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마친 ‘와우초 육교’, 갑작스런 위치 변경 주민 반발
발주 마친 ‘와우초 육교’, 갑작스런 위치 변경 주민 반발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9.18 08:30
  • 호수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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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황당하고 접근방식 잘못”
鄭, 민원제기에 전면 재검토 지시
의회, “어떠한 설명 없었다” 질타
시, 변경안 만들어 주민 설득나서

올해 3월 개교한 와우초 학생들을 위해 설치될 통학 육교 위치가 변경될 것이라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이미 실시설계에 이어 자재까지 발주를 마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설치 지점이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시가 주민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인 행정으로 주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것. 

지난해 말 광양시는 인근 주민들의 안전통학로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자 ‘어린이 통학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인화 시장의 방침에 따라 신속하게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같은 해 11월, 4회 추경에 실시설계용역비 2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12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곧바로 실시설계용역에 들어갔다. 

당초 육교는 주민들의 건의를 수용해 학교와 바로 이어져 아이들이 육교에서 내려오지 않더라고 간편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당 사업명도 ‘와우초등학교 통학로 설치사업’으로 정해지며 아이들의 편리한 통학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실시설계를 마치고 자재 발주까지 마친 육교는 6월경 착공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미뤄졌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정인화 시장이 현장을 찾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와우초와 같은 방향에 위치한 아파트 통장들이 주민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위치 변경을 요청했다. 정 시장은 동행한 담당부서 공무원들에게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담당자들은 부랴부랴 중동 쪽으로 200m를 앞당겨 동문디이스트 후문 삼거리로 육교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시는 원안과 변경안을 놓고 주민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위치 변경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모양새다. 

시 관계자는 “동문쪽 주민들이 스위트엠 방향으로 이동하는 빈도가 높아 육교 사용률이 높을것으로 예상되고, 버스 정거장이나 LH거주 중인 교통약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시장님도 육교 이전에 긍정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동문에 주민들이 많이 입주하지 않은 상황이라 통장 등 대표자들도 없어 해당 부분을 간과한 면이 있다”며 “실시설계 변경 비용이나 자재 등에 추가비용이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길 건너 아파트단지를 포함해 같은 방향인 동문디이스트 일부 입주민들도 원안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일방적인 행정으로 주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근 아파트 한 주민은 “동문이나 LH주민들의 요청도 이해하지만 해당 사업은 안전통학로 조성으로 설치되는 육교임을 감안했을 때 접근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설계까지 마친 사업이 일부 민원으로 휘둘리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든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최초 목적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납득이 불가하다”며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해당안을 고수하는 시의 방향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에 맞게 아이들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근 아파트 입주자협의회와 학교측이 원안을 선호한다는 답변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계속해서 변경안을 고집하자 광양시의회도 현장 확인에 나서 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질타했다. 

김보라 의원은 “예산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회에 전혀 보고도 하지 않고 변경을 추진했다”며 “어린이 통학로라는 사업 목적이 아예 변경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으로 승인된 예산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일언반구도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지자 시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변경안을 설득하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지만 반대 여론은 쉽게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