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광양시민들
‘지진 공포’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광양시민들
  • 김보라
  • 승인 2016.09.23 20:33
  • 호수 6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 소리나 울림에도‘깜짝’… 재난가방 싸기, 화재보험 문의 폭증 등

경주와 울산 등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여진이 계속되면서 전국민들이 지진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광양 시민들 역시 흔들림을 경험한 후‘트라우마’에 신음하고 있다. 큰 소리나 울림에도 깜짝 놀라 긴장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재난가방을 싸놓고 화재보험에 서둘러 가입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도‘지진’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시에 따르면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시청에 설치된 지진가속도 계측기에도 진도 2.5정도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이날 시에 걸려온 문의전화만 20여통, 그 중 4건 정도는 지진피해 신고였다. 시 안전총괄과 자연재난팀이 추후 방문한 결과 다행히도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아닌, 오인 신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시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지역민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주방전등이나 가구 등이 흔들렸다, 창문과 주방식기가 덜그덕 거렸다’는 등의 증언글들이 이어졌다. 이후 19일 오전 울산에 규모 4.5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흔들림을 겪었다는 글들이 수차례 게시됐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커뮤니티에는 ‘큰 소리가 났는데 지진이 아닌지’를 문의하고 지진을 염려하며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공유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마동에 사는 최숙주씨(35 여)는“광양도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닌 것 같은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지진 상황을 마주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면서 “불안감에 하루에도 수십 번 지진 관련 정보를 검색하느라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월 본보가 보도한 대로(7월 8일자 671호 지진 관련 데이터 하나 없는‘광양시’제하의 기사 참고) 대피소마저 내진설계가 부실한데다 지진에 대한 제대로 된 대비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만 있다.

이에 시민들은 물컵에 물을 채워두고 매일 흔들림을 확인하거나 재난 가방을 싸 현관에 놔두는 한편 거주, 활동 지역 인근 대피 공간을 물색하는 등 자체적으로 지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진 시 최고 1억원까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화재보험 가입 문의도 급증했다. 이내 보험사들이 지진 특약 판매를 중단했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비난 여론에 재개했다는 소식에 다시금 화재보험 가입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광양시 안전총괄과 자연재난팀 백창용 주무관은 “지진 관련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재난 안전 문자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옥룡 민방위 실전 훈련센터에 있는 지진체험장을 더욱 확대 운영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지진이 의심될 경우 시청 상황실(797-4949)이나 읍면동사무소에 신고하시면 즉각 비상체제로 돌입,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양시는 관내 학교와 마을회관, 교회 등 70여곳을 대피, 수용시설로 지정하고 실제 지진이 났을 경우 이곳으로의 대피를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