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사제가 옳다
노동 이사제가 옳다
  • 광양뉴스
  • 승인 2016.09.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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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중앙법률원 전남지역상담소 소장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목숨이 담보되어 대한민국의 산업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보수·진보정부 모두에게 있어 이 땅에서 노동자로 인정을 받고 산다는 것은 아직도 사치다. 중앙과 지방의 노정관계, 100여년의 노사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의 비호 속에 성장을 거듭한 다수의 대기업은 사업가가 아닌 장사치에 다를 바 없다. 때문에 온갖 불법의 온상은 대기업이고 피해는 온전히 죄 없는 노동자의 몫이다. 지금의 노정, 노사관계의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7, 8년 전 중앙정부 노사정관계자들과 프랑스와 독일을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다.

기업관계자와 노조관계자 공무원들과 여러 차례 세미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노동조합도 경영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도 금기사항인 노동조합의 경영참여가 독일은 65년 전에 프랑스는 1983년 공공부문에서 2013년 민간부문까지 의무화 했고 그 외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노동자와 경영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노사 간 불신이 아닌 소통과 신뢰가 뿌리내릴 수 있는 경영권 참여가 가능할까 생각하며 내심 부러웠다. 방문하기 전에는 독일은 단일노조이고 독일보다 조금 더 노사관계가 시끄러운 프랑스는 5개 이상의 노조가 존재한다는 얄팍한 지식밖에 없었다. 물론 우리보다 훨씬 빠른 18세기 산업혁명시대부터 노동운동이 시작되었으니 숱한 투쟁의 산물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공무원, 교수, 정치인들이 이들 선진국사례를 연구한다면서 다녀왔지만 자료 모두가 책상서랍에 서 썩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때마침 “노동존중 서울특별시 2016”이란 플랜으로 박원순 시장이 생활임금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단축, 자치구별 노동정책네트워크구축과 함께 공기업부터 노동 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OECD 34개 가입국 중 근로자 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18개국에 달한다. 물론 근로자이사제가 노사관계에 있어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신과 갈등 대립의 관계를 넘어 노동자와 경영자가 공동운명체가 되어 경영혁신의 주체로써 함께 노력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갈등으로 인한 손실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 이사제는 노사가 경영의 성과와 책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경영구조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무 또한 무겁게 받아들이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노사 간 가장 큰 불신의 요인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투명하지 않은 경영환경에 따른 재무구조를 불신하는데서 기인한다.

매년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노동자들에게는 자린고비를 주문하면서 롯데, 대우조선 사례 등에서 보듯이 회사가 망하든 순익을 내든 욕심이 모가지까지 차고 배가 터질 것 같은 경영자들은 권력의 비호에 망하기는커녕 책임마저 회피하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반면 시킨 대로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언제나 거리로 쫓겨나 방황하는 신세다.

노조대표자가 되고나서 얄팍한 회사경영상황을 접하게 되면 오히려 현장노동자들을 어떻게 이해를 시킬까를 고민한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조대표자나 노동자들은 경영자나 권력자들보다 백배 천배 순진하다. 모름지기 상호불신의 싹은 대화단절에서 시작된다.

반대로 신뢰의 기반은 활발한 대화가 전재조건이다. 부부간, 부자간, 사회구성원간의 소외와 대화단절은 파국이다. 대통령의 인사전횡과 국회무시도 불통이 가장 큰 원인이다.

노사정 대타협의 약속을 정부가 먼저 어기고는 수년간 지원해오던 쥐꼬리 만한 예산을 끓어버린 처사도 노동자를 무시하고 대화를 않겠다는 오기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현장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을 경영에 참여시킨다면 노사관계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치성향이 중도우파인 독일메르켈 총리는“공동결정제는 독일의 위대한 업적이며 독일경제의 입지적 우위”라고 말했고, 지멘스 최고경영자 피터로셔 또한“공동결정제도는 독일에게 있어 경쟁적 우위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이제 노동 이사제는 노사상생협력을 위한 시대의 요구다. 노동자에게는 주인의식에 입각한 경영주체로서 책임의식을 배가하는 효과로, 글로벌경쟁사회에서 사업주는 장사꾼이 아닌 경영자로서의 입지와 신뢰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