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인파 몰린 전어축제, 안전엔 ‘큰 구멍’
구름 인파 몰린 전어축제, 안전엔 ‘큰 구멍’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10.04 08:30
  • 호수 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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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데크 부식…곳곳 추락 위험
시, 합판 땜질하며 축제진행 ‘빈축’
안전 빨간불에도 ‘예산타령’ 되풀이
합판으로 임시보수한 산책로
파손된 산책로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제21회 광양전어축제행사가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며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안전분야에서는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광양시는 지난 23일부터 3일간 ‘여름의 끝자락을 망덕포구에서 가을전어와 함께하세요’라는 주제로 제21회 광양전어축제를 개최했다.

이번 축제는 한동안 열리지 않다가 개최됐다는 점과 각종 체험행사와 공연 등 기존 프로그램에 더해 전통씨름대회, 보디빌더 쇼 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 김모씨(35)는 “간만에 행사가 열린 탓인지 정말 많은 사람이 찾아온 것 같다”며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즐거워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행사를 지원한 광양시 진월면 관계자도 “예상했던 인원보다 많은 인파가 행사장을 찾아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축제도 어김없이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시민의식 부재와 편의시설 부족 등 운영상의 문제점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실제 관광객들이 쓰레기 버릴 곳을 찾지 못해 화장실 주변에 무단으로 투기하는 모습이 관찰됐고, 주 무대에 있던 일부 관광객은 주변에 어린아이가 있음에도 흡연을 해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 기본적인 어린이 프로그램과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불만과 더불어 현장에서는 생수 한병이 3000원에 팔리는 바가지 상술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더 큰 문제는 행사장 앞에 설치된 목재 산책로(데크)의 노후화가 심각해 안전사고가 우려됐음에도 임시방편의 보수공사를 진행하며 행사가 강행된 점이다.

산책로에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곳은 동부농협 주유소에서 망덕마을 입구까지 500여m 구간이다. 이곳은 산책로 바닥목재가 썩어 곳곳에 구멍이 나 있고, 발로 살짝만 밟아도 바닥 목재가 부서지며 아래로 꺼지고 손으로 가볍게 당겨도 힘없이 뜯겨 나올 정도다. 산책로 사이 구멍 아래로는 시퍼런 바닷물이 출렁거린다.

이런 까닭에 광양시는 행사 전에 일부 보수공사를 진행했으나 많은 인파가 몰리며 파손 부분이 늘어나자 축제 기간에도 파손 부분에 합판을 덮는 촌극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합판으로 덮은 곳도 곳곳에 판넬이 들떠있는 상태다.

이처럼 산책로 안전에 빨간불이 켜지자 봉사활동에 나선 자율방범대원들은 관광객들이 목재 산책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출입금지 펜스를 설치하고, 곳곳에 대원들을 배치해 출입을 막느라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노후된 목재 데크를 본 시민 조모씨(48)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행사 프로그램이 좋다고 해도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것이 다 허사”라며 “이번 축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이 허술한 행사였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지적에 광양시 관계자는 “축제 개최에 앞서 상황을 파악했지만 예산 문제로 전면적인 보수를 시행할 수 없었다”고 제대로 된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이어 “추석을 전후해 주무대 앞 데크를 중심으로 2차례에 걸쳐 사전 점검과 보수를 시행했다”며 “하지만 축제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며 곳곳에서 파손 부분이 늘어나 행사 기간에도 보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덕포구 산책로 정비를 위해 2023년 예산으로 10억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특히 부식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재료를 사용해 산책로를 정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목재 산책로는 전어축제 주 무대가 있는 광양동부농협 주유소에서 배알도 앞 망덕길까지 해안 석축을 따라 약 1.7㎞구간에 폭 4.5m 정도로 설치됐다.

2013년 3월 1단계 780m구간 완공에 이어 2015년 2단계로 936m 구간이 정비됐고, 투입된 예산은 선소광장 조성비를 포함해 약 5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