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화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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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권의 책> ‘예술’은 인간성을 회복하는 매개체인가
-김동식 <회색인간>-
[769호] 2018년 07월 06일 (금) 17:38:58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신덕희 시민기자

“가까이 살면서 우리가 본 게 언제냐? 한번 날 잡자. 얼굴 좀 보자.”

한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와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되었다. 지난번에도 ‘한 번 보자’하다가 흐지부지 되어서 이번엔 날짜를 아예 잡자고 했다.

“다음 주 수요일 어때? 수요일 아니면 화요일도 괜찮고, 목요일도 괜찮아. 나는 아무 때나 시간 낼 수 있으니 너 편한 날 말해.”

“어휴, 그게 그러네, 바빠.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친구 보러 가기도 쉽지가 않네. 시간 나면 전화할게”결국, 날 잡는 건 이번에도 실패했다.

친구와 통화를 끝내면서 얼마 전 딸이 사다 준 책 한권이 생각이 났다.

“엄마가 생각나서 샀어. 뭔데?”

“왜 내가 생각나?”

“엄마도 글 쓰는 거 좋아하잖아. 글 쓰는 걸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이 사람도 일하면서 틈틈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그 글을 읽어본 사람 중에 한명이 책으로 내자고 해서 나온 거래.”

‘회색인간’(김동식 글) 이라는 책이었다. 알고 보니 인터넷에서도, 서점에서도 이미 진즉에 유명세를 탄 책이었다. 어느 구청에서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고, 또 어떤 모임에선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열띤 독서토론도 했단다.

이 책은 소설 하나 분량이 다섯 장 정도이다. 아무데서나 2~3분이면 하나의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분명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를 쓴 건 맞는데 뭐랄까 마치 이솝우화 같기도 하고, 어른들이 읽는 동화 같기도 해서 금방 읽혀지기도 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책 한권에 짧은 여러 소설이 들어있는데 그중 책 제목이기도 한‘회색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대도시에 살던 만 명의 사람이 지하세계로 납치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땅을 파지 않는 자는 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들은 지하세계에 갇혀서 끝없이 땅을 파야 했고, 그 대가로 고작 빵 한 조각만이 주어졌다. 모든 이가 굶주렸고, 다들 병들고 지쳤으며 여러 사람이 죽어 나갔다. 내 빵 한 조각을 위협하는 자는 서슴없이 죽였으나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무표정한 회색인간으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노래를 부른다. 먹고 살기도 모자란 마당에 가당찮게 노래라니…. 분노한 사람들은 그 여인에게 돌팔매질을 한다. 노래라니, 땅을 파기에도 모자랄 힘인데, 그런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다니!!!! 돌에 맞아 피를 흘리는 여인에게 누구도 동정 따윈 없었다. 돌팔매질을 당하면서도, 몸을 가누지 못해 굶어 죽어가면서도, 그런데 그 여인은 노래를 부른다.

미친 게 분명한 이 여인에게 누군가가 목숨만큼 소중한 빵 한 조각을 건네면서 이곳은 달라진다.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뒤로 이곳에 화가가 등장하고 소설가가 등장을 한다. 이들은 더 이상 땅을 파지 않고 이 지하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그림으로 그렸고 처절한 이곳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자기의 소중한 빵을 건넨다.“인간이라는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인간들에 있어 예술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고 소설 속 작가는 얘기했으나, 그런 인간에게 인간성을 회복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그‘예술’이었다. 소설은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여전히 배가 고팠지만 더 이상 사람들은 회색이 아니었다.’로 끝을 맺는다.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내 친구가‘회색인간’으로 사는 건 싫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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