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 김호 기자
  • 승인 2019.07.26 18:59
  • 호수 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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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고, 학생 선언서 통해 일본 정부 규탄
강제징용 사과촉구•일본제품 불매운동‘선언’
전국 두 번째 행사,“전국고교로 확산 기대”

광양고등학교(교장 송춘현) 학생회가 일본의 강제징용 사과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운동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광양고 학생회(회장 조의재)는 지난 24일 여름방학 중임에도 3학년 학생들과 방과후 수업을 받기 위해 등교한 1~2학년들과 함께 교내 어울림 숲에서‘강제 징용 사과 촉구 퍼포먼스’와‘일본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행사를 펼쳤다.

광양고 학생들의 이 같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퍼포먼스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본과의 국가적인 갈등 상황에서 학생회 측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서 보여줬던 학생운동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7일 전국 최초로 광주광덕고에서 불매운동 퍼포먼스를 펼친데 이어, 전국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행사는 △학생대표 선언서 낭독 △일본 학용품을 수거해 1개당 상품 하나로 바꿔주는 행사 △일본제품 불매운동 동참 호소 순으로 진행됐다.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계획부터 행사까지 주도적으로 준비했으며 28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행사를 공감하고 참여했다.

학생들은‘일본정부는 강제징용을 사과하고 보복규제를 철회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일본기업의 강제징용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보복적 무역규제 조치로 대응하는 아베정부를 규탄했다.

또한‘손해배상을 이행할 때까지 일본제품 불매하자’는 피켓을 내걸고 요구사항이 실현될 때까지 불매할 것을 다짐했다.

조의재 학생회장은“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불매운동에 학생들이 앞장서는 것이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며“광주 학생항일운동과 6월 민주항쟁에서도 우리 학생들이 중심에 서 있었고, 유관순 열사도 18세 나이로 3.1운동을 이끌었다. 우리라고 선배들과 다르지 않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데 충분한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약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는 적극 나서는 인재가 되라’는 교육을 받아왔고 이제 배운 것을 실천으로서 보여줄 때”라며“일본정부가 강제징용 역사를 사과하고, 보복적 무역규제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일본 제품 불매를 선언한다. 다른 학교에서도 우리의 불매운동 퍼포먼스에 동참하고 연대해 전국 고교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송춘현 교장은“오늘 행사에 참여한 학생 저마다 3.1운동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이뤄진 국채보상운동과 물산장려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숭고한 독립운동의 정신을 새롭게 조명해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특히 우리 학생들이 펼친 오늘 행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해 이뤄진 만큼 미래사회를 견인해 가려는 모습이 대견했다”고 말했다.

 

[광양고등학교 학생 선언서 전문]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년 전, 우리 또래의 선배들은 탑골공원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들의 강인한 학생정신을 계승하여, 일본 정부에게 강제 징용 역사에 대한 사과와 손해배상을 촉구할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국가총동원법을 시행한 뒤, 1945년까지 146만명에 달하는 한민족을 강제 징용시켰습니다.

수많은 선조들께서 가혹한 노동조건 밑에 혹사되었고, 때로는 기밀유지를 위해 대량 학살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1990년 6월 강제징용 한국인 총수를, 실제보다 매우 적은 숫자인 약 66만 명으로 발표했을 뿐, 이들에 대한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약 78년이 지난 2018년 10월,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강제 징용 피해자분들은‘일본 대기업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번에도 보복적 무역규제 조치로서 배상 의무를 외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는 자국의 만행을 뉘우치지 않는 비양심적인 모습임은 물론,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의 판결에 대한 조롱이자, 동아시아의 평화질서를 망가뜨리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일본 양 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주요한 구성원입니다.

일본 정부는 과거를 바로잡음으로써, 진정으로 평화로운 동아시아의 미래가 가까이 있는 길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일본의 정치적 무역규제 행위는 처음이 아닙니다.

일본은 외교적으로 불리할 때마다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유사한 전략을 사용했고,‘위안부 합의안’,‘한일어업협정(독도 관련)’을 유리하게 체결해왔습니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큰 의미가 있는 2019년에, 강제 징용 역사마저 타협하게 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100년 전 그날처럼, 대한민국은 대단결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본을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우리 학생은 적어도 지난 9년간‘약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인재’가 되라는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배운 것을 실천으로서 보여줄 때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고, 일본을 동아시아의 평화가 있는 곳으로 이끄는 길에 학생들이 앞장서겠습니다.

이에 광양고등학교 학생회 일동은, 7월 17일 광주 광덕고등학교의 용기 있는 첫 출발에 연대로써 힘을 더하고자, 금일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

일부 몰상식한 참여자들로 인해 불매운동에 대한 나쁜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불매운동은 지난 일주일 사이 일본 맥주 한국 매출액의 15%를 감소시키며 영향력을 입증했습니다. 따라서 광양고등학교는 이 자리에서‘일본정부가 강제 징용 역사에 사과하고, 보복적 무역규제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일본 제품을 불매할 것’을 선언합니다.

오늘 이후 광양고등학교를 이어 다른 학교에서도 연대로써 힘을 더해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동참할 것을‘부탁’드리겠습니다.

- 광양고등학교 학생회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