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편한 동거
[기자수첩] 불편한 동거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12.11 08:30
  • 호수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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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기자
김성준 기자

광양시와 광양시의회, 그리고 국회의원. 인구 15만의 중소도시에서 그야말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함께 광양시를 이끌어야 할 세 명은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협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장’들끼리의 문제를 넘어서 ‘기관’끼리도 마찰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일 광양시의회는 2024년 행정사무감사를 종료하며 위원회별로 강평을 발표했다. 

강평에는 두 위원회가 집행부를 향해 공통적으로 주문한 사안이 있었다. 바로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답변, 사업 전 시의회와 소통 부재 등이다. 

해마다 반복해서 지적되는 사안이긴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일부 시의원들은 지난 1년 내내 “집행부가 시의회와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집행부 역시 “시의회가 사소한 것까지 보고를 요구한다”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문제는 이 상황이 일부 시의원과 국과장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과 시의회의장이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 사적으로 만나거나 시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정인화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현 서영배 의장이 같은 당에서 시의원으로 활동했었단 점을 돌이켜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내부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외부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지난 5월 지역위원회는 안영헌 의원(광양읍)을 원내대표에서 사퇴시키고 김정임 의원(비례)를 새 원내대표로 결정했다. 

당과 의회간 소통 부재를 사퇴 사유로 꼽았지만 안 의원이 4월부터 원내대표를 맡은 점을 감안하면 한달여만의 사퇴는 이례적이었다. 

민주당 내부사정이야 차치하더라도 이 일이 있은 후, 서동용 국회의원의 리더십에는 물음표가 붙게 됐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내부 단속에 힘쓰고 있지만 한번 깊어진 갈등의 골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 모습이다. 

시가 추진하는 행사에도 서동용 의원이 불참하거나 영상 인사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 관계자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극구 부인했지만 ‘당이 달라 불편하더라’, ‘일부러 초청을 안한 것 아니냐’ 는 뒷말도 끊이지 않았다. 

광양시를 대표하는 세 명의 ‘리더’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편한 동거’를 이어오면서 결국 피해를 입는건 광양시민들이다. 

일방적인 행정 추진, 반대를 위한 지적, 뒤처진 현안 파악 등 소통 부재 속 보여지는 엇박자에 행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불편한 동거를 바라보는 실무진과 시민들의 속내만 곪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 불편한 동거도 얼마 남진 않았다. 2024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와 시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출 등 상황이 달라질 만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가 됐든 이 불편한 동거를 마쳤을 때 지역사회에서 ‘큰 어른’으로 남기 위해선 ‘협치’와 ‘포용’이란 기본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