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찾아 나서는, 광양시 공직자들 ‘왜’
랜드마크 찾아 나서는, 광양시 공직자들 ‘왜’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10.23 08:30
  • 호수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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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 300만원 지원, 국외문화체험
천편일륜 방문지, 대부분 유럽행
직군 무관하게 목적 ‘관광활성화’
성의 없는 보고서, 오탈자는 기본
△ 광양시청 전경
△ 광양시청 전경

광양시가 매년 수 억원을 들여 공직자들의 해외문화체험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상 대부분이 외유성 관광에 지나지 않아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직군과 무관하게 ‘랜드마크’에 집착하는 한편 유럽 특정관광지만 수 차례 방문했다. 심지어 결과보고서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접목방안을 담고 ‘공무국외출장시스템’에는 등록조차 않는 등 사후관리마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문화체험’ 살펴보니...

각 지자체는 공무원 후생복지를 위해 관련 조례를 만들고 국내·외 역사문화탐방, 효도 견학, 국외문화탐방 등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선진 행정을 경험하고 시 추진정책에 대한 접목방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양시는 올해 직원 국외문화체험 예산으로 2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일반문화체험은 5명 규모로 10팀에 1억5000만원, 시정발전유공자의 경우 8인 규모 4개 팀에 1억원이다. 팀이나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인당 300만원 가량을 지원받고 자부담을 별도로 추가해 다녀오는 형태다. 

국외문화체험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방문지는 단연코 유럽이다. 현재까지 문화체험을 마친 13팀 중 12팀이 유럽을 선택했으며 이 중 특히 이탈리아는 5팀, 스위스는 4팀이나 방문했다. 북유럽이나 동유럽으로 향한 팀도 3팀씩으로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방문한 도시가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화체험을 다녀온 이들의 직군과 직급은 다양하게 분포했으나 같은 직군끼리 다녀온 사례도 있다. 방문 목적으로 무려 9개 팀이 관광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했다. 관광활성화나 역사문화, 문화관광, 랜드마크 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심지어 보건, 시설. 농업, 행정 등 직군이나 업무 연관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관광’을 선택했다. 

△ 지난 20일 기준으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광양시로 올라온 보고서를 검색한 결과 2023년 6건이 검색됐다.
△ 지난 20일 기준으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광양시로 올라온 보고서를 검색한 결과 2023년 6건이 검색됐다.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랜드마크’

정인화 시장의 랜드마크에 대한 열망이 커서일까. 국외문화체험을 다녀온 약 100여명의 공직자들은 한결같이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의견을 내놨다. ‘랜드마크’는 제출된 13개의 보고서 중 무려 12개의 보고서에서 언급됐다. 

예로 들거나 도입을 주장하는 랜드마크의 형태도 다양했다. 파리 에펠탑, 영국 런던아이, 이탈리 피사의 사탑 같은 유명한 건축물부터 거리 조성, 체육시설, 덴마크 소각장 등 가지각색의 사례를 들며 광양시에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순신대교, 도립박물관 등 기존에 위치한 랜드마크에 대한 활용방안을 제시한 사례는 미미했다. 정인화 시장이 ‘이순신 철 동상’에서 ‘랜드마크’로 방향을 선회한 이후 문화탐방을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철 동상 건립을 주장하는 제안도 있었다. 

보고서에 버젓이 방문 기관 사전 일정 협의를 적어놓은 팀들도 있었지만 13개팀 중 시청 문화국 담당자를 만나거나 실무진을 만나 인터뷰를 시행한 곳은 1개팀 밖에 없다.

△ 게시된 보고서 중 일부는 제목, 목적, 참가자 등이 비어있는 미완성 보고서도 있다.
△ 게시된 보고서 중 일부는 제목, 목적, 참가자 등이 비어있는 미완성 보고서도 있다.

보고서 오탈자, 형식도 제각각

혈세가 투입된 문화체험인 만큼 다녀온 후 반드시 결과보고서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올려야 한다. 해당 출장으로 인해 습득한 지식이나 기술을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광양시는 올해 국외문화체험을 포함 총 26건의 국외출장을 진행했지만 게시된 보고서는 단 6건에 불과했다. 

작성된 보고서도 국민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빈번하게 보이는 오탈자는 기본인데다 대부분은 당장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단편적인 자료나 가이드의 설명 위주로 도시나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나열해 놓았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등은 찾아보기 힘들고, 보고서 형식도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표지와 참석자, 목적 등이 비워져 있는 미완성 보고서를 제출한 팀도 있다. 

방문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결론을 도출한 팀도 많다. 목적에는 관광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선 보고서엔 신재생에너지, 교통 캠페인 등 전혀 동떨어진 결론을 도출하는가 하면 인터넷에서 캡쳐한 이미지를 게시해 실제 방문 여부를 의심 가게 만드는 보고서도 있다. 

△ 지난 2019년 광양시는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회’를 개최했다. 당시 시 관계자는 “외유성 출장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철저한 심사와 결과 공유로 시정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 지난 2019년 광양시는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회’를 개최했다. 당시 시 관계자는 “외유성 출장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철저한 심사와 결과 공유로 시정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터무니없는 제안이 담긴 보고서뿐 아니라 느낀 점을 나열한 일기에 불과한 보고서도 있다. 참석자 대다수가 6급 이상의 책임자급 공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시 형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현실성 떨어지는 접목방안들이 담겼다. 아무리 문화체험이라 할지라도 개인이 여행 가는데 혈세를 보조해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한 시민은 “일반 시민들은 유럽 여행 가려면 시간과 돈이 모두 부담스러워서 한 번도 못가는 사례가 많은데 20쪽 분량의 보고서 한 장 받으려고 팀당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며 “일부 외유성 일정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