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함께 기대하며 만드는 축제
[사람과 삶] 함께 기대하며 만드는 축제
  • 광양뉴스
  • 승인 2023.09.22 18:30
  • 호수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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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임
•광양YWCA 이사
•국방부 /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 진흥원 전문강사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

어느 공직 후보자의 과거와 현재의 언행이 도마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최근 내뱉은 이 한마디가 구정물 통을 휘젓듯 불편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여성가족부가 뭣 허는 곳인고? 어째서 남성가족부는 없으까?

몇 년 전, 가정폭력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1366(여성긴급전화)과 연계해서 홍보를 나갔을 때 만난 어느 공무기관 50대 남성이 비아냥거리면서 한 말이다.

그 남성의 요지는 세상이 좋아지니까 여자들이 너무 기가 세져서 오히려 고개 숙인 남자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얘기며 이만하면 됐지 무슨 ‘여성가족부’라는 부처까지 만들어서 이것저것 해 달라는 게 많으냐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가정사라고 여기거나 별일 아닌 것으로 넘어갔던 일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그것이 여성이었을 경우) 드센 여자, 혹은 나대는 여성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경우였다.

왜 일부 남성들에게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얘기하거나 자기주장이 뚜렷한 여성들은 불편한 존재일까?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대다수 남성들의 고정관념 속에는 그동안 남성들만의 영역이었던 부분을 여성들에게 빼앗긴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이 괜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괜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쪽은 오히려 그들이 아닐까 싶다.

평등을 얘기하는 것은 남성들이 갖고 있는 것을 침해하거나 빼앗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삶의 영역이 확장되고 키워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웃으로 지내는 어떤 여성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배우자를 고를 때 다른 사람(집안)과 비교해 좀 더 나은 조건의 배우자를 고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단 고르고 골라서 괜찮은 여성이 며느리로 들어오게 되면 시집 쪽에서는 “그래도 나보다 더 잘난 꼴은 못 봐” 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특히 같은 여자인 시어머니나 시누이, 동서들한테는 사회에서 아무리 잘 나가는 여성이라도 일단 며느리나 올케의 위치에 서면 한 수 낮춰서 겸손(?)하고 조신하길 바라는 이중성이 있다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오죽하면 기혼 여성들이 ‘시’자가 붙은 것은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냐고...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부터 이런 불합리함이 발목을 잡는 데 언제 사회에 나가서 경쟁하고 제대로 자리를 잡겠냐고... 여성들에게 기회라는 게 있기는 하냐고...

“준비~ 땅!” 하고 달리기는 시켜 놓고 누구는 잘 닦여진 길을 좋은 신발까지 갖춰 신고 100미터나 앞서서 달려가고 있는데 한쪽은 조신한 스커트에 뾰족구두 신고 달리는 거 아니냐고... (석기시대 얘기라구요?)

물론 이 여성의 얘기가 너무 지나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런 불합리한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툭하면 여성가족부 갖고 동네북처럼 장난질이라니, 에효~!

올해도 광양시에서 양성평등기념행사가 열리는데, 해마다 개최되는 행사가 의미와 가치를 함께 거둘 수 있는 모두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