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시민성 교육과 학습활동 거점공간 ‘도서관’
[들꽃산책] 시민성 교육과 학습활동 거점공간 ‘도서관’
  • 광양뉴스
  • 승인 2022.01.28 16:35
  • 호수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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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여러분들은 도서관하면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르는가? 도서를 대출해 주는 곳이라고 한다면 50점, 도서 대출과 인문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면 70점이다. 그러면 100점을 받기 위해서는 답변이 어떻게 보완되어야 할 것인가?

UNESCO의 <2015 성인학습 및 교육에 관한 권고안(RALE)>에 따르면, 성인학습 및 교육의 핵심영역으로 (1)문해력(literacy), (2)직업훈련(vocational training), (3)시민성교육(citizenship education)의 세 가지를 정의했다.

향후 도시 차원에서 시민성교육(citizenship education)은 가장 주목받는 부문이 될 것이다. 도시라는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소통과 관계, 공존과 협업이라는 생활방식은 그 근원적 토대에서 시민성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많은 글로벌 도시들도 이에 관심을 갖고 그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평생교육 프로그램 영역을 분류하는 대표적인 예시로서 6대 영역(인문교양, 문화예술, 기초문해, 학력보완, 직업능력, 시민참여)도 어느 면에서는 모두 시민성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도서관은 다양한 주체들을 결집하고 연결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쟁점들을 지역의 현안과 연계하고, 모의하고, 현실적 의제로 발전시켜나가는 시민성 탐구의 장으로서 공간적 의미를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발전된 시민성 교육의 내용과 방법, 역량, 활동, 네트워크, 현장에서 가장 고민하는 문제들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실험하고 확산하는 전문적인 거점기관으로서의 중추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이라고 하면 모두 숨을 죽이고 조용히 책에 집중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세 면이 막혀있는 좁은 칸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학습자들은 으레 그러하다는 듯이 좁은 도서관에 앉아 조용히 공부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예시바는 다르다. 예시바는 마치 시장처럼 시끄럽고 도서관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높여 떠들고 있다.

우리나라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지만 이곳 예시바에서는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예시바에는 천 개가 넘는 좌석들이 둘 이상씩 마주보고 앉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절대로 혼자 공부할 수 없는 구조이다.

예시바는 질문을 매개로 한 토론과 논쟁의 공부를 중시하는 유대인의 교육문화를 집약해놓은 공간이다.

신기한 것은 서로 토론을 벌이는 학생들이 모르는 사이라는 점이다. 모르는 사람과 인사 한 마디도 어색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예시바에서 학습자들은 초면인데도 지속적으로 상대를 바꿔가며 토론을 벌였고, 나이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이들이 관심 있는 것은 토론 주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이다. 나와 토론을 할 정도로 주제에 대한 관심 정도가 고려 사항이다.

이러한 토론을 통해 학습자들은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하여 나름의 답을 찾는 대신, 파트너와 토론함으로써 질문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들의 공론이 모의되고 새로운 집합적 아이디어가 창발될 수 있는 다양한 층위의 공론장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적 의제로 소통되기 위해서는 타인 혹은 타집단의 안정과 동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론화되는 과정은 개인성과 시민성이 만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공론장을 기반으로 토론을 통해 집합적으로 문제를 조명하고 그런 조명에 터하여 공론을 생산해나가는 것, 사람들 사이에서 발화되는 다양한 층위의 담론을 생성하고 공간을 분화하는 것, 그리고 공론장의 복합적 네트워크 속에서 공공의 쟁점을 중심으로 공조를 이루어 나가는 것, 그 과정 속에서 개인과 집단이 자각하고 성찰하는 것, 이런 특성들은 학습과 떨어져서 이야기될 수 없는 것들이며, 평생교육의 합리적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광양의 모든 도서관에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