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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대학 협력, 이제는 필수다<4>
핀란드 교육•혁신도시 비결 ‘지자체+대학+기업’ 소통과 협업
[784호] 2018년 11월 01일 (목) 20:32:48 이성훈 기자 sinawi@hanmail.net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프로젝트, 활발한 토론“창의력 키운다”

노키아의 발상전환,‘노동+도시경쟁력’다 잡았다

   

핀란드 오울루 테크노폴리스 전경.

 

 

핀란드 하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했던 휴대폰 회사인‘노키아’가 떠오른다.

노키아는 1865년 핀란드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회사다. 본사는 핀란드 에스푸에 있으며 1981년 세계 최초 모바일 네트워크 회사인 노르딕 모바일 텔레폰을 설립했다.

1992년 휴대폰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진출한 노키아는 2011년까지 휴대전화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추월당하며 경쟁력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시대의 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었다. 결국 노키아는 2014년 4월 휴대전화 사업부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되면서 노키아 휴대폰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노키아의 몰락은 곧 직원들의 생계와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키아는 직원들의 기술과 능력을 새롭게 활용했다. 노키아는 휴대폰 판매 실적 급감에 따라 기존의 성장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그동안 축적해온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방송, 통신, 콘텐츠 중심의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경쟁력을 전환한 것이다.

해고 직원들에 대한 처우도 마련했다. 노키아는 해고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 창업을 희망하는 경우 12개월치 월급인 평균 2만5000유로의 창업 지원금 및 팀 구성, 커리어 컨설팅 등을 지원해 노키아 직원들이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우수 기업으로 성장했다.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는 자칫 국가 경제가 휘청거릴 수도 있었지만 과감한 전략 수정과 직원들에게 또 다른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인재 육성을 가장 중시하는 핀란드가 IT와 교육 경쟁력을 갖춘 비결 중 하나다. 지역과 대학이 함께 연구개발하며 도시 경쟁력도 높이고 청년 인재 육성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침으로써 주요 도시에 산학일체형 타운을 조성했다.

노키아의 발상 전환을 비롯해 핀란드의‘산학연’프로젝트가 성공 모델로 자리잡은 것은 의사소통 구조가 활발한데 있다. 핀란드에 있는 대부분 산학연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은 최고책임자의 지시와 결정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 중심으로 연구 분야 등이 결정되며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검토한 후  최고 책임자가 최종 결정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의사와 아이디어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

기술 진보가 빠른 정보통신 분야에서 벤처기업이 민첩하게 혁신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 공공기관이 다양한 참여자들의 상호작용과 기술·과학·사업·예술 분야의 결합을 통해 유기적인 순환 시스템을 활성화 시킨 것도 경쟁력의 비결이다.

 

‘지자체·대학·기업’협업

IT 도시 메카‘오울루 테크노폴리스’

 

그 예로 핀란드 오울루시 산학일체형 모델인‘테크노폴리스’를 꼽을 수 있다. 오울루시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곳에 있다. 현재 IT산업과 의료산업 중심지이며,‘오울루 테크노폴리스’가 형성된 지역이다.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는 1970~80년대를 걸쳐 지역정부의 장기적인 계획 아래 조직, 오울루시에서 출자해 설립한 공공 유한회사 테크노폴리스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테크노폴리스사는 단순히 산업단지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한 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제반 서비스와 기업과 지역 간 소통 및 협력을 유도한다. 특히 연구소, 대학, 동종 기업, 공적 투자 등을 결합해 공동 프로젝트 추진, 이 결과물에 대한 상용화 지원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메트로폴리아 대학 학생들이 직접 만든 VR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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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울루 테크노폴리스에는 테크노폴리스사 외에 자치단체, 대기업, 대학, 병원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참여, 오울루시와 울루지역개발청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오울루의 비전을 제시, 주도적으로 참여주체간의 네트워크 형성하고 다양한 사업 추진하고 있다.

오울루대학은 지역에 위치한 연구소와 협력해 지역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연구 수행, 지역인재를 양성, 배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는 오울루시의 경쟁력 향상, 고용 창출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오울루는 핀란드 정부가 주관한 5G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5G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은 오울루대, 탐페레대, 알토대 등 다양한 연구 기관과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등 통신 장비 관련 업체들과 중소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오울루 테크노폴리스의 성공요인은 오울루시가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하였다는 점이다. 이곳 역시 오타니에미 사이언스 파크처럼 단순 수직적인 협조체계가 아닌 참여 구성원 간의 수평·수직적 협조체계를 바탕으로 구성 주체 간 정보, 인력의 유동성이 자유로워 서로의 강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이노카페’라는 소통의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오울루대학이라는 지역대학을 통해 지역 인재 양성과 지역에 필요한 기술개발, 연구가 가능한 것도 경쟁력의 비결이다.

