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특산물이 사라져 간다…이상기후로 ‘밤·감·매실’ 수확 감소
광양 특산물이 사라져 간다…이상기후로 ‘밤·감·매실’ 수확 감소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10.16 08:30
  • 호수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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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밤 수매량 ‘반토막’충격
재배 면적, 지속적인 감소 중
매실, 단감 등도 유사한 처지

이상기온 등 기후 위기에 대한 피해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광양시가 자랑하는 특산물 ‘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올해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폭염이 장기화되는 이상기후에다 고령화에 따른 재배 면적의 꾸준한 감소까지 겹친 탓이다. 

광양시와 광양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광양시 밤 수매량은 지난 7일까지 248톤으로 집계됐다. 밤 수확이 끝나가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채 260톤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2021년 724톤에 비해 2022년 477톤으로 35%가량 대폭 감소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더욱 큰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특히 광양 지역 농협 중 가장 많은 양의 밤을 수매하는 다압농협의 경우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다압농협은 연초 300톤 가량을 예상했지만 올해 실제 수매량은 130톤 가량에 머물렀다. 

김수홍 다압농협 전무는 “자연 감소량을 5~10%가량으로 설정하고 수매량을 예상하는데 올해는 예상치보다 60%이상이 감소했다”며 “올 여름은 비가 자주 온데다 폭염까지 이어지며 밤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규칙하고 습한 날씨가 장기간 지속되며 벌레가 많아 밤 품질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특대품이 30%를 차지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한때 전국 생산량의 20% 가량을 차지했던 광양 밤은 빠르게 명성을 잃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전국 생산량(3만2326톤)과 비교해보면 1.4%까지 떨어졌다. 생산인구가 고령화 된데다 나무도 노령화되면서 2005년 7000ha를 넘던 재배면적이 20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올해 2063ha로 65%가 없어졌다. 

더 큰 문제는 자연적인 재배면적 감소에 이상기후까지 겹치며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압농협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00만원을 들여 영양제 등을 농민들에게 공급하고 나섰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앞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기 힘든 실정이다. 

또 다른 특산물인 ‘매실’, ‘단감’ 등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명품으로 손꼽히는 광양 매실의 경우 2년 연속으로 생산량이 30%씩 급감했다. 봄철 급격한 기후변화에 매화나무의 수정 및 착과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한해 평균 90톤의 매실을 수확해오던 홍쌍리 청매실농원도 올해는 30톤가량을 수확한 데 그쳤다.

비교적 냉해 피해에 강하다는 단감도 지속적인 강우 이후 고온의 날씨가 지속되면서 일소과(과면이 햇빛에 타서 검게되는 현상)나 낙과가 대폭 발생하며 생산량이 줄었다. 

한 농민은 “올해는 당장 감나무만 올려다봐도 몇 개가 열렸는지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수확량이 줄었다”며 “새로운 농사법을 익히기 어려운 탓에 품목 변화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전무는 “기후변화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처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당장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재해보험에 가입하고 장기적으로 대체 품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압면의 경우 적극적으로 재해보험 가입을 장려해 매실 13억, 단감 6억 등을 보상받으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