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경로당 <2> “결혼식 때 단장해보고 처음하는 화장에 눈물이 나~”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 <2> “결혼식 때 단장해보고 처음하는 화장에 눈물이 나~”
  • 김보라
  • 승인 2016.04.22 19:57
  • 호수 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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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마동 1통 경로당

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 이날은 중마 1통 경로당에서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 두 번째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날이다.

사진 한 장 찍고 맛있게 밥 한끼 나눠먹는 소소한 이벤트지만 25명의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하는 꽃단장에 이미 소녀시절로 되돌아 간 듯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새하얀 셔츠에 검정바지를 맞춰 입은 할머니들은 헤어와 메이크업 차례를 기다리며 빙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진 찍으려 옷을 맞추셨냐는 질문에 한 할머니는“이거 우리 요가복인디 요로코 다 같이 입고 있응께 이쁘제?”라고 답하셨다. 짧은 시간에 할머니들 한명한명 예쁘게 꽃단장해야 하기 때문에 메이크업하시는 분들은‘화운데이션파, 눈화장파, 입술화장파’로 분업화했다.

“할머니, 눈 옆에 왜이래, 다치셨어? 내가 화장으로 예쁘게 가려줄게” 이 한마디에 최연장자인 황영업(87)할머니는 금새 눈시울을 붉히셨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자로서의 행복감에 감정이 복받쳐 오르신 것 같았다.

“핑크색 립스틱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피부가 고와서 아무 색이나 잘 받겠지만~” 립스틱을 바르던 할머니의 입꼬리가 광대 끝까지 올라갔다. 동서고금, 나이를 막론하고‘예쁘다’는 말은 여자에게는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헤어 봉사에 나선 정연수 원장에게는 이날의 행사가 더욱 뜻 깊다. 사진 속 주인공 중 1명인 이순엽(83)할머니가 시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평일 피크시간인데 다들 미용실 문닫고 나와서 봉사활동에 동참해주고 있다”면서 “어머님 친구분들이시라 더욱 신경써서 잘 해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같이 옷을 입고 있으니 합창단 같네요. 노래한자락 불러주세요”라는 서영준 중마동장의 농담과 함께 시작된 사진 촬영,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할머니들은 비스듬하게 서는 70년대 최고 유행 사진 대열을 선보였다.

사진 촬영을 마치자 대지건설 정현명 대표가 기부한 30만원으로 마련된 음식으로 점심 잔치가 벌어졌다. 이돈성 동광양농협 광영지점장도 바나나 한 상자를 선물로 전달했다.
 

김용래 할머니

김용래(70)할머니는 “결혼식때 연지곤지 찍어보고, 누가 머리하고 화장해주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경로당에서 이런 것도 해주고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 참여하신 분들
강두남(76), 김경자(74), 김순난(79), 김순임(70), 김순자(75), 김용래(70), 박귀남(84), 박복기(68), 박순덕(70), 박용순(74), 박화순(73), 성일지(73), 오덕업(70), 윤옥자(73), 이계순(78), 이순엽(83), 이순자(78), 정경애(84), 정금례(78), 정윤예(70), 정춘자(70), 함계림(78), 황영업(87), 황영자(78), 황인엽(78)

* 도움주신 분들
대한미용사회 광양시지부 마중물봉사단(정연수 미용실, 머리가 좋은 사람들, T는 헤어)
LG오휘 새광양지사 이은경, 최미순, 김현영, 이현숙
한국사진작가 광양시지부 소재민 작가
(주)대지건설 정현명 대표, 이돈성 동광양농협 광영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