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포스코 상대 ‘강경 행보’ 심상찮다
시의회, 포스코 상대 ‘강경 행보’ 심상찮다
  • 김호 기자
  • 승인 2023.04.17 08:30
  • 호수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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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첫 제철소 앞 기자회견
집회신고·1인시위 ‘끝 볼 태세’
“희생해 준 광양시민 무시 말라”
지역사회 여론 향배, 초미 관심
△지난 12일 광양시의회가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2일 광양시의회가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양시의회가 시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광양제철소 본부를 직접 찾아 광양지역 최대 이슈로 떠오른 ‘포스코, 정비 자회사 설립 추진’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그동안 묵혀왔던 목소리를 분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광양시의회의 포스코에 대한 전례 없는 강경 대응이 ‘1회성’에 그치지 않고 마치 끝을 보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지역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더나가 시의회의 이 같은 강경 행보가 지역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인가와 더불어 여론의 향배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게 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양시의회는 서영배 의장을 필두로 지난 11일 광양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하고, 12일 오전에는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지역사회 상생협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의회는 “최근 결의문 채택 등 두 차례에 걸쳐 시의회 차원의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포스코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광양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포스코가 광양시민의 요구에 응할 때까지 시의회가 적극 나설 것”이며 “더나가 범대책위 구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근간에 ‘포스코의 발전이 시의 발전이라는 생각으로 삶의 터전을 내준 광양시민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질책인 셈이다.

서영배 의장은 “이번 기자회견은 포스코의 상생협력을 바라는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가만 있을 수 없는 책임감의 발로”라며 “기업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상생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광양지역 상생협력협의회 적극 참여 및 실효성 있는 방안 빠른 시일 내 시행 △일방적인 정비 자회사 설립 추진 중단 및 지역업체 활용, 지역인재 채용 등 상생협력 방안 실천 △이차전지, 수소 등 미래 신사업 적극 투자 등을 촉구했다.

광양시의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3일 오전 ‘제317회 광양시의회 임시회 폐회’에 앞서 서영배 의장이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포스코 지역 상생협력’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피켓 시위에 나섰다.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는 정회기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 포스코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14일에는 안영헌 시의회 운영위원장이 같은 장소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이어갔고, 17일 오전 출근시간에는 컨테이너부두 사거리에서 전체 의원이 참여해 집회를 연다. 

또한 18일부터는 백성호 부의장을 시작으로 매일 1명의 시의원이 1인 릴레이 피켓 시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포스코는 광양시의회 기자회견 직후, 시의회가 우려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포스코는 정비 자회사 설립 우려 관련해 “정비기술력 축적과 안전수준 제고를 위해 포항, 광양에 정비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인 만큼 기존 정비협력 작업은 지속될 것”이며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사간 상세한 거래 내용을 파악해 납품을 종전대로 받는 등 소상공들에게 어떠한 불이익과 손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생TF와 관련해서는 “지역사회에서 3차 회의 연기를 요청한 후 향후 일정에 대해 전달받지 못했다”며 “날짜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후속 회의를 통해 이견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묵묵부답 포스코’ 뿔난 시의회 

광양시의회가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입장 표명에도 포스코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시의회 역사 최초로 광양제철소 본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한 달간의 1인 피켓 시위에 돌입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최근 포스코가 추진 중인 정비자회사 설립과 그동안 지지부진 해온 상생협의회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영배 시의장의 1인 피켓시위
△서영배 시의장의 1인 피켓시위

시의회와 포스코, 갈등의 시작

시의회와 포스코의 갈등은 지난달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17일 주주총회를 통해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곧바로 성명서를 통해 광양이 홀대 받고 있다며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본사 광양이전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 내 목소리가 높아지자 시의회도 지난 3일 “포스코가 실효성있는 지역상생협력방안을 만들고 기업시민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라”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상생협의회 탈퇴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와 함께 정비자회사 설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노조는 ‘꼼수’라며 곧바로 반대의견을 표명했고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광양시도 입장문을 내고 공식적인 우려를 표했다. 

광양시의회는 지난달 29일 반대성명을 내고 “포스코가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 젊은 인재 유입,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는 허울 좋은 명분”이라고 비판하며 자회사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두 차례 입장표명, 포스코 ‘묵묵부답’

시의회가 이처럼 지역상생과 정비자회사 원점 검토 등 연달아 두 번의 성명서를 발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포스코와 관련해 온통 실망스러운 소식이 쏟아지며 지역 여론도 포스코에 호의적이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포스코홀딩스 포항 이전과 정비자회사 설립을 제외하더라도 광양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철광석 빗물이 유출됐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광양환경운동연합이 대책마련 및 사과를 촉구했다. 여기에 직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까지 입방아에 오르며 포스코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역사회를 비롯한 전남도, 광양시, 광양시의회 등 기관이 공식적으로 몇차례에 걸쳐 우려를 표했음에도 포스코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결국 시민들을 대변해 시의회가 행동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시의회는 12일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13일부터 1인 피켓시위에 돌입했을 뿐만 아니라 오는 17일 컨테이너 부두 사거리에서 의회 차원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밖에 제 317회 광양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정회기 의원이 5분 발언을 하고, 서영배 의장은 범대책위원회 구성까지 거론하는 등 상황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영헌 시의원의 1인 피켓시위
△안영헌 시의원의 1인 피켓시위

기자회견과 1인 피켓 시위

앞선 두차례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어떠한 대답을 내놓지 않자 광양시의회가 대답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영배 광양시의회 의장은 지난 11일 광양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하고, 12일 오전 시의회 최초로 광양제철소 본부를 직접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포스코는 광양시민을 명백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하는 기업윤리에도 위배되는 이율배반적인 처사”라고 강도 높여 비판했다. 

이어 “광양시민들은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내어주고, 앞으로도 환경오염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생존권과 건강권에 대한 위험요소를 감내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광양시민들은 포스코를 응원하고 동반상생을 위해 함께해 왔는데도 광양시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의회는 포스코에게 △광양지역상생협력협의회 적극참여 △빠른 시일내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 △자회사 설립 추진 중단 △미래 신사업 적극투자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포스코는 “지역 소상공들에게 어떠한 불이익과 손해가 없도록 할 것이며 상생협의는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시의회는 다음날인 13일 예정대로 서영배 의장이 1인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서 의장은 “광양시민들은 포스코의 발전이 우리 모두의 발전이라고 여기며 동반상생을 위해 앞장서왔지만 돌아온 건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행태였다”며 “모든 역량을 집중에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317회 임시회 정회기 의원, 5분 발언

같은 날 1인 시위와 더불어 제31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도 정회기 의원의 5분 발언이 진행됐다. 

정 의원은 지난 1987년 광양제철소 설립 후 광양시와 시민들이 상처 받은 여러 사례들을 언급하며 “기업시민이 아닌 시민의 기업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1981년 광양제철소 입주가 결정되었을 때 광양시민들은 기쁨에 환호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이후 동광양시, 통합광양시가 됐지만 그동안 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산업시설로 인해 자연생태계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6년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의 독자적인 구매제도를 포항으로 일원화하고 2009년 광양상공회의소 분리 독립때에도 포스코는 갖은 명분을 내세워 광양시민의 요구를 무시했다”며 “현재도 포항시와는 제철소 설비투자, 물품구매, 일자리 등에 대해 긴밀히 논의하고 있지만 포스코퓨처엠 본사 이전과 광양제철소 상생협력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의원은 “포스코가 환경과 사회적 가치 실현, 수평적 거버넌스, 지역 공동체 실현을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기업, 시민의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