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취재 – 고향사랑기부제] “민관이 협력해, 지역의 힘 키우는 게 성공 관건”
[연합취재 – 고향사랑기부제] “민관이 협력해, 지역의 힘 키우는 게 성공 관건”
  • 광양뉴스
  • 승인 2023.09.08 17:01
  • 호수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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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취재 – 고향사랑기부제, 일본은 어떻게 성공했나? ⑥ 국외 – 일본 편

2023년 1월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고,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2020년 고향납세 기부액이 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7회에 걸쳐 국내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현황과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보도 순서>

1. 청양군  2. 당진시  3. 사천시  4. 일본 아사히카와 상(上)  5. 일본 아사히카와 하(下)

6. 일본 몬베츠 상(上)         7. 일본 몬베츠 하(下)                       

 

△ 몬베츠시 시청 전경.
△ 몬베츠시 시청 전경.

일본의 ‘고향납세제 성공’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도시가 있다.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홋카이도 ‘몬베츠’다. 몬베츠는 일본 1780여개의 지자체 중 2021년 기준으로 모금액 1위를 기록했다. 기부건수 110만건에 모금액은 1530억원으로 한해 예산의 절반에 달한다. 앞선 2020년에는 86만 건, 1300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몬베츠의 고향납세 정책은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의 힘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고향납세제 시행 이후 14년간 행정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답례품을 발굴하고 지역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에서도 몬베츠 사례가 알려졌을 정도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 몬베츠시 시청 직원들.
△ 몬베츠시 시청 직원들.

인구 2만 몬베츠시, 

‘유빙’보다 ‘고향납세 1위 도시’로 더 유명

“지역민들이 매력적인 답례품을 개발해 준 덕분에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됐죠.”

지난 7월 11일 몬베츠시 시청에서 만난 총무부기획조정과 고향납세제팀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성공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역민들이 다양한 상품과 아이디어를 답례품으로 제안하면, 행정은 적절성과 상품성 등을 판단한 후 답례품으로 구성한다. 답례품 종류만 800여 가지가 넘는다. 

몬베츠시는 ‘유빙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홋카이도 오호츠크해 연안의 중앙에 있으며, 매년 겨울 유빙들이 유입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쇄빙선이 두꺼운 유빙을 부수며 항해하는 모습이 몬베츠의 대표적인 겨울 풍경이다. 오호츠크해를 바로 맞대고 있어 예전부터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이 발달했다. 전체 답례품 중 60%가량이 해산물 답례품으로 특히 가리비와 대게, 새우 등 해산물 등이 인기가 높다.

인기가 높은 답례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화해서 기부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가리비만으로도 수량, 부위, 보관 상태(냉동, 건조), 가공방식 등에 따라 답례품을 구성했다. 

 

△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이 발달한 해양도시답게 가리비와 대게, 새우 등 해산물 답례품이 특히 인기가 많다.
△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이 발달한 해양도시답게 가리비와 대게, 새우 등 해산물 답례품이 특히 인기가 많다.

홍보 대상 특정하고 뚜렷한 목표

‘도시 홍보’와 ‘인구 유입

올해 7월 기준 몬베츠시 인구는 2만551명. 몬베츠시 역시 일본의 지방 소도시가 그러하듯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 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몬베츠시의 고향납세 정책 추진 핵심 두 가지는 ‘도시 홍보’와 ‘인구 유입’이다. 즉, 도시인들에게 몬베츠시를 알리고 인구를 유입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고향납세 홍보 대상은 명확하다. 수익이 일정 정도 보장된 도시인을 주 타겟층으로 설정하고 홍보 범위를 오사카나 도쿄, 나고야 등 대도시로 확장했다. 출향 향우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기도 하지만 일시적인 기부에 머무르는 반면 도시에 거주하는 관계 인구가 늘면 장기적인 기부가 이뤄진다. 

아울러 어느 지역에서 기부가 많이 이뤄졌는지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지역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홍보 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30개가 넘는 고향납세 민간 플랫폼의 답례품 랭킹을 확인하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인기 제품과 트랜드를 분석한 후, 어떤 것들을 답례품으로 구성하고 홍보할지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또 도쿄 등 대도시에서 열리는 고향납세제 관련 박람회를 비롯해 대형 호텔, 전철‧기차역은 물론 잡지와 유명 웹사이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주민 교류장소인 타타바라에 방문한 몬베츠시 지역민과 연합취재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민 교류장소인 타타바라에 방문한 몬베츠시 지역민과 연합취재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빙 1톤’ 답례품, 기발함으로 ‘화제’

온라인 쇼핑처럼 ‘민간 플랫폼’

몬베츠시는 최근 기발한 답례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빙 1톤 보내주기’ 답례품으로 지난 겨울 유빙을 떼어내 냉동 창고에 보관중이다. 물론 해당 답례품을 선택한 사람은 없지만  이 엉뚱한 답례품은 오호츠크해 해양환경 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다. 유빙 1톤 보내주기 답례품은 등장과 동시에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일본 내 각종 매스컴에 자주 노출됐다. 결국, 몬베츠시는 유빙 보호 캠페인도 하고 지역 홍보도 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지역만의 스토리를 입힌, 독창적이고 차별화한 답례품 발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사례다.

