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보약
아이들 보약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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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약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 특히 자녀들에게 한약을 먹이고자 할 때 더욱 그런 경향이 나타납니다. 아마도 메스컴 등을 통해 해를 거르지 않고 들먹여대는 한약재에 대한, 특히 수입한약재에 대한 부정적 면이 각인된 탓일 것입니다.
 가까운 친척이 되는 어떤 분은 필자에게 이렇게 묻기도 했습니다. “한의사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한약 안 먹인다며?”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웃으며 답변을 했습니다. “우리 애들은 지금도 물론이거니와 엄마 배속에 있을 때부터 먹어 왔답니다.”

 한의학에 대한 홍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려주는 단편일 것입니다. 이러한 오해의 출발은 먼저 한의사들이 홍보나 교육을 통해 일반인의 궁금증이나 불안감을 풀어 주지 못한 일차적 책임이 있을 것이며, 자본주의 내의 의료체계의 속성상 이권단체들의 불가피한 경쟁에 이차적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에 대한 오해는 이와 같이 최근에 만들어진 것뿐 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전해진 잘못된 상식도 많습니다. 흔히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나간다”는 이야기라든지,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지고 살이 찐다”라고 하는 말들이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속설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서, 동의보감에 ‘하월선보기(夏月宣補氣)’라 하여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오히려 기운이 손상되기 쉬우니 기(氣)를 보(補)해 주어야한다’고 하였으며, 최근 녹용에 대한 실험에 따르면, 녹용은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고 호르몬 기능을 조절하며 면역 기능을 개선시키고 체력과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별 탈 없어도, 잘 먹고 잘 크고 병에 잘 안 걸리게 해 달라고 보약 몇 첩 짓고자 아이 손을 잡고 내원합니다. 한의사들도 이럴 때면 으레 몇 첩 지어주는 것이 관행이 돼 버렸습니다. 감기를 비롯해서 비염, 축농증, 알레르기 등의 질환은 양방의원에서 치료하고 치료가 끝났다 싶을 때쯤에 한의원 찾아 역시 몇 첩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도 원하는 만큼 몇 첩 지어 주게 됩니다. 물론 이런 경우 보약 몇 첩 쓰는 일도 유용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관리가 아닐 것입니다.
 치료란 언제나 치료기간이 있게 마련입니다. 저항력이 약하고 비염 등이 있어 환절기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가 소아과를 수시로 들락거려도 해결이 안 될 때, 이런 아이를 한약 몇 첩에 고쳐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위나 장이 약하여 식욕도 없거니와 걸핏하면 체하고 멀미도 잘하고 대변도 고르지 못한 창백한 아이를 역시 한약 몇 첩으로 고쳐내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기본으로 적어도 몇 주 혹은 몇 개월의 치료기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대체로 한약은 양약보다 장기 치료에 더 유리합니다. 비염과 축농증으로 수시로 고생하는 아이들, 걸핏하면 편도선염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항생제가 여러 부작용이 있는 독한 약이라는 걸 알지만 오직 아이를 고칠 생각에 6개월에서 1년씩 이런 약들을 복용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강심장을 가진 부모들임에도 순하고 부작용도 별로 없는 한약은 몇 달씩 먹이기를 꺼려 할 때는 그 이유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한약은 치료약이 곧 보약이고 보약이 치료약이 되기도 합니다. 기관지가 약해 감기를 자주하면 기관지가 튼튼해질 때 까지 수 십 첩이든 먹는 게 바로 치료인 것입니다. 소화기가 약해도 마찬가지이며 다른 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용, 인삼이 든 약만이 보약이 아니라 한약 그 자체가 바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보약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