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
[들꽃산책]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
  • 광양뉴스
  • 승인 2023.11.25 12:17
  • 호수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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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김대명 /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1980년대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시절 대한민국 곳곳에 보인 것은 ‘정의사회 구현’이었다. 

그 시대 정의사회 구현에 대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의는 그것을 구호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해법을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음으로써 현실이 된다. 

공정은 중요하다.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안정적이다. 그런데 공정성은 절대적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공정성 인식 정도는 어떤 사물과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지며, 거기에는 만족과 불만족의 감정이 동반된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 말은 과정의 정당성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과정만 공정하면 결과는 정의로울 것인가? 이제 우리 사회는 과정의 공정을 넘어, 실질적인 평등에 기초한 공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능력주의가 도처에서 주장된다. 정치가는 모두 공정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철학, 정책, 제도가 공정을 뒷받침하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이런 능력주의 사회는 정의로운가? 실력을 기준으로만 성과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근간이 되는가? 이것이 능력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능력주의와 공정 사회라는 두 개념이 만나면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이다. 

이런 사회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승자에게는 오만함을, 패자에게는 굴욕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그런 감정이 정당한 감정이며, 그들이 받는 사회적 대우는 정당하다고 가르친다. 

능력주의는 사회의 엘리트층을 형성하게 하고 그 담을 높이 쌓는다. 능력주의는 엘리트의 유용한 도구다. 능력주의의 폐단을 능력주의가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능력주의의 역설을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능력을 중시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는 역량있는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능력주의 사회는 시민의 역량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발휘되는 것을 방해한다. 능력을 강조하면서도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신념과 철학을 성찰해야 한다.

첫째, 모든 직업에 존귀함을 가져야 한다. 모든 직업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 사회적 기여에 따라 존중해야 한다. 사회적 필요의 다양성에 따른 활동들이 그에 합당한 존중을 받을 때 사회적 연대는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둘째, 사회의 모든 영역에 대한 존중을 기초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그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중을 받는다면 그들의 의견도 존중을 받게 된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선을 공동으로 지향할 때 올바로 작동할 수 있다. 좋은 정책과 제도는 이러한 민주주의적 기반에서 만들어지고 시행될 수 있다.

셋째, 유익한 공동선을 발견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시민의 관점에서 공동선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를 시민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토론할 때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문화가 평생학습 차원에서 시작되면 좋겠다. 평생교육의 6대 영역 중에 시민참여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수사를 남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현명한 시민은 말의 수사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러나 올바른 길이 개인적 통찰로만 발견되기는 어렵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학습과 토론을 통해 나누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경청함으로써 함께 길을 열어 가는 것이 민주주의 시대에 마련된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