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올해의 꿈은 무엇인가
[교육칼럼] 올해의 꿈은 무엇인가
  • 광양뉴스
  • 승인 2024.01.12 18:27
  • 호수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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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전 광양여중 교장 / 교육칼럼니스트
김광섭전 광양여중 교장 / 교육칼럼니스트

“뭐요, 꿈이요?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저희는요, 고등학교 일단 잘 가서 대학에 잘 가면 그때 뭔가 꿈이 생기겠지, 다 이런 생각 갖고 그냥…” 어느 방송사 스페셜에서 교육 특집으로 꾸민 ‘열다섯 살, 꿈의 교실’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한 중학생이 한 말이다.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을 시작하는 사춘기지만, 한국의 십대들은 꿈이라는 것을 보류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씁슬한 느낌이다. 

그의 말에 중요한 단어들이 있다. ‘그냥’과 ‘일단’이 그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이고, 누구나 보통 대화 속에서 별 생각없이 붙이는 부사지만, 거기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자신이 지금 왜 공부를 하는지, 무엇을 향해 인생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무조건 하고 본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묻지 마’ 공부다.

한국 청소년들은 공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열심을 보이지만 거기에는 진지한 열정이 안 보인다. 공부를 통해 늘어나는 실력에 대한 최소한의 뿌듯함도 없다. 오로지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상대적인 우열을 평가받기 때문에 공부의 내용 그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따라서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도 생겨나기 어려운 것이다. 배움도 삶도 모든 것이 수단화되어 버렸다. 

‘특목고’의 특별한 목적은 일류대학이라는 일반화된 목적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일류대학은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얻기 위해 학벌을 얻는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렇다면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얻은 직업이나 직장에서 자아를 실현하는가? 많은 경우 일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이렇듯 삶의 어떤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삶을 수단화하는 모습은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삶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틈이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내달려온 것이 어른들의 삶이 그렇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살면 행복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부모가 되면 자녀가 인생의 목적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자녀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나 정작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핵심은 많이 결여되어 있다. 

즉, 행복 그 자체에 대해서는 가르치거나 몸소 보여주지 못한다. 부모의 삶 자체가 수단화 되어 있고, 행복은 그 언젠가를 위해 보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그냥‘일단’ 아이들을 경쟁의 대열에 밀어 넣는다. 부모들은 말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자녀를 닦달하는 것은 그 아이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 마디로 자녀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다. 그 행복은 특정한 의사와 같은 직업과 결부되어 있다. 그래서 어린 아이나 젊은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구체적인 직업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단기적인 목표이지 인생의 꿈이 될 수 없다. 목표는 어떤 시점에 실현 여부가 명확하게 판가름 된다.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라는 목표는 그 자격을 얻는 순간에 달성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직업을 목표로 삼고 매진한 사람들은 그것을 이루고 나서 공허함에 사로잡히기 쉽다. 더 이상의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한시적인 목표가 있었을 뿐 인생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꿈이란 무엇인가? 목표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적 같은 것이다. 공무원의 꿈은 이러이러한 도시를 만들고 싶다거나, 교사는 교실에서 어떤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꼭 그 자격을 얻지 않아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으로서 자기가 꿈꾸는 도시를 만드는 데 참여할 수도 있고, 학교 이외의 공간에서 아이들을 만나 배움의 즐거움을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반면에 그 꿈은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고 나서도 끝없이 추구하게 되는 목표이기도 하다.

핵심은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고단함 속에서도 느끼는 기쁨이다. 현재가 미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꿈은 그것을 향해 가는 여정 자체가 즐겁다. 현실에서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실현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