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정원에서 도심 속 자연을 즐겨보세요”
“천강정원에서 도심 속 자연을 즐겨보세요”
  • 김호 기자
  • 승인 2024.03.17 10:47
  • 호수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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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은 한옥 고택 길가에 정원 꾸며
이끼로 뒤덮힌 돌 수곽, 보는 이마다 감탄
대한노인요양원 천강란 원장 손길로 조성
“입소어르신 및 시민들 위로·치유공간 기대”

이 시대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중에는 한번쯤은 은퇴 이후 고풍스런 주택과 그안에 아름다운 정원의 세컨하우스를 가꾸며 사는 삶을 꿈꿔 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풍 인테리어에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원 문화 보단 공원 문화가 더 익숙한 우리나라로선 눈요기할만한 정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정원은 높은 담 너머의 주택에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양읍에 누구나 아기자기하고 운치 있게 꾸며진 정원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힐링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눈길이 모아진다.

광양읍 목성리에 소재한 대한노인요양원(원장 천강란)에서 요양원 입소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감과 심리치료를 위해 조성해 놓은 일명 ‘천강(天康)정원’이 그곳이다.

△ 천강란 대한노인요양원 원장.
△ 천강란 대한노인요양원 원장.

‘천강정원’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정원을 조성한 천강란 원장의 이름을 인용한 것과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

이곳 천강정원은 지은 지 100년은 족히 넘은 한옥 고택을 중심으로 후원과 울타리 밖 대문을 사이에 두고 도로와 인접한 20여평으로 조성돼 있다. 

후원엔 장독대와 굴뚝, 감나무, 매실나무, 무화과 등이 식재돼 있고 도로 옆 정원엔 고택을 사이에 두고 소나무, 벽오동나무, 매실나무 등의 교목, 그리고 건너편 길가 정원엔 괴석과 소나무, 화살나무 할미꽃, 금낭화, 목단 등 친숙한 꽃과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곳 천강정원의 최대 자랑거리는 정원 중앙에 오랜 세월을 머금은 듯한 푸르른 이끼로 뒤덮인 4단으로 이어지는 돌 수곽(水廓)이라고 할 수 있다.

판타지 영화에서 봤음직한 이끼로 뒤 덮힌 돌 수곽의 조경은 이곳을 지나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천강란 원장은 “요양원에 정원을 조성하게 된 이유는 요양원 입소 어르신들에게 쾌적한 환경과 심리적인 안정,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며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이곳 어르신들이 쾌유하시길 바라는 마음과 방문하시는 보호자들의 마음까지 배려할 수 있는 식물들을 선택해 식재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정원이 도로가에 조성돼 있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이 길을 지나가는 분들에게도 멋진 볼거리가 됐는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최근에는 방송에도 소개되는 호사도 누렸다”고 웃어보였다.

천강란 원장은 “지금 생각해 보면 삭막한 도심 건물 속에 자리한 저희 천강정원이 도시재생 사업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며 “요양원 이미지에서 탈피해 지역민들과 서로 가까워지고 친숙한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천 원장의 이 같은 지역사회를 향한 배려와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노인요양원 천강정원이 가꿔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웃 주민들이 너나없이 작은 자투리 공간에 꽃도 심고 나무도 심으면서 이 골목은 아름다운 ‘정원의 거리’로 변화해 가고 있다.

천강란 원장은 “출산율 저하와 인구 소멸로 인해 빈집들이 자꾸 생겨가는데 이곳 골목은 마치 도시재생을 한 것처럼 활기가 넘치는 골목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며 “봄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수 많은 봄꽃들이 피어나면 요양원 어르신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소통과 위로, 치유공간으로 자리잡길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