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권•중마권‘따로 따로’한 도시 두 동네, 이대로는 안된다
읍권•중마권‘따로 따로’한 도시 두 동네, 이대로는 안된다
  • 이성훈
  • 승인 2016.12.16 21:20
  • 호수 6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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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권 제각각 … 중복 예산 투자 낭비, 도시 기능 제 구실 못해
지난 15일 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2030 글로벌 광양종합발전계획 용역 중간보고회

분산된 도시…경쟁력 스스로 떨어뜨려

지난 95년 도농통합도시로 광양군과 동광양시가‘광양시’로 통합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정작 통합 효과는 거의 누리지 못하고 생활·경제권이 각기 다른 바람에 도시 경쟁력이 제대로 힘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되어 왔으나 지역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광양시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읍권과 중마권의 생활권 분리 등으로 도시 역량이 분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시는 2030 글로벌 광양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할 계획인데 이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지역 곳곳에 건설 위주의 도시정책을 남발할 경우 도시 경쟁력은커녕, 중복 예산에 따른 행정 비효율만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20년, 광양시는 정말 통합됐나

95년 통합 광양시를 출범한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광양시의 생활·경제권은 크게 세 권역으로 나눠져 있다. 광양읍권과 중마권, 그리고 동부권이다. 읍권은 순천과 같은 생활권이고 중마권은 중마·골약·광영·금호동이, 다압, 진월 등 동부권은 하동과 경제권이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읍권과 중마권의 활동 범위를 살펴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광양읍에서 쇼핑을 하러 중마동으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순천보다 거리도 멀뿐더러 굳이 중마동을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순천에서 중마동보다 훨씬 나은 문화·경제·의료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아웃렛 건립, 읍권 지역 대형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제는 순천에 의지 하지 말고 경제적인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읍권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바로 옆 순천 연향동에서 사면 되지 중마동에서 쇼핑할 일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마권도 마찬가지다. 아웃렛이 개장하면 후에 판단할 일이지만 굳이 읍에 가서 소비생활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극장도 없을뿐더러 중마동보다 좋은 조건의 편의시설은 없기 때문이다.

읍에 갈 바에 차라리 순천으로 가서 소비활동을 한다는 얘기다. 한 중마동민은 “광양불고기 먹을 때와 특별한 약속 외에는 읍에 갈 이유가 없다”면서“주로 중마동과 순천을 오가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렇게 생활·경제권이 각각 다르다보니 읍권과 중마권은 이름만‘광양시’지 사실상 분리돼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권 다르니 시설도 중복 투자

이처럼 생활권이 다르다보니 지역별로 시설도 중복투자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과 체육시설에 중복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수영장은 중마권은 커뮤니티센터와 청소년문화센터 수영장이, 읍권은 국제 규모의 광양수영장이 있다. 인구 15만 도시에 수영장이 세 개나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인데 시는 중마권에 성황다목적 복합체육관을 지으면서 또 수영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은 광양읍에 있는데 중마권 장애인들의 이용이 불편하고 수요도 많아 중마권에 하나 더 건립할 예정이다. 실내체육관 역시 광양읍에 있고 이번 다목적복합체육관으로 조성 중이다. 여기에 중마노인복지관과 광양읍에 있는 노인복지관이 따로 운영하고 있다. 따로 생활하다보니 결국 여론에 밀려 권역별로 복지시설과 체육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일 광양의 어느 한 곳에 중심지가 있다면 그곳을 중심으로 대규모 체육시설과 복지시설을 건립해 중복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활권이 나뉘면 주민들의 이해관계도 나뉘기 마련이다. 다른 지역의 예산 현황, 시설 건립 등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왜 우리 지역은 안 해주느냐?”는 여론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 관계자는“권역별로 나뉘어 생활하다보니 주민들의 여론에 밀려 여러 시설들을 중복으로 건립할 수 밖에 없다”며“이는 행정 효율성은 물론, 시설 관리와 예산 중복 투자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나오는 의견 상당수가 다른 지역과의 비교다. 이는 결국 해당 지역 시의원, 도의원의 능력과도 이어진다.

한 시의원은“분명히 우리 지역에 들어서면 효율성이 없는데 주민들의 요구에 어쩔수 없이 예산을 신청할 때가 많다”며“안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표가 무서워 집행부에 예산 요청을 무리하게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과 원주민의 관계 역시 광양에 전입한 사람들은 원주민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피해의식은 특히 공무원들이 많은데 인사철만 되면“다른 지역 출신이어서 밀렸다”는 원망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중마동으로 이사온 한 시민은 “광양에 이사했으면 다들 광양시민인데 광양사람들은 항상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광양사람으로 안보는 선입견이 상당히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두 개로 나뉜 도시 … 정 시장, 결집할 수 있는 지혜 발휘해야

광양시가 결국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금처럼 여러 지역에 각종 시설 건립을 남발할 경우 도시 경쟁력은 물론, 예산 중복 투자로 결국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는 2030년 인구 27만을 목표로 도시 기본계획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업단지, 도시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가능하다. 이들 사업이 제대로 되려면 무엇보다 지금처럼 두 개로 나뉜 도시를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지난 15일 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2030 글로벌 광양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 보고에서 정현복 시장은“읍권과 동광양을 분리하는 정책은 지향하고 이를 한데 모아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시장은“도시를 한데 모으기 위한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국정 과제에 이런 노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백화점식 건립 보다는 광양시의 비전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면서“큰 틀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