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 단속 동행취재 - 동식이와 정식이의 하루
주정차 단속 동행취재 - 동식이와 정식이의 하루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11.23 19:20
  • 호수 7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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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현, 한정선 팀장, 정일현.

“띠용아, 업어왔냐?”

종일 눈이 빠지도록 차안에 앉아 시내 한 바퀴를 돌고 사무실로 들어 온 문현 씨와 일현 씨에게 한정선 교통지도팀장이 묻는다.

문현 씨와 일현 씨는 동식이와 날마다 한 몸이 되는 사람들이다.

문현 씨와 일현 씨는 감성 충만한 따뜻한 사람이지만‘동식’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동식이는 어떤 무거운 물체를 업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더러는 사정을 봐주기도 하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는 동식이의 친구 정식이는 생각도 없는데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차가운 녀석이다. 두‘식’이의 정체는 바로 광양시의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시민의 편의를 위해 운영되는 주정차 단속 감시카메라다.

동식이는 돌아다니며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하는 이동식차량단속 감시카메라, 정식이는 한자리에서 맴돌며 인정사정없이 찍어대는 고정식 감시카메라다.(띠용이는 불법 주정차량을 견인하는 차량)

10월말 현재 광양시의 불법주정차 단속CCTV는 광양읍 8곳, 중마동 9곳, 광영동 3곳 등 고정식 20여대와 차량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시내를 순회하는 이동식 3대가 운영중이다.

생활민원이 가장 많고, 단속 될 경우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높은 것이 교통민원이다.

단속하는 행정도 힘들고 단속되어 과태료를 납부해야하는 운전자들도 좋아할 수만은 없는 주정차 단속의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직접 체험했다.

 

광양지역 주정차단속 CCTV는 20여대

 지난 21일, 일반시민, 모범운전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평가단 1호로 이동식단속차량 첫 고객이 되어 단속차량에 동승, 오전 10시경부터 11시30분까지 한 시간 반 동안 중마동 일대를 순회했다.

“이곳은 주정차 금지구역입니다. 현재 이동식 CCTV단속중이오니 불법주정차 차량은 속히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이동식 단속차량이 인도, 모퉁이, 어린이보호구역 등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에 있는 차량을 발견하면 안내멘트가 나감과 동시에 차량 안에 부착된 카메라는 차량번호를 인식하고 운전자에게 즉시 이동주차 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다.

이 시스템은 불법주정차 단속 휴대폰 문자알림서비스에 등록한 차량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광양시에 등록된 차량 6만여대중 1만여대가 등록돼있다. 시는 서비스 확대를 위해 신규 차량등록시 주정차 단속 휴대폰 문자알림 서비스를 적극 알리고 있다.

2018년 문자발송건수는 1만2143건으로 사전 문자알림서비스를 통해 단속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덜어주고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고정식 단속카메라와 비교했을때 이동식 단속차량은 택배차량이나 공사차량 등 생업을 위해 부득이하게 잠시 주차하는 경우 장시간 주정차만 아니면 어느 정도는 단속이 유연하다고 한다.

한정선 팀장은“이동식 단속은 중마, 광영, 태인동 1대, 광양읍권 1대와 견인차량 한 대 등 3대의 차량과 5명의 직원이 투입되어 단속을 하고 있다”며 “같은 코스를 두 번 이상 순회하고 10분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같은 자리에 주정차가 되어있으면 부득이하게 단속을 한다. 이동식 단속은 적발이 우선이 아니라 이동주차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고 견인조치는 최후의 수단이다”고 말했다.

 

과태료 부과가 목적이 아니라 이동주차 유도

 중마동 순회가 끝나갈 즈음 민원이 한 건 접수됐다. 제철소 2문 앞 신호등에서 태인도와 제철소 3문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차량들이 이동에 방해를 받고 있어 사고위험이 있다는 시민의 주정차 제보민원이었다.

이동식 단속차량이 급히 민원이 접수된 현장으로 출발했다. 대형차량들이 많이 다니는 이 곳은 운전자들뿐만 아니라 단속하는 차량마저도 사고위험에 노출되어있지만 단속할 수 밖에 없는 애로사항을 안고 있다.

광양시의 불법주정차 단속건수는 2017년 1만2000여건에서 2018년 5000여건이 감소한 7000여건으로 나타났다. 한정선 팀장은 타 지자체보다 비교적 일찍 도입한 불법주정차 휴대폰 문자알림서비스와 점심시간 주정차 단속 유예시간을 기존 12시부터였던 것을 11시30분으로 변경한 것 등 지역경제와 교통정책의 상생, 생활밀착형 교통지도를 통한 운전자들의 교통문화 의식이 고취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퉁이에 잠시 정차해 있던 한 남성 운전자가 운전석 창문을 내리더니 이동단속차량을 향해 손짓을 한다. 아, 곧 이동한다고? 직원들이 바로 운전자의 손짓을 알아듣는다.

노상유료주차장을 지날 때는“빠~앙”하고 경적을 살짝 울려 주차장을 관리하는 어르신께 꼭 인사를 하고 지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어르신께 혼이 난다고 한다.

운전자들로부터‘환영받지 못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단속 직원들이 일상에서 찾는 작은 즐거움으로 보인다.

한정선 교통지도팀장은“원활한 교통흐름을 통해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단속의 목표인 만큼 시민들의 협조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