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간절했던 시인의 꿈, 이뤄서 기뻐”
“어릴 때부터 간절했던 시인의 꿈, 이뤄서 기뻐”
  • 이성훈
  • 승인 2015.09.11 20:34
  • 호수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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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문예지 <문장 21>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 김선규 씨

태양초

붉게 익은 고추가 마당에 누워
작열하는 태양아래 녹초가 된다

축축 늘어져가는 고추가
애처러워 보였는지
반갑지 않은 여름 소나기가
심술을 부린다.

행여나 고추가 빗물에 젖을까봐
부리나케 고추를 걷어들이는
어머니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어머니의 애간장을 태울대로 태우고
몇 날 며칠을 뜨거운 열기
아래 몸부림을 치다가
온몸의 수분과 찐을 다 토해 내고서야
어머니 품안으로 들어와 태양초가 된다.

광양제철소에 근무하는 김선규 씨가 종합문예지 <문장21> 신인문학상‘시’ 부문에 당선,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7월 감사에세이 “춤추는 파랑새”를 출간해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김 씨는 이번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시인 등단까지 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김 씨가 이번에 출품한 시는‘태양초’,‘문’,‘철쭉’,‘님’,‘왕 벚꽃’등 5편으로 농촌과 자연에 관한 시들로 구성됐다.

그는 “소년 시절 꿈 꿨던 문학소년의 길을 비로소 걷게 해준 <문장21> 관계자와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응원과 지원을 아낌없이 해준 ㈜아시안허브 최진희 대표님께 특별히 고마움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월면 망덕에 있는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발견된 가옥을 자주 간다는 김 씨는“갈 때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서시를 되뇌이고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은 시인의 꿈을 꿀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윤동주 시 보관 가옥을 자주 들르면서 항상 시인의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출품한 시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농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과 가족 사랑을 표현했고 시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잘 전달했다”고 평했다.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유년시절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꺼내어 시로 옮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문학발전에 기여한 선배님들의 숭고한 문학정신을 잘 받들어 부끄럽지 않은 문학인의 길을 걷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씨는 이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손자를 잘 키워주신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을 맺었다.

영암이 고향인 김선규 씨는 지난해 에세이‘춤추는 파랑새’를 출간했다. 여수MBC 스포츠 전문 리포터로 활약했으며 현재 광양신문 독자위원과 칼럼을 맡고 있다. 김선규 씨는 에세이 ‘춤추는 파랑새’ 판매금 전액을 지역 아동센터 학습활동에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