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아지트’…웃음꽃 피는 아이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아지트’…웃음꽃 피는 아이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8.18 17:23
  • 호수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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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드림 돌봄 공동체 ‘화제’
광양지역 아이들, 누구나 환영

“광양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사용할 수 있는 ‘아지트’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를 통해 엄마들도 안심하고 맞벌이에 나섰으면 합니다” 돌봄 공동체 ‘웃음꽃 피는 아이들’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경 대표의 말이다. 

‘웃음꽃 피는 아이들’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엄마들이 모여 돌봄 센터를 이용하기 힘든 가정을 위해 ‘틈새시간 돌봄’을 목적으로 구성했다. 처음엔 광양시 가족센터에서 품앗이 사업으로 뭉쳤다. ‘공동 육아’를 꿈꾸며 활동해 오던 이들은 올해 전남도가 처음으로 시작한 ‘행복 드림 돌봄공동체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 아이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소중한 ‘아지트’ 

 

이은경 대표를 비롯해 7가정으로 구성된 ‘웃음꽃 피는 아이들’의 비밀 아지트는 금호동에 위치해 있다. 제철남초등학교와 제철유치원 인근에 있는 매화아파트 23동에 자리를 잡았다. 주로 금호동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광양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 누구라도 찾아서 편하게 놀다 갈 수 있게 1층으로 구했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 특별한 공동체는 자유로운 아이들의 쉼터를 표방하며 구성됐다. 그야말로 아이들의 ‘아지트’인 셈이다.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과 장난감들이 마련돼 있어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놀 수 있다. 

공동체를 이용하는 부모들은 “이용하기 위한 조건도 별도로 없는데다 부담 없이 아이를 맡겨 둘 수 있어 육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칭찬 일색이다. 

이처럼 ‘품앗이 육아’라는 이상향을 그려가던 중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바로 아이들의 ‘방학’이다. 사실 방학이 아이들에겐 천국일지 모르지만 맞벌이 부부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돌봐줄 가족들이 없는 가정이라면 심각하게 와 닿는다. 

방학을 맞아 공동체도 방향을 조금 달리했다. 아이들이 오는 것은 상관없지만 하루 종일 놀게만 둘 수 없어 약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광영동에서 운영 중인 광양다같이마을학교와 연계해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글쓰기 △다도 △로봇 △미술 △코딩 등 5개의 과목을 만들고 오전 2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놀이나 교육을 떠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편하게 다양한 활동을 접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적성을 찾는 아이들도 생겼다. 게다가 실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파자마 파티나 가족캠핑 등 야외활동도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젠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아지트’를 찾는다. 맞벌이 부부에겐 그야말로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가 된 셈이다. 

 

#현실과 다른 지침에 어려움도

 

공동체가 날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입장에선 고민이 많다. 이용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이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비나 간식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일부 나눠 부담하고는 있지만 이용이 일정치 않은 아이들도 있어 전액을 청구하긴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진행 중인 공모사업은 예산의 10%가량만 식비로 사용이 가능해 아이들의 점심이나 간식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점심식사 때문에 아이들을 돌려보내야 할 때면 어쩔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마음이 씁쓸하다. 

공동체 내에서 실무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하 씨는 “식비뿐만 아니라 외부강사 인건비 등도 별도로 책정이 어려워 모두 자원봉사에 기대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며 “아직 사업이 첫해이다 보니 지침과 현장의 차이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활동까지 ‘금상첨화’

 

앞서 언급했지만 방학을 맞아 실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족과 함께하는 외부활동에도 나섰다. 지난 2일 파자마 파티를 연데 이어 12일~13일은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떠난 것이다. 익숙한 잠자리를 떠나 또래 친구들과 장난치며 잠들 수 있어 아이들의 열광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캠핑 출발 당일 오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주최하고 광양시중마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해 포스코 유리공예재능봉사단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리 공예 체험도 실시했다. 깨진 유리조각을 재활용해 타일 모자이크 컵 받힘을 만들어 본 아이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에 출발 전부터 들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설렘을 가득 안고 떠난 캠핑장에서는 물놀이와 맛있는 저녁식사에 무더위도 잊은 채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단순한 공동 돌봄 기능에서 그치지 않고 또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가족 간의 만남을 통해 진짜 공동체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며 “우리 외에도 공동체들이 더욱 활성화돼 더 많은 아이들이 편하게 찾고 보호받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