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커피를 로스팅 하거나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원두가 가지고 있는 가스는 중요한 추출 변수로 작용한다. 로스팅 중에 커피콩에는 많은 화학적 변화들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화 중 하나가 커피콩 내 세포 속에서 이산화탄소가 형성되는 것이다.

원두는 그 안에 작은 빈 공간들을 수없이 많이 갖는 다공질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이 빈 공간 안에 화학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스가 함유되면서 세포벽 사이사이를 가득 채워준다. 이렇게 생성된 이산화탄소의 물리적인 성질은 무색의 기체이지만, 물에 녹으면 일부는 산성을 나타내는 탄산으로 변화되어 약간의 신맛이 난다.

갓 로스팅 한 원두는 가장 신선한 상태이지만, 원두 내부 다공질 조직에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가스들이 많이 차있는 상태이다. 그 상태에서 바로 추출이 진행된다면 여러 가지 가스들에 의해 추출 수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커피의 향미를 이루는 성분들이 제대로 녹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작용에 의해 커피가 부드럽지 않고 자극적인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두는 어느 정도 이산화탄소가 감소한 후에 사용해야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스가 빠지고 커피콩의 세포조직 사이로 산소가 자유롭게 들어가게 되면서 커피의 숙성이 시작된다.

커피가 맛있어지는 숙성 기간은 로스팅 단계, 원두 상태의 수분함량 정도, 원두 보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일 정도 지나면 이산화탄소는 완전히 빠져나가게 되며 이 시점부터 원두의 가장 아름다운 커피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한 아이가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커피를 늙게 하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산소이다. 커피의 맛이 변질되고 향이 소멸하는 것은 산패의 진행과정으로, 로스팅 된 커피의 휘발성 물질이 탄산가스와 함께 증발되는 단계이다.

공기 중의 산소와 커피가 결합하여 유기물이 산화되면서 유리지방산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항산화 물질이 감소하면서 산소와 결합된 커피 내부 성분이 변질되어간다.

두 번째로는, 습도이다. 커피를 로스팅 하면 원두 내의 조직은 부피가 늘면서 다공질화된다. 마치 스펀지처럼 주위의 습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나쁜 냄새까지도 흡수하므로 습기가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온도로, 원두에 열이 가해질수록 산소의 결합을 가속화시킨다. 따라서 보관 온도가 높을수록 속도가 촉진되므로 커피는 낮은 온도로 보관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냉장고 안에 보관할 경우 냉장고의 습도를 원두가 흡수하므로 산패가 빨리 진행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네 번째로는, 로스팅정도이다. 강배전의 원두일수록 원두 내에 수분이 적고 조직이 더 다공질화 되기에 산패가 빨리 진행된다. 또한 오일이 급격히 배출되면서 세포벽이 파괴되어 산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다섯 번째로는 분쇄도로 원두의 분쇄 입자가 작을수록 공기와의 접촉이 많으므로 산화가 촉진된다고 할 수 있다. 분쇄된 원두는 홀빈 상태의 원두보다 산패가 5배 이상 빨리 진행된다.

그렇다면, 신선한 원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주의해야할까?

원두의 유통기한은 보통 1년으로 잡고 있지만, 맛있는 커피를 위한 유통기한은 커피의 향이 잘 표현될 수 있는 기한까지라고 본다.

한마디로 원두는 신선 식품군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온도가 높거나 습도가 높은 조건을 피하고 서늘한 공간에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 시킨 상태에서 보관한 원두가 가장 적합하며, 갓 로스팅 된 원두를 소량씩 구입하는 것이 좋다. 로스팅 된 원두는 로스팅 된 시점부터 공기와 접촉되면서 산패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홀빈 상태의 원두를 구입한 후 바로 마실 만큼만 갈아서 마시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아로마 밸브가 있는 원두 봉투를 선택해보자. 원두팩에 부착되어 있는 조그맣고 동그란 아로마 밸브는 내부 공기는 밖으로 유출되지만 외부 공기는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므로 로스팅 된 원두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와 휘발성분을 배출시켜 산패되는 속도를 늦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