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반별로 실시, 과연 적절한가?
행정사무감사 반별로 실시, 과연 적절한가?
  • 백건
  • 승인 2006.11.29 21:21
  • 호수 1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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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별 사무감사, 의회사상 초유의 일
해설
 
 
광양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상임위가 아닌 반별로 실시하는 것은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드문 현상이다.

기자가 직접 국회사무처에 문의해본 결과 사무처 관계자도 “그런 예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

우선 법적인 절차를 찾아보면 반별로 실시하는 것은 문제될 것은 없다. 지방자치법시행령 제3장 지방의회편 제17조를 찾아보면 ‘(행정사무감사 또는 조사위원회등의 구성) 지방의회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감사하거나 조사하고자 할 때에는 본회의에서 이를 행하거나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를 행하게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한 광양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의한 조례 제4조(감사 또는 조사반의 편성) 1항에도 ‘본회의나 위원회는 효율적인 감사 또는 조사를 위해 몇 개의 감사 또는 조사반을 편성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시의회는 이 같은 사항을 적용해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반별로 편성한 것이다. 그러나 상임위가 설치된 마당에 굳이 반별로 편성해 사무감사를 펼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24일 의원간담회를 통해 계획을 변경했다. 당시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행정사무감사 주체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회의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행정사무감사,
본회의ㆍ상임위 주체 어떻게 다르나

 
행정사무감사주체를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본회의에서 사무감사를 실시할 경우 본회의에서 시장을 상대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상임위에서는 해당 국장을 상대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8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2006 행정사무감사의 건은 권흥택 부시장이 증인선서를 했다. 권 부시장의 증인 선서는 이른바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절충안인 것이다. 

박노신 운영위원장은 “당시 상황은 시장이 여러 가지 행사 참여와 행정 업무 등으로 수시로 본회의장을 비워야 할 시간이 빈번해 부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며 절충안에 대해 동의를 표했다. 집행부 측에서도 이성웅 시장을 증인석으로 내세우지 않기 위해 의회와 다각도로 협의하는 등 절충안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시를 대표하는 시장이 증인선서를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며 “이는 대통령을 포함한 각 지자체 단체장 어느 누구도 의회에서 선서를 한 경우도 없고, 바람직 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 부시장이 증인선서를 했지만 시장이나 부시장이 사무감사 자리에 종일 앉아있는 것도 옳지 않다”며 “해당 실무진에서 필요에 따라 현황을 보고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본회의에서 주체할 경우 각 실과소 보고는 해당 상임위가 아닌 의원들 요구에 따라 자료제출이나 현황 보고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의원들은 상임위를 벗어나 각 실과소별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반면 집행부에서는 이중 보고로 인한 행정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의회와 집행부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의회, “행정 전반적으로  알 수 있어”
집행부, “백화점식 감사로
이어질까 걱정”
 
현재 집행부 측은 상임위가 설치된 마당에 왜 반별로 나눠 사무감사를 실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의회가 올해 상임위를 설치하면서 위원장 자리와 사무실 확보 등을 놓고 몇 달간 공을 들여놓고 정작 상임위가 설치되자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의회는 상임위 감사가 원칙이지만 이번 감사만큼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노신 위원장은 “초선 의원이 많은 까닭에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계기로 좀더 행정 전반을 살펴본 후 해당 상임위에서 전문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치려는 불가피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돌다리도 두드려 가면서 건넌다’는 셈이다.
 박 위원장은 집행부의 중복 보고에 대해서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반별로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상임위별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집행부의 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반별 사무감사는 반장이 허가하면 다른 반 소속 실과소의 자료를 제출받고 심사를 할 수 있다. 사실상 의원들의 전체 감사인 셈이다.
 
박 위원장은 “의원들이 각 의원별로 제시한 사무감사 자료제출 서류를 체크하면서 해당 공무원에게 현황을 듣고 있기 때문에 중복 보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설령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하더라도 의원들끼리 서로 공유하면서 질문하기 때문에 중복 보고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의회 관계자는 “올해 각종 민원으로 광양시가 들끓고 있는 마당에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행정을 들여다본 후, 따질 것은 따져보자는 시각인 것 같다”며 “상임위 감사가 원칙이지만 행정 난맥을 살펴보면 이번 의회의 결정은 고육지책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갓 태어난 아기가 갑자기 걸을 수는 없는 것이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초선 의원들도 이번 사무감사를 계기로 행정 전반에 대한 포괄성을 갖춘 뒤, 전문분야를 살펴볼 작정이다”며 의원들의 자질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의회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꺼림칙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상임위 운영에 따른 업무추진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은 시민세금이 추가 부담된 것인데도 의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5대 의회가 상임위를 만들고 첫 번째 사무감사에도 이를 시행하지 못한다면 의원들이 말하는 전문성을 도대체 언제 써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의회의 원칙 무시와 전문성 배제로 올해 행정사무감사가 자칫 백화점식 감사가 될지 걱정이다”면서 “백화점식 감사로 인해 공무원들에게 은근히 압력을 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별 감사, 과연 적절한가?
 
반별 감사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과연 적절한 문제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광양시 인구가 갑자기 늘지 않는 한 의원들의 수는 지금과 비슷할 전망이다.

앞으로 제6대 의회에서도 지금처럼 초선 의원이 반 이상을 차지할 경우, 또다시 상임위를 놔두고 반별 감사를 실시할 것인지 의문이다.
 
의원들이 전반적으로 행정을 알아야 하는 것은 옳다. 또한 지역구 의원일 경우 소속위가 다르더라도 지역 현안에 따라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가져야 하는 경우도 옳다.
 
 예를 들어 산건위(주택과) 소속인 창덕아파트 문제의 경우 박노신 의원의 지역구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운영위소속이며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위원장은 이 문제가 자신의 지역구이지만 우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모른 채 해야 옳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평상시에 지역현안을 꼼꼼히 챙기되, 상임위는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는 게 의회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광양시의회는 일주일에 한번씩 위원회별로 의원간담회, 임시회와 의원 모임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초선 의원의 경우 의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의원들 서로간에 다양한 정보 공유와 평상시에 챙기면 된다.

그러나 행정사무감사는 전문적으로 집중력 있게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의원들이 행정전반에 관해 살펴보고 철저히 감사에 임하겠다는 태도는 높이 살 수 있으나 과연 5대 의회 첫 상임위를 포기하면서까지 반별로 사무감사를 실시했어야 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칫 이번 감사가 집행부의 우려대로 백화점식 감사로 이어질 경우, 시의회는 시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