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 발전의 첫걸음, 백운산과 광양항을 깨끗하게
광양만 발전의 첫걸음, 백운산과 광양항을 깨끗하게
  • 김성준 네덜란드물류대학 교수
  • 승인 2008.11.06 09:35
  • 호수 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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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뜨겁던 한여름의 뙤약볕은 온 데 간 데 없고, 계절은 벌써 가을 한 복판에 와 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주차해 놓은 자동차 위에 곱게 내려앉은 이슬을 보노라면 벌써 겨울로 접어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녁 뉴스는 울긋불긋하게 물들은 유명 산들의 단풍 소식을 전하기 바쁘다. 이럴 때 잠시 일상사를 접어들고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가 심신의 묵은 때를 벗어버리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지난 10월 26일에는 우리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2기 원우들과 함께 백운산 억불봉을 올랐다. 전날 가볍게 비가 내린 뒤라 공기는 청량하기 그지 없었고, 햇빛도 알맞을 정도로 따스했다.
백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포스코 수련관에서부터 시작된 산행은 돌길을 따라 오르막을 한참 오른 뒤에야 노랭이재에 이르렀다. 먼저 출발한 우리 일행은 노랭이재에서 잠시 머물다 눈에 잡힐 듯 보이는 노랭이봉으로 향했다. 문제는 노랭이봉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발생했다.

노랭이 봉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먹다버린 빈 물병과, 과일 껍질, 과자 봉지 등이 군데 군데 벌려져 있었다. 자연에 파뭍혀 있는 이물질이 나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랭이봉으로 오르고, 또 내려오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 동반한 원우 몇 명과 함께 빈 물병과 비닐 봉지, 나무 젓가락 껍질 등을 줍기 시작했다. 노랭이 봉으로 가는 오르막에서만 작은 배낭 하나를 채울 정도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노랭이 봉에서 다시 노랭이 재로 내려와 억불봉으로 올라가는 주 등산로에는 더 많은 빈 물병이 나 뒹그라져 있었다. 그것도 등산로에 버린 것이 아니라 줍기 어렵도록 멀리 던져 버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일행 중 일부는 헬기장에 잔류하여 점심을 먹었고, 일부는 억불봉까지 등반하였다. 많은 등산객들이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등산객들이 점심 먹었던 자리에는 과자봉지며, 나뭇가락 껍질, 과일 껍질 등이 남게 마련이었다. 하산하는 길에 헬기장에서 포스코 수련관까지 내려오는 동안 빈 물병과 비닐 봉지, 담배꽁초, 사탕 껍질 등을 주으며 내려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패트재질로 된 물병은 잘 썩지 않는다. 완전히 분해되는 데 10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종이컵 같은 것만 해도 20년이 걸리고, 담배 필터 같은 것도 10-20년이 걸린다.
이런 것들은 버리면 안된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버리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과일 껍질은 산에 거름을 주는 것이라 하여 등산로에 버리는 사람들 마음 또한 이해하지 못하겠다. 과일 껍질이 완전히 썩는 데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흙 속에서 잘 분해될 경우에 그럴 것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 조차도 과일 껍질을 등산로에 버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자신은 과일 껍질을 산에 거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등산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쓰레기일뿐이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등산로나 산에 버려져 있는 과일 껍질을 보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 쯤은 과일 껍질을 버리는 사람들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산이나 강, 바다와 같은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럴 때’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에 사람의 손길이 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다. 광양은 산세가 빼어난 백운산과 천혜의 광양만을 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햇빛이 좋은 고장이다.

광양만은 봄 가을로 고기가 많이 잡히는 어장으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항로가 개설되어 어로금지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광양만의 물 또한 예전의 그 맑은 바닷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광양만 바다에 쓰레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광양만 바다 속에는 각종 어구와 폐그물, 강에서 흘러들어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다. 광양과 광양만을 아우르는 지역의 시민들은 산과 들과 바다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다. 생계수단을 회사의 월급에 기대거나 자영업자거나에 관계없이 산과 들, 바다가 죽는다면 우리도 같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광양과 광양만이 발전하는 첫걸음은 백운산과 광양만을 청정하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