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순응(順應)하자
자연에 순응(順應)하자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22 09:47
  • 호수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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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가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정부와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관변 과학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로부터 광우병(狂牛病)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주장합니다. 쇠고기 협상은 철저히 과학적 자료의 토대위에 이루어졌으며 협의를 한 당사자들은 과학적 근거와 타당성위에서 행하였기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필자는 이들이 주장하는 과학적 근거에 대해 정말 ‘참’이라고 인정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일단 접어두고자 합니다. 필자는 한의사로서 한의학이 과학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지금까지도 논쟁의 중심에 속해 있으며, 논쟁의 와중에 사람의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과학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과학이 여러 질병을 극복하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톡톡한 일익을 담당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문제거리를 양산해 낸 과오도 분명 있습니다. 특히 인체에 대한 해석이나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가설과 실험단계에서 무수히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가설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판별은 극히 제한된 조건과 범위 내에서만 가능할 뿐으로 아직은 과학만이 ‘건강’을 담보해 나갈 유일한 길이 아님은 분명해 보입니다.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실체는 이것이 동물성 사료를 먹어 발생한 것이라는 역학적 연구에서 얻어진 사실과, 뇌나 척수 등에 있는 프리온 단백질이 원인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에게도 전염된다는 극히 제한된 일부 사실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훗날 광우병이 실제로 발병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하더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될 수 있는 일이 아닌 이상 수입이 금지되어야 함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지금의 과학으로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될 수 일이 아님은 분명한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불확실한 과학인 통계, 확률로서 미지의 곳으로 내보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광우병은 자연에 순응하지 않아 생긴 병입니다.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은 분명 자연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한의학에서는 자연에 순응함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고 있으며 건강을 지키는 가장 분명한 양생법임을 믿고 있습니다. 비단 광우병 뿐 만 아니라 자연을 거스르면 반드시 해가 된다는 사실은 오랜 경험과 관찰에서 귀납된 것입니다. 이상기후,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엘니뇨현상 등의 지구의 병들도 자연을 파괴하고 거스르면서 얻어진 것들입니다. 
 한의학은 ‘공존의 의학’ 혹은 ‘자연의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있는 그대로’, ‘타고 난대로’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있는 그대로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면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런 이변은 초래되지 않을 것임에 누구라도 동의할 것입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가’, ‘자연을 거스르는 가’ 이를 구별하는 일은 상식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은 제철음식을 먹는 게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요, 일은 낮에 하고 잠은 밤에 드는 것이 순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산보나 등산 등 맑은 공기와 땅과 초목을 가까이 하는 것도 자연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이기(利己)를 위하여 인위(人爲)가 가해질수록 자연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 곱씹어 볼수록 과학적으로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임에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