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일각천금(一刻千金) : 짧은 시간도 천금과 같이 중요하다
[고전칼럼] 일각천금(一刻千金) : 짧은 시간도 천금과 같이 중요하다
  • 광양뉴스
  • 승인 2023.10.20 17:42
  • 호수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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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br>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신이 나에게 8만6400원을 매일 준다고 생각해보자. 그 돈을 나는 어디에 어떻게 쓰겠는가? 그런데 그 돈을 쓰지 않아도 쌓이지 않고 소멸된다고 하면 쓰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이 금수저든 흑수저든 누구에게나 똑 같이 부여된 시간, 즉 하루를 초(秒)로 환산한 시간이다. 

서양 격언에도 시간은 돈(Time is money)이라고 했다. 동양에서도 시간을 소중히 일각을 천금같이 여기라고 강조하는 고사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천금은 많은 돈을 표현 하기도하지만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말한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로 송(宋)나라의 명문장가 소식(蘇軾)은 춘야(春夜)에서 봄날 밤의 한 시각은 천금의 값어치가 있으니, 꽃에는 맑은 향기로운 달이 뜨고 구름에 진다. 노래하고 피리 불던 누대도 소리 이미 잦아들고, 그네 뛰던 뜰 안은 밤이 깊어 가는구나. (春宵一刻値千金 花有淸香月有陰) 이 시는 봄날 밤의 애상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봄밤의 한 시각이 천금이라고 표현한 것은 맑고 고운 향기를 내뿜는 꽃과 달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시간이 아름다움에 비해 짧다는 것으로 봄 경치에 대한 찬사를 나타낸다. 

이런 정경 속에서 울리는 노래와 음악 소리는 안마당의 고요한 봄과 밤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게 하고 있어 애틋한 정 마저 느끼게 한다. 

여기서는 일각천금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즐기는 한가로운 느긋한 시간을 말한다. 그윽한 봄밤의 이 분위기는 천금으로도 살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즐거운 시간이다. 

아무리 값나간다고 해도 느긋하게 느껴지는 것은 봄밤의 일각(一刻)이 그만큼 아름답고 값지니 그 가치를 알고 즐기자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인들에게 시간의 중요성으로 변화된다. 

일각(一刻)이나 일촌(一寸)이나 약 15분정도 되는 짧은 시간을 말한다. 하루를 분으로 환산하면 1440분이다. 그러니까 백 등분하면 14분 40초가 된다. 반올림해서 하루를 100등분하면 약 15분이 된다. 이 15분을 일각 또는 일촌이라고 한다.  

주자(朱子)도 권학시(勸學詩) 에서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가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연못의 봄풀은 아직 깨닫지도 못했는데 섬돌 앞 오동나무는 이미 가을을 알리는 구나.’(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주자가 인생을 살아본 경험을 젊은 청소년들에게 전하기 위해 시로 표현했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시간도 길게 느껴지고 젊음이 계속 될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항상 시간이 풍부할 것 같아 허투루 낭비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몸이 이미 늙어있음을 보고 절절히 충고하며 한탄하는 글이다. 

“젊은이들이여! 내가 지내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간다. 그대들이 무슨 의미 있는 일을 하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시간은 유수(流水)같아 손에서 떠난 화살처럼 흘렀구나. 나도 어떤 때는 시간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소년 시절에 생각하고 가졌던 대부분의 일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낙엽 지는 가을처럼 나의 인생도 이제는 가을이 되었구나.” 일평생의 변화를 일 년 으로 짧게 표현하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이다. 

당(唐)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도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가르친다. ‘젊은 한창때는 다시 올수 없고, 새벽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는다. 때를 맞춰가며 마땅히 힘써야할 것은 세월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고 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비롯하여 다른 곳에도 많이 인용되는 명문으로 전해지는 문장인데 여기에서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는 고사가 나왔다. 

하루 24시간은 수치로는 같지만 어린 시절의 하루와 나이 많은 어른들의 하루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청소년 시절은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른 되어 하루는 너무 짧다. 그 이유는 매일매일 똑 같은 하루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날마다 새로운 일을 하거나 무슨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놓고 실천하는 사람은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특히 해외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세워놓고 기다리거나 삶에 의미 있는 일을 준비 할 때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계획을 세워 매일매일 실천하면 시간이 마디게 가며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날마다 반복 되는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산다면 시간이 지루하고 삶의 의미가 뚜렷하지 못해 재미없이 살 수 밖에 없다. 청소년 시절만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시간을 쓰느냐에 따라서 시간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