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TOP스토리] ‘사교육을 잡아야 민심을 얻는다’는 식의 정치 논리의 부조리
[에듀TOP스토리] ‘사교육을 잡아야 민심을 얻는다’는 식의 정치 논리의 부조리
  • 광양뉴스
  • 승인 2023.07.02 17:14
  • 호수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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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백 / 광양시학원연합회장 / 에듀TOP수학학원대표
김경백 / 광양시학원연합회장 / 에듀TOP수학학원대표

곧 1학기 기말 지필고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선생 노릇하기가 무척 어렵고 힘듦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잦은 사용과 맞벌이 부부의 관리의 부제 등으로 학습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험 보는 당사자는 담담한데 강사만 속이 타들어 간다. 그나마 학원에서 한 번이라도 써보고, 읽고 풀어본 게 있기에 그나마 낙제점은 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고3 수험생을 담당하는 강사는 학생들의 내신을 올리기 위해 막바지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출제 예상이 높은 문제를 엄선하여 기말고사를 대비 중이다.

이때다. 모두가 시험에 집중하며 지쳐있는 이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하루 만에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한다고 한다. 

급기야 이른바 ‘킬러문항’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름도 그럴싸한 『사교육 경감대책』까지 발표하기에 이르고, 대형 입시학원의 세무조사가 줄을 잇는 등 대대적인 정부의 압박이 진행되고 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과외 금지 정책’은 불법 과외를 양산하며 되레 암시장을 키워냈다.

 2004년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사교육자를 8대악으로 간주, ‘학파라치’까지 등장시키며 학원을 탄압했던 때가 있었다. 

서울은 2008년 제정된 ‘서울시 심야 교습 금지 조례’로 10년 넘도록 밤 10시 이후 학원의 심야 교습이 금지되고 있지만, 사교육 부담이 줄었다거나 아이들의 학습 부담이 줄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대학 입시 준비는 공교육만으로 충분해야...”한다며 사교육비 부담이 젊은 부부가 출산을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라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사(私)교육, 즉 학원교육이 「킬러문항」을 낳게 했을까? 또 학원들이 성행하기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현상이 초래되었을까? 

사교육은 고대부터 있어 왔으며 교육과 문화의 발전에 따라서 이들의 역할도 고도로 전문화되어 왔다. 

정부와 교육부의 부실한 교육정책의 폐단을 더 이상 사교육의 탓으로 돌려서 사교육업계를 마녀사냥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오히려 ‘학원에서 미리 배워와라’는 학교의 가르침, 무너지는 교권, 공교육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선 등 공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외면하면서 사교육의 폐단만 지적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의 서열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그 어떠한 교육정책도 유명무실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금 유료인 EBS 중학 프리미엄 강의를 무료로 전환한다고 해서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것인가? 그런 지엽적인 방법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분리하여 어느 한쪽만을 우선시하거나 기피하기 보다는 수레의 양바퀴처럼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길이 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