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남발, 관광 정책 한계 드러내는 광양시
‘랜드마크’남발, 관광 정책 한계 드러내는 광양시
  • 이성훈
  • 승인 2017.03.10 21:20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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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편집국장

랜드마크(landmark)란 도시 이미지를 대표하는 특이한 시설이나 건물, 또는 자연 지형을 말한다. 도시를 상징하는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추상적인 공간 등도 포함하는데 서울의 랜드마크는 서울타워,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 천안문, 프랑스 에펠 탑, 미국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힐 것이다. 가까운 여수는 오동도, 순천은 순천만 습지와 국가정원 등이 상징물이다. 

그렇다면 광양은? 광양제철소, 섬진강, 백운산 등 여러 후보가 있지만 딱히 랜드마크로 지정할만한 시설이나 관광지는 없다. 광양제철소가 그동안 광양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상징되어왔지만 관광 측면에서 살펴보면 앞으로 광양제철소를 랜드마크로 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광양시가 최근 도립미술관을 지역 랜드마크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도립미술관 주변 특화공원을 조성해 도립미술관을 광양의 랜드마크로 만들 조형물 설치 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인데 문제는 광양시가‘랜드마크’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거대한 목표만 앞세우고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랜드마크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관광으로 재미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광양시 관광 정책의 한계와 현주소가 바로 랜드마크 단어 남발에 있다.

광양시가 그동안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시설물 등을 살펴보자. 이순신대교가 완공 되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관광 단지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장할 것이라는 부푼 꿈을 꿨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이순신대교는 대부분 여수에 속해있어 관광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해도 여수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물류비는 대폭 감소되었을지 모르지만 이순신대교 건립으로 여수를 드나드는 대형 차량과 위험물을 가득 실은 화물차로 인해 대형 사고의 불안을 안고 있다. 환경단체 측은 이순신대교를 드나드는 대형차량으로 인한 환경오염물질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순신대교가 건립되면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실은 예상 밖이었다. 요즘 세상에 다리 하나를 보려고 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이순신대교를 활용한 관광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시는 또 구봉산전망대가 건립되면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봉산전망대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에는 여전히 빈약하다. 광양시도 전망대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가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시청 사거리 48층 쌍둥이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립되면 스카이라인을 조성해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건립된 후 지역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호남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는 48층 주상복합 아파트 주변은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산하기만 하다. 지금도 밤에 아파트를 쳐다보면 불 꺼진 방이 눈에 확연할 정도로 주상복합 아파트는 랜드마크는커녕 별다른 재미를 못보고 있다.  

이번에는 도립미술관이다. 도립미술관 주변에 문화타운을 조성해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은 좋은데 ‘랜드마크’라는 단어를 남발하지 말자는 것이다. 관광 정책에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 랜드마크라는 허울 좋은 단어를 각종 시설물에 불이는 것 아닌가. 어떤 시설을 중심으로 랜드마크를 조성할지 명확히 목표를 세워야 한다. 빈약한 관광 인프라의 현실에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없다. 선택과 집중으로 어떤 시설물을 랜드마크로 조성할지 목표를 명확히 세우라는 것이다. 랜드마크를 읍권, 중마권 등 곳곳에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육성·홍보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광양에는 도립미술관 외에도 또 다른 시설물들이 들어설 것이다. 들어서는 시설물들마다 행여 랜드마크라는 거창한 단어를 내세우려고 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정현복 시장은 실사구시 관광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민들 귀에 좋은 소리만 들어가는 관광 정책 보다는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부터 추진하길 바란다. 랜드마크 조성은 목표를 하나만 두고 신중하게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