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체류 근로•남성 외국인, 한국어 배울 곳 없어
관내 체류 근로•남성 외국인, 한국어 배울 곳 없어
  • 김보라
  • 승인 2016.07.08 21:32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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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가정다문화가족통합센터, 평일 강좌만 운영

업무로 인해 광양에 체류 중인 뉴칼레도니아에서 온 한 외국인은 최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인을 통해‘한국어 선생님을 구한다’는 내용의 구인광고를 냈다.

불어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말에‘언어 품앗이’를 원하는 지원자는 몇 명 있었지만 체계적인 한국어를 배울만한 곳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이 외국인의 지인은 전했다.

관내 근로자를 비롯한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 내‘한국어’를 배울만한 곳이 없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광양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통합센터에서 외국인들의 한국어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비교적 수요가 많은 결혼이민여성들만 고려해 강좌를 편성,‘남성 외국인 근로자’는 교육의 기회마저 갖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급하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외국인들은 급한 대로 무자격자에게 ‘한국어 회화’만을 과외받기도 하지만 체계적이지 못해 장기간 교육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생산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시간과 물질의 장벽에 가로막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광양시에 따르면 6월말 외국인등록 기준 광양 지역 내 외국인 거주자는 1529명이며 이중 외국인 근로자는 380여명이다. 다문화가정으로 분류된 외국인은 총876명으로 이중 840여명이 여성이다. 여기에 관광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있어 한국어교육을 원하는 수요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광양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통합센터는 여성가족부와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한국어 교육 사업을 위탁 운영중이다.

두 사업은 교육 대상자가 조금 다르다. 여성가족부는 결혼이민자나 중도 입국 자녀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장기 체류 및 거주 외국인의 사회 통합을 위한 사업을 위탁했다.

성별이나 국적, 나이에 관계없이 교육 대상에 포함되는 외국인이라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지만 현재 건강가정다문화가족통합센터에 개설된 한국어강좌를 살펴보면 모두 다문화가정 여성을 위한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건강가정다문화가족통합센터는 한국어교원자격증 보유자 6명을 채용, 광양읍에서 2강좌, 중마동에서 4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3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반을 개설할 수 있는데, 보통 5~15명으로 한반이 구성된다.

문제는 모든 강좌가 평일 오전, 오후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광양읍에서는 수·금 오후, 월·수 오전반, 중마동에서는 월·수 오전·오후반, 화·목 오후반(중급), 화·목 오후반(심화)이 편성되어 있다. 따라서 평일에는 주로 회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강좌를 수강하기가 매우 힘들다. 위에 소개한 외국인의 지인도 통합센터에 한국어 교육을 문의했다 ‘다문화가정 여성’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에 크게 실망하고 돌아섰다고 전했다.

건강가정다문화가족통합센터 관계자는“연초 사업계획서 마련할 때 수요·욕구 조사를 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어 올해는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다”면서 “만약 수요가 있다면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지만 교육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업주들의 지원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국인 근로자는“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체나 상공회의소 등이 나서 주말이나 야간에 남성 외국인 근로자들도 편하게 수강할 수 있는 양질의 한국어 강좌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