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안나푸르나’를 걷다 Ⅱ
신들의 정원 ‘안나푸르나’를 걷다 Ⅱ
  • 김양환 기자
  • 승인 2023.06.18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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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전망대 일출, 다울라기리 등
8000m급 산군을 바라보다
△ 고라파니에서 바라보는 ‘다울라기리’
△ 고라파니에서 바라보는 ‘다울라기리’

트레킹 3일째 

고라파니에서 푼일전망대를 구경하고 내려와, 다시 고라파니에서 츄일레까지 가는 13㎞, 9시간 정도를 걷는 일정이다. 푼힐전망대는 3210m로 ‘푼족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해가 뜨면서 산봉우리에 반사된 빛의 향연은 감동 이상이다.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산 다울라기리(8167M)를 비롯해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등 8000m급의 산군을 다 볼 수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나야폴에서 지누단다를 지나 ABC까지 바로 가는 코스와 나야풀에서 푼힐전망대를 거쳐서 ABC를 오르는 2개의 코스가 있다. 아니면 짧게 3박4일 정도로 푼일전망대만 다녀올 수도 있다. 그만큼 푼일전망대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꼭 올라야 하는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새벽 4시, 모닝콜 시간인 5시보다 빨리 눈을 뜨고 산행을 준비한다. 두꺼운 바지와 파카를 입고 헤드렌턴을 머리에 맨다. 스태프가 준비한 고소예방에 좋다는 생강차와 마늘수프를 마시고 출발한다. 전망대에 가는 길은 매표소에 150루피를 내야 한다.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계속된 오르막 돌계단을 1시간 정도 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도착한 전망대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일출 포인트를 선점하고 삼각대를 설치하는 등 준비에 부산하다. 

푼힐의 일출은 황홀하다는 표현 외에 또 다른 미사여구가 생각나지 않는다. 8000m가 넘는 설산 정상에 반사된 빛을 배경 삼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연속된다. 흩어져 있던 일행들을 모아 단체사진도 한 컷 해본다. 아쉬움에 하산 길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게 된다.

△ 푼힐전망대 일줄
△ 푼힐전망대 일줄

고라파니에서 아침식사 후 시작된 트레킹은 데우랄리까지 급격한 오르막길을 지나면 반탄티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이어진 정글 숲길과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다. 도착지는 츄일레. 앞마당이 넓고 건물도 큰 디스커버리라는 이름의 롯지다. 

필자로서는 3일째의 트레킹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코스다. 평소 산행에 나름의 자신을 갖고 있던 나의 자만감이 일을 저질렀다. 나와 친구는 항상 선두에서 산행을 했고, 이날은 선두 가이드를 추월해 걷다가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지도를 보면서 목적지를 찾으려 했지만 히말라야 깊은 숲속에서는 헛된 일이었다. 큰 곰이 산다는 정글을 3시간 넘게 돌아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가랑비가 내리는 늦은 오후였다. 

안도도 잠시, 짐을 정리하던 나는 휴대폰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됐다. 휴대폰에 담긴 정보는 고사하고 여행 중 찍은 사진은 어떡하란 말인가. 할 수 없이 현지 가이드와 함께 돌아온 길을 다시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휴대폰을 잃은 곳이 두 곳으로 압축됐고,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4시간을 돌아 산길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찾았다. 행운이었다. 이날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이 14시간 만에 끝났다. 

△돌계단 산행길
△돌계단 산행길

트레킹 4일째 

어제의 힘든 하루 피곤함도 자고 나니 괜찮다. 오늘은 추일레에서 시누와까지 9㎞, 6시간 정도의 산행으로 최고 고도가 2560m다. 점심식사 장소인 촘롱은 몽골계 혈통의 우리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구릉족 마을이다. 한글 간판이 있고, 커피숍과 빵집, 상점 등이 있는 큰 마을이다. 말하자면 히말라야의 다운타운이다. 언덕의 계단식 밭은 남해 다랭이마을을 연상케 한다. 식사 후 휴식 중인데 일행 중 대학생 친구가 벌써 빵을 사서 맛보라 한다.

촘롱에서 시누와까지는 돌계단으로 된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 1시간 30분 정도의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촘롱에서는 내려가는 길 중간에 TIMS와 ACAP를 검사하는 체크포인트가 있다. 일종의 입산허가다. 단체는 가이드가 하지만 개인은 직접 받아야 한다. 여기서부터 안나푸르나에 접어드는 시점이기도 하다.

 

△3200미터 데우날리
△3200미터 데우날리

3200m 데우날리 

비바람과 추위, 고산병으로 힘든 하루

트레킹 5일째

시누아에서 데우날리까지 11㎞ 구간이고 7시간이 걸리는 일정이다. 이제 ABC(안나푸르나베이스켐프)까지는 이틀이면 도착한다. 데우날리에서 하룻밤을 자면 다음이 ABC다. 시누아(2360M)에서 데우날리(3200M)는 1000M 가까이 고도를 올려야 해서 고산증을 조심해야 한다. 

△히말라야 마을 커피숍
△히말라야 마을 커피숍

시누아를 출발하면서 내리는 비는 양의 차이만 있지 그치지 않는다. 밤부, 도반, 히말라야 마을 거쳐 데우날리를 가는 길은 주변이 정글이다. 네팔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떨어지기 싫어서 인지 비를 맞으며 안간힘을 쓴다. 랄리구라스는 3,4월에 피어 절정을 이루는 빨간색의 꽃이다. 밤부까지 내리막길이 도반을 향해서는 오르막이다. 2850M 히말라야 마을까지 계속된 오르막에 지친 몸은 히말라야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로 피로를 푼다. 이런 곳에 커피숍이?

가는 길에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가 여럿 보인다. 또 지난 2020년 1월 네팔 교육봉사활동에 참가했다 변을 당한 네 분의 선생님을 기리는 표지판이 바위에 붙어있다. 잠시 묵념을 하고 지난다.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

데우날리에 도착해서도 비는 더 굵게 내리고 기온은 뚝 떨어져 춥고, 3200M 고산인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다들 롯지 휴게실에 모여 앉자 추위를 달래 보지만 사람 온기가 전부다.  결국 스태프가 돈을 주고 난로를 피워 추위를 막아본다. 긴 탁자를 발아래까지 천으로 덮고 안에다 가스스토브를 피워서 난방을 한다. 이날 일정은 비, 바람, 고산증으로 제일 힘든 트레킹이다. 결국 일행 중 한 사람은 고산증과 체력 고갈로 가까스로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데우날리는 롯지의 형편도 좋지 않다. 여러 사람이 한방을 써야 하고 와이파이와 핸드폰 충전도 안 된다. 비용은 지불했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은 고산증과 추위로 힘든 하룻밤을 지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