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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18.07.13 19:16
  • 호수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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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전남도립미술관, 뮤지엄샵과 레스토랑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남도립미술관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준공은 2년 후인 2020년 6월로 예정돼 있다. 2015년 7월에 유치가 결정되었으므로 개관까지 총 5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되는 셈이다. 준비 기간이 길고, 처음 건립되는 도립 규모의 미술관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미술관의 존재 자체가 광양의 문화적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 보다는 냉철한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립미술관이나 도립미술관이 건립되어 있는 곳들은 많다. 그곳들 중 일부는 운영 주체가 시 및 도가 됨에 따라 지역사회와 연동해서 운영되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건물만 지역에 있을 뿐 지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지게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전남도립미술관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지역 사회에서도 도립미술관의 활용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뮤지엄샵과 레스토랑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지 않는 듯하다.

흔히들 뮤지엄샵이나 미술관 병설 레스토랑은 단순한 상업공간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으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럽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품을 감상한 다음 병설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세련된 뮤지엄샵에서 쇼핑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시민들이 많다. 미술관이 지적 관광자원으로 시민 생활에 녹아드는데 레스토랑과 뮤지엄샵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뮤지엄샵은 미술관의 수익창출, 교육효과, 관람의 연장 장소, 집객도구, 홍보의 장, 이용자 편의 시설이라는 기능을 갖는다.

이용자들에게는 감동이나 지식의 재확인, 쇼핑의 즐거움, 일상의 활력, 지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역할을 한다.

작가들에게는 작품 판매 활동의 대행, 소비자 요구 사항의 반영, 소비자와 만남의 기회제공, 작품의 유통, 촉진 및 결제 기능을 함에 따라 지역의 작가 육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 점은 뮤지엄샵의 존재가 지역 작가 및 공예인들의 육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레스토랑 또한 작품을 감상한 뒤 작품의 여운을 나누는 장소이자 시민과 미술관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비근한 예로, 필자는 지난 4월에 미국 메릴랜드주립 볼티모어미술관을 방문했었다. 그곳은 파블로 피카소, 반 고흐, 보티첼리, 폴 세잔, 마르크 샤갈, 렘브란트 반 레인, 에드가 드가, 피에트 몬드리안, 자코메티,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 올라퍼 엘리아슨 등 미술의 문외한들도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리스 신전처럼 만든 볼티모어미술관 건물도 독특해 꽤 알려진 곳이지만 현지에서는 뮤지업샵과 레스토랑이 더 유명하게 느껴졌다. 특히 레스토랑이 그랬다. 레스토랑 방문은 메릴랜드주지사 실에서 점심 예약을 해 놓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주지사 부인(퍼스트레이디)과 함께 방문했고, 그곳 미술관장과의 오찬 예약이었는데, 좌석은 주방 옆의 모서리였다. 미술관장은 모서리 공간이어서 미안하다며, 레스토랑이 인기가 좋아 자신도 예약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곳의 레스토랑은 그만큼 미술관 방문객 및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모으면서 미술관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뮤지엄샵과 레스토랑은 이러한 이유와 사례에서처럼 개설이 필요하다. 다만, 개설로 인해 미술관 주변의 유사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뮤지업샵은 새로운 업종이므로 동일업종의 피해 우려는 없다. 카페나 레스토랑은 유사 업종이 많아 자칫 피해를 줄 수 있다.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기존의 업종 및 고객과 겹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술관이 유명 작품을 컬렉션해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듯 지역 특색이 가미된 개성 있는 요리와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과 명소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의 성공적 운영과 지역민들을 위해서 뮤지업샵과 레스토랑은 이처럼 반드시 필요하다. 개설 시에는 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기존의 유사 업종에 피해를 주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남도립미술관의 뮤지업샵과 레스토랑의 개설, 운영 주체, 방안, 내용 등에 대해서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