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뽀] 제23회 광양매화축제 ‘체험기’
[현장 르뽀] 제23회 광양매화축제 ‘체험기’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3.17 13:20
  • 호수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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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 만족시키기는 어려웠지만
다양하고 획기적인 방안 제시 ‘노력’
‘가장 많은 변화’ 이룬 축제 ‘평가’

지난 8일. 전국에서 가장 빠른 꽃 축제인 매화축제가 23번째를 맞았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매년 봄이면 돌아오는 매화축제는 광양시의 자랑이었지만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자 자연스레 축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결국 교통난, 바가지요금 등 축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광양시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해마다 교통 대책을 고심하고 콘텐츠를 찾아내기 바빴다. 축제장을 찾은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긴 어렵겠지만 광양시는 올해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축제라는 평가다.

23회차를 맞이한 광양매화축제.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축제의 변화상을 직접 겪어온 <광양신문>이 직접 축제장을 찾았다. <편집자주>

 

△ 차 없는 축제장에 발길 가벼운 관광객.
△ 차 없는 축제장에 발길 가벼운 관광객.

축제장에 차가 없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량 통행이다. 올해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친환경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 개최 이래 최초로 차 없는 거리를 시도했다. 

축제장 내 일반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일반차량은 둔치주차장, 대형 버스는 섬진주차장 및 도사주차장을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둔치주차장에서 축제장까지는 약 2km 가량 떨어져 있어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섬진강변에는 맨발걷기 길 1km가량을 조성하고 이벤트를 진행해 관광객들이 걸어서 축제장을 찾도록 유도했다. 

이런 과감한 조치는 상반된 반응을 불러왔다. 우선 긍정적인 효과는 축제장이 번잡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축제장 인근 공간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한층 한가하고 안전해졌다. 더불어 안전사고도 줄었다. 매번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이면서 연출되던 아찔한 장면도 없어졌다. 실제로 섬진강과 축제장 앞 도로에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관광객들도 다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에는 진입 차량과 진출 차량, 셔틀버스가 신원교차로에서 맞물리며 과도한 병목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 축제장 검표소 입구.
△ 축제장 검표소 입구.

축제장 유료화 효과

두 번째로 달라진 점은 축제장 유료화였다. 가장 매화를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청매실농원 및 주축제장 진입을 위해선 50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대신 축제장에서 사용가능한 축제상품권으로 전액 환급됐다. 

상품권은 축제장 내 허가부스, 다압면 소재 상점(식당, 카페, 숙박 등), 수산물유통센터, 중마시장 등에서 사용가능하다. 

△ 옛날 도시락.
△ 옛날 도시락.

광양시는 상품권 가격인 5000원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이 중에서도 관광객들의 인기를 끈 것은 바로 ‘옛날 도시락’이었다. 달걀 프라이와 소시지, 무생채, 멸치볶음에 광양 매실장아찌를 함께 담아낸 도시락은 연일 일찌감치 완판이다.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오후에는 맛보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매실 주산지인 만큼 매실을 이용한 아이스크림이나 하이볼 등도 인기가 높다. 상품권 금액보다 낮은 금액을 사용할 경우 잔액 반환이 되지 않아 일부 관광객들의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 사군자 테마관(광양 매화·신안 난·함평 국화·담양 대나무).
△ 사군자 테마관(광양 매화·신안 난·함평 국화·담양 대나무).

사군자 테마 축제…매난국죽 

광양시는 이번 축제 차별화를 위해 4개 시·군과 화합하고 전국 축제화에 나섰다. 지난 8일 매화축제 개막식에서 광양시(매화)를 포함해 신안(난), 함평(국화), 담양(대나무) 등과 사군자 테마축제 협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매란국죽은 춘하추동 각 계절을 대표하는 식물로 모진 계절의 변화에도 의연히 제 본분을 지키는 모습이 고결한 선비 같다 해서 사군자라 일컬어진다. 

축제장에서 매화마을로 향하는 중앙에 2개의 테마부스를 설치하고 한 곳에는 사군자와 관련한 작품을 전시했다. 다른 한 곳의 부스에서는 ‘나도 서예가’ 코너를 만들어 무료로 서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색다른 보라색 부스에 관광객들은 호기심을 보였고 서예 체험은 꽤나 인기를 끌었다. 관광객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글귀를 적어 가져가면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협소한 공간 탓에 전시된 작품이나 조형물 등 볼거리가 많지 않아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사군자를 의미하는지 알기 힘든 점은 아쉽다는 평이다. 

 

△ 본 행사장에 가기위해 둔치주차장에 길게 늘어선 셔틀버스 대기자들.
△ 본 행사장에 가기위해 둔치주차장에 길게 늘어선 셔틀버스 대기자들.

여전한 교통체증, 불법 야시장

축제 다변화를 위한 여러 시도가 호평을 받았지만 일부 교통과 불법 야시장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단 셔틀버스 이용을 위한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셔틀버스 탑승을 위해선 둔치주차장에서 40여분, 축제장에선 50여분은 대기해야 했다. 축제장으로 향하는 길은 도보로 어렵지 않았지만 매화를 구경한 이후에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아울러 교통 방향 통제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둔치주차장을 이용하기 위한 차량들이 엉키며 상당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구례 방향에서 진입하는 일반 차량이 모두 하동으로 우회하는 점을 고려해 둔치주차장 가운데쯤 셔틀버스 승하차장을 만들어 양방향 진출입이 가능했다면 교통량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차량이 주차장을 나가기 위해서도 긴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신원교차로는 셔틀버스와 나가는 차량, 진입 차량이 한데 모이면서 주말이면 주차장에서만 한 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 단속 강화에도 들어선 ‘야시장’
△ 단속 강화에도 들어선 ‘야시장’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허가 부스 내에서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제공하고 가설 건축물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불법 야시장은 여전했다. 이들은 파전 2만원, 벚굴 개당 1만원 등 높은 가격에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또 가족과 함께 찾는 축제장에서 낯뜨거운 농담을 내뱉는 각설이 공연도 여전했다. 

시는 불법 가설건축물 200여동에 대해 계고장을 발부 및 고발 조치까지 예고하고 나섰지만 강제 철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이용해 버젓이 영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토지를 임대해 준 일부 주민들은 ‘사유지에 대한 권한 침해’라며 연일 집회를 벌이면서 축제장을 찾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점은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