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 앞에서
다시 가을 앞에서
  • 광양뉴스
  • 승인 2015.09.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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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복 광양보건대학교 총장/이학박사
노영복 광양보건대학교 총장 이학박사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순리를 거스르지 못하는가 봅니다. 여름의 열기가 물러난 그 자리를 청명한 가을하늘과 청량한 바람이 채워가고 있습니다.

여름 햇볕의 뜨거움은 이제 곡식 알알이에 그리고 주렁주렁 열린 과일 속살에 충실하게 달콤한 맛으로 그 자취를 새겨두었습니다. 그래서 가을은 여름이 건네주는 선물이고, 결실 가득한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떠오르는 추석이 기다려지는 까닭은 이러한 삶의 순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계절의 순리는 따르는 것은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의 한해살이도 1년 사계의 흐름과 아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교육을 사람농사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이 즈음이면 대학도 가을걷이를 앞둔 농심처럼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오릅니다. 다들 흰 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게 될 자신을 미리 그려보면서 이 가을을 맞이할 것이고, 한 해 두 해 공부의 연륜을 착실히 밟아온 학생들이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수능시험이 마지막 관문이듯 의료인 국가고시는 보건대학교 학생들에게는 학창생활의 정점입니다. 졸업을 앞둔 선배들이 국가고시의 보람을 준비하는 동안 후배들은 이번 가을을 시민들의 품을 찾아 봉사활동으로 한 해의 결실을 거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대학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다해 대학의 안녕과 발전을 빌어주셨던 광양 시민들을 위해, 대학이 가장 어렵고 혼란할 때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셨던 시장님과 시의회 의장님 그리고 시의원님들, 지역 대학을 살리자고 목소리 높여 외쳐주신 상공인 여러분들 모두에게 대학은 큰 사랑의 빚을 졌습니다.

그 감사한 뜻을 헤아려, 보답 드리는 심정으로 우리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 가을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꾸며가려 합니다. 대학의 큼직큼직한 행사가 가을바람 속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예비 간호사들의 나이팅게일 선서식, 시민들을 찾아가는 의료봉사 활동, 넓은 서천변에서 시민들과 함께 여는 지역 축제마당, 젊은 기력을 뽐내보는 체육대회까지 풍성하고도 다채로운 행사가 가을 달력을 빼곡하게 채우게 됩니다.

우리 대학은 올해까지 3년을 참으로 힘들게 보냈습니다. 부끄러운 이름표도 달아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대학은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걸음이 좀 더디고, 숨이 길어져 남들보다 조금 뒤처졌을지언정 가야할 걸음을 단 한 걸음도 멈춘 일이 없습니다.

늙은 총장이 지치면 사랑하는 어린 학생들이 달려와 손을 내밀어 주었고, 교수들이 낙심할 때면 지역의 시민들이 어깨를 감싸 안아 토닥여 주셨습니다.

함께 가자고, 함께 걷자고 애써 발걸음을 맞춰주신 광양시민 여러분들이 계셨으므로 우리 대학은 건강하게 다시 일어서고, 힘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가을의 풍요를 여전히 누리고 있습니다.

대학은 지역의 활력소입니다. 문화의 흥을 돋우고, 지역의 경제 핏줄에 생명이 돌게 하는 기력의 원천입니다. 이 가을이 지나면 우리대학은 더욱 알찬 결실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기대하셔도 좋을 모습으로 광양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다시 가을 앞에 서서 우리는 모두 풍요를 꿈꾸어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