물론, 1위 비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그중 민간인 플랫폼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기부할 수 있는 곳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 하나뿐이지만, 일본은 라쿠텐, 사토호루, 후루나비 등 민간이 운영하는 다양한 고향납세 포털 사이트가 있다. 2014년 2개에 불과했던 고향납세 민간 사이트는 불과 10여년만에 30개를 넘어섰다. 기부자들은 온라인 쇼핑하듯 민간 플랫폼에 쉽게 접근해, 간편하고 빠른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할 때부터 기부금 사용처를 지정할 수도 있으며 곧바로 답례품 선택까지 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민간 플랫폼을 통해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다소 복잡한 한국의 기부 플랫폼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 톳카리센터는 오호츠크해 연안에 모습을 보여주는 물개들을 보호, 사육하는 일본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사진 출처: 홋카이도 몬베츠시 오호츠크 가린코 타워 주식회사 홈페이지)
△ 톳카리센터는 오호츠크해 연안에 모습을 보여주는 물개들을 보호, 사육하는 일본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사진 출처: 홋카이도 몬베츠시 오호츠크 가린코 타워 주식회사 홈페이지)

해양환경 보호 활동…가장 큰 기부금 사용처

주민 참여 ‘상점가 활성화 사업’도 주목받아

몬베츠시는 ‘오호츠크해의 해양환경에 관한 사업’으로 다른 지역의 고향납세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몬베츠시 지난해 기부금 집행 내역을 보면, 갈리아 지구 내 시설(빙해 전망탑‧해양공원·교류관 등) 관리‧운영 경비로 약 21억원을 집행했다. 이와 별개로 관련 기금도 꾸준히 적립하고 있다.  

이 중 ‘바다표범 보호활동’은 몬베츠시의 상징과도 같다. 바다표범은 유빙과 마찬가지로 몬베츠시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요소 중 하나다. 오호츠크해와 맞닿아있어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물개가 유빙과 함께 해안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톳카리센터는 일본 내 유일한 물개보호·사육 시설로 1987년 문을 열었다. 처음엔 4마리였지만 현재는 점박이물범과 고리무늬물범 등 20마리의 바다표범을 사육중이다. 

방문객들은 사육사의 해설을 들으며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센터 내에는 치료시설도 갖춰져 있다. 바다에서 상처를 입거나 쇠약한 바다표범을 데려와 일정 기간 치료한 후 적응훈련을 마치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민관 협업을 통한 시가지 활성화 프로젝트인 ‘상점가 활성화 대책’ 사업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름하여 ‘모두의 마치나카 프로젝트’ 사업이다. 상업 지역 내 빈 점포나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내 중심에 들어선 지역민 커뮤니티 공간인 ‘타타바라’가 대표적이다. 

몬베츠시 마을만들기정비추진실 나카하시 마사히로 부참사는 “모두의 마치나카 프로젝트는 몬베츠 시내 곳곳의 빈집 또는 빈 점포를 점검·지원해 주민 교류 장소를 만드는 사업으로, 시가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업 추진 방식이 좀 독특하다. 처음부터 행정뿐만 아니라 상가 연합회, 은행을 포함해 지역민이 함께 TF팀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행정은 토지나 건물매입, 리모델링 등에 관한 예산만 지원한다. 시민들이 직접 이벤트를 시행하고 리모델링 방향이나 건물 운영방안을 논의한다. 이후 실제 리모델링 과정에 재능 기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참여하며 계획단계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에 주민들의 손길이 들어간다. 

나카하시 마사히로 부참사는 “ ‘내가 만든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전 과정에 주민들을 직접 참여시킨다”며 “이 때문에 거부감 없이 누구나 쉽게 교류 장소에 들리고 쉬었다 가는 등 전반적인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타타바라’는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민 사랑방이다.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를 비롯해 한쪽에는 보드게임과 음료도 갖춰져 있다. 다양한 시민 프로그램을 개설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월 1회 정기 강좌도 개최한다. 특히 어린이 대상 컴퓨터 교실은 인기가 높은 편이다. 마을 축제 준비를 논의하기 위해 타타바라를 찾은 니노미야 준코(62)씨와 크리다키 세이코(73)씨는 “아이들과 지역민이 편하게 와서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사용한 또 다른 주력사업인 인구유입 정책(이주 정책)과 보육료 무상화 사업 등 못다 실은 이야기는 다음 기획에서 이어진다. 

연합취재단 - 무주신문 이진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국내 7개 신문사(뉴스사천, 청양신문, 광양신문, 고성신문, 당진시대, 주간함양, 무주신문)가 연합 취재·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