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동시이야기] 물 이야기
[융합동시이야기] 물 이야기
  • 광양뉴스
  • 승인 2024.02.04 16:46
  • 호수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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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신 동시작가
박행신 동시작가

4-2 5. 물의 여행

 

얼음에 찔리다

 

“아야!”

콩국수를 해 먹겠다고

얼음 덩어리를 조각 조각내다가

새끼손가락을 찔리고 말았어요.

 

얼른 약상자를 찾아

빨간 포비돈요오드액을 바르고 봤더니

날카롭던 얼음가시들이

어느새 무뎌지고 부드러워졌어요.

 

죄라도 지은 듯

눈물까지 내보이고 있었어요.

 

반성하는 그 마음이 고마워

설탕을 듬뿍 넣어주었어요.

 

 

꽁꽁 언 연못에 불을 피우자고?

“누나, 얼른 일어나 봐. 밤사이에 눈이 많이 왔어.”

그렇잖아도 일어나려던 참인데, 슬이가 내 방을 노크하며 호들갑들을 떨었다. 기지개를 켜고 거실로 나오니 밤새 내린 하얀 눈이 거실 창밖으로 환하게 비쳐왔다. 

벌써 아빠가 만든 눈길이 현관에서 집 밖까지 줄다리기 줄처럼 아담하고 가지런하게 나 있었다. 

“우리 눈사람 만들게 얼른 나가자.”

“햇볕이 비쳐 눈이 녹아야 잘 뭉쳐지니 그때 나가도록 해라.”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시던 엄마가 말씀하시는 사이, 아빠도 마당을 건너와 눈을 털며 현관으로 들어서셨다.

“눈이 제법 많이 왔더구나. 길을 내는데 애를 먹었구만.”

우리는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후다닥 치우고는 옷을 두툼하게 입고 털모자와 장갑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연못에도 밤사이 얼음이 얼고 눈이 도톰하게 쌓여 있었다. 

“연못이 얼었으면 물고기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혹시 얼어 죽는 게 아냐?”

슬이가 나를 뻔히 쳐다보며 물었다.

“뭐 얼어 죽기까지야 할까?”

나도 자신이 없어 얼버무렸다. 

“안 돼! 물고기들이 죽으면 안 돼!”

갑작스럽게 놀란 강아지처럼 소리를 치더니 급히 뒤뜰로 뛰어갔다.

“애, 너 어디 가니? 눈사람 안 만들거야?”

우리 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산을 집터로 깎아 다져 지은 집이었다. 집 뒤로 산이 연이어 있어서 계곡이 제법 깊었다. 여름 휴가철이면 그 계곡을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계곡은 우리 집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았고, 계곡 저 위에서 보를 막아 만든 농업용 수로가 바로 우리 집을 돌아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올봄에 그 물을 이용하여 집안에 연못을 만들었다. 농업용 수로에서 조그마한 물길을 만들어 연못과 이어 놓으니 물 걱정 없는 멋진 연못이 되었다.

연못은 이웃집 아저씨의 도움이 컸다. 포크레인으로 웅덩이를 파고 두터운 천막을 바닥과 헐어낸 흙벽에 깔았다. 그렇지 않으면 물이 잘 빠져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연못의 깊이는 내 무릎 위 허벅지까지 물이 찰 정도였지만, 축대를 쌓고, 바닥에 모래를 두툼하게 깔고 크고 작은 돌멩이와 자갈로 꾸며주었다. 수련, 물옥잠, 개구리밥, 검정말 같은 수생 식물도 심었다. 최대한 자연 상태의 모습을 만들려고 했다.

“나는 이 연못에 비단잉어와 금붕어를 키우고 싶거든. 니네들은 각자가 키우고 싶은 것들을 구해와서 키우면 좋겠지?”

엄마가 맨 먼저 비단잉어 치어, 금붕어 등을 사다 넣어주었다. 우리는 족대를 사와 계곡으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족대로 물고기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족대를 잡고 있고 슬이가 고기를 몰아온다고 설레발치고 다녔지만, 허탕이 더 많았다. 어쩌다가 한두 마리 잡히면 우리는 환성을 지르며 난리법석이었다. 결국 옷만 흠뻑 젖어 비 맞은 장닭처럼 후줄근해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렵사리 피라미며, 갈겨니, 버들치, 돌고기 같은 물고기와 다슬기, 우렁이, 가재, 무당개구리 등을 수시로 잡아 와 넣어주었다. 가끔 먹이를 넣어주기도 했다. 특히 작은 금붕어들이 몰려와 입을 동그랗게 빠끔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일단 연못 얼음 위에 쌓인 눈이라도 어떻게 치워야겠다고 걱정하고 있는데, 슬이가 거실 난로에 피우는 마른 장작을 한 아름 안고 낑낑거리며 눈을 걷어차고 왔다.

­“아니, 장작을 왜 가지고 오는 거야?”

“물고기들을 구하려면 빨리 얼음을 녹여서 따듯하게 해주어야 할 게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