 

대학은 지역의 구심점

   

메트로폴리아 대학 관계자가 학생들의 창작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는 메트로폴리아 응용과학 대학이 있다. 메트로폴리아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폴리텍(종합기술전문대학)과 유사하다. 핀란드에는 헬싱키, 에스포, 반타 지역에 메트로폴리아가 있는데 헬싱키에 있는 메트로폴리아 응용과학 대학이 가장 규모가 크다. 학생수는 1만6500여명에 교직원이 1000여명에 달한다. 이 대학은 지자체가 소유이며 공공서비스, 비즈니스, 문화, 심리학, 미술, 간호학, 음악치료 등을 가르치고 있다.

메트로폴리아 교육 목표는 △전문성 △높은 교육의 질 △공동체 의식 △투명성에 중점을 둔다. 이중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가 품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당초 19개 캠퍼스로 나뉘어 있던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내년까지 4개 캠퍼스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현재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대학에서 문화공간 혁신 담당을 맡고 있는 안나 마리아 발꾸나 디렉터는“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학내 문화 바꾸기, 디지털 시스템 확충 등을 실시하고 있다”면서“교육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어떻게 학교를 운영할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품질 좋은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내외부적으로 성장을 해야 한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이를 위해 교육의 질 향상, 학생들의 창업 육성과 벤처기업 제품 질 향상, 사업 경쟁력 성장과 강화, 외부 펀딩을 통해 어떻게 성장시킬지 학생들과 끊임없이 연구하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대학이 이처럼 자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배경은 정부 예산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핀란드 정부가 교육 예산을 줄이면서 대학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연구 개발 성과를 상용화시키고 외부 펀딩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안나 마리아 디렉터는“대학이 스스로 펀딩을 받아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면서“그래서 혁신이 중요하다. 정부 투자 말고 외부 투자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핀란드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 발생한 결과다.

이에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현재 민간사업, 정부투자사업을 모두 받고 있다. 특히 메트로폴리아 캠퍼스가 위치한 헬싱키를 비롯해 에스포, 반타 지역 등 3개 지자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헬싱키 서쪽에‘깔라사따마’라는 혁신지구가 있다. 이곳에서 자동화 무인 버스를 시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이곳 무인버스 프로젝트에 메트로폴리아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에서 진행한 무인버스 운영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민간 기업과 지자체, 정부가 함께 고민하며 지자체와 대학, 기업들이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취업 역시 대학에서 지원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은 졸업 후 취업진로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진로상담은 지자체와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적 펀딩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정부 위탁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안나 마리아 디렉터는“대학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위탁 교육”이라며“정부가 필요로 하는 교육 제공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진로 상담 역시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대학은 학생들의 주거 공간 마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에스포시나 반타 지역은 수도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핀란드 북부 지역 학생들은 일자리가 없어 큰 도시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메트로폴리아 대학인 이에 지자체와 논의해 학생들이 지역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주거 공간 마련에도 적극 관심을 가지고 있다.

메트로폴리아 대학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지역이나 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대학 수업이 곧 ‘산·학·정’협업인 것이다. 학생들은 지역 현안 해결이나 일상생활의 변화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해야 하는데 모든 학부생들은 졸업 이전에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팀을 꾸려야 한다. 이는 성적에도 반영되는데 모든 학점 가운데 10학점에 해당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보통 4~7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 학생당 270시간의 혁신역량계발학습을 이수해야 하며 팀에는 다양한 전공 학생들과 강사들이 참여해 공공조직,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메트로폴리아 대학 안나 마이야 베사 대외협력담당은“지자체 공무원들은 학생들에게 늘 열린 태도를 유지한다”면서“학생들이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학교에 와달라고 하면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젝트가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공무원과 학생들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들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성장하는 ‘산·학·정’프로젝트는 학생들의 진로와 연결된다. 해당 분야나 사업을 연구한 학생들이 졸업 후 지자체나 기업에 연계돼 일자리를 얻거나 창업을 통해 펀딩을 받고 연구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뻬뜨라 라세니우스 아라비아 오픈캠퍼스 책임자는“대학이 있다는 것은 청년이 있다는 것”이라며“이곳 청년의 관심 분야는 지역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학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됐다. 대학은 단순히 교육기관이 아닌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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