통화 버튼을 누른 것만 해도 일주일이 넘어갔다. 

최효린 씨는“집은 형체도 없이 무너졌고 가족들 생사도 확인이 제대로 안 돼 하루하루 전화기만 바라보며 애를 태우고 있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번 네팔 대지진으로 연락이 두절된 가족은 부모님과 오빠가 살고 있는 가족, 그리고 시집간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동생 등이다. 

그녀는 한국에 온지 올해로 6년째다. 남편과 아이 둘을 두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네팔 지진으로 인해 친정 가족들과 전혀 연락이 안 되고 있어 피 마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 온 이후로 아직 고향을 가보지 못한 그녀는“작년에 아빠가 한국에 와서 만났는데 다른 가족들은 몇 년 동안 얼굴도 못 봐서 얼마나 보고 싶은지 모른다”며 통곡했다.  
최 씨는 올해 말쯤 네팔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으로 그녀의 고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족들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어서 네팔에 가려던 계획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그녀는“목소리만이라도 들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전화 한 통화 안 되는 것이 큰 아픔으로 다가올지 몰랐다”며“날도 춥고 먹을 것도 부족할 텐데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최 씨의 아버지는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아빠 건강이 평소에도 좋지 않아 더욱더 걱정된다”며 애끓는 심정을 전했다. 최 씨에 따르면 광영동에 네팔 결혼 이민자 가정은 3명 있다고 한다. 효린 씨는“다른 두 언니의 가족들은 괜찮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 가족만 지금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가족들 앞에서는 되도록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우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면 아이들과 남편의 마음이 더욱더 아플 것 같아서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아는지 남편이 가끔 산책을 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최 씨는“네팔에서 온 언니들과 함께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더 많이 난다”며“제발 전화를 받거나 연락이 왔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소연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네팔 지역 소식을 듣고 있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가족이나 고향 소식은 들을 수 없다. 효린 씨는 “지진 이후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물조차 잘 삼킬 수 없다”며“현장에 갈수도 없고 이렇게 하염없이 전화만 기다리고 있는 내가 정말 비참하다”고 울먹였다. 

최효린 씨의 소원은 단 한 가지. 가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하루 종일 뉴스 채널을 보면서 네팔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통화버튼을 계속 누르며 연락이 되기만 기다린다.
그녀는“부디 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며“한국 사람들이 네팔 대지진 참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