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알면 화해의 장 열리리니”
“진실을 알면 화해의 장 열리리니”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3 07:01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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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57주기, 첫 합동위령제 광양서 열어
 
“여순사건은 삭제당하고 침묵하는 당시의 역사를 오늘에 깨워 살리는 일이다. 역사의 아픈 울타리를 걷어내고 암울했던 벼랑 끝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염원이 무엇이며,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성찰의 역사이다. 상생과 평화, 그리고 인권을 위한 과거청산의 길에 다가서는 길이다.”
19일 오전 11시 광양읍 유당공원. 이날 이곳에서는 ‘진실과 화해를 위한 여순사건 57주기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1948년 여순사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합동위령제가 광양에서 열린 것이다.


이날 위령제는 지난 5월 3일 국회에서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과거사법)이 통과된 이후 전남동부 6개 지역 유족회와 29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구성한 여순사건57주기추모사업위원회가 지난 1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계획한 7개의 공동사업과 12개의 지역별 추모사업 중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중심행사로 준비됐다.
이날 유당공원에는 추모사업위원회가 설치한 여순사건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과 그림, 만장뿐 만 아니라 당시의 억울한 희생을 상징하듯 유가족들이 소복을 차려 입고 나온 가운데 민중가요가 흐르면서 사뭇 비장한 분위기가 흘렀다.
광양향교 유림들이 집사한 위령제는 이성웅 광양시장이 초헌관, 남기호 의장이 아헌관, 장준표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의장을 비롯한 각 지역 유족회 대표들이 종헌관을 맡아 차례로 영령들을 위로하는 제례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기독교계의 엄인영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 불교계의 현능 광양보광사 주지스님, 원불교계의 광양교구 이선묵 지구장 등의 종교의식에 따른 위령제가 어어졌다.


2부 추모식은 강석태 광양참여연대 대표의 여순사건의 개요문 낭독, 공준모 광양유족회장의 인사말, 민점기 광양민중연대 상임대표의 추모시 낭독, 각계 인사들의 추모사, 민중가수 문희원씨의 추모노래, 추모굿으로 해원상생굿과 정봉철씨의 제주신방 공연, 분향 및 헌화 순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이날 이영일 여순사건 57주기 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전남동부지역 자치단체와 주민에게 권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는 민족해방 60주년, 을사늑약 100주년, 또한 민족사의 비극, 민족해방의 격동사인 여순사건이 발발한 57주기이기도 하다.  반세기가 훨씬 넘게 살아온 유족들도 이제야 그토록 염원하던 민족구성원으로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난 5월 3일 제정된 여순사건을 포함한 과거사법이 그것이다. "

"이를 통하여 우리는 예속과 전쟁, 분단과 증오로 점철된 시대를 마감하고 통일과 평화, 진실과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매년 10월만 되면 우리 전남동부지역공동체는 57년 전의 어혈을 풀지 못한 고혼들을 애써 외면한 채 역사의식이 부족한 축제다 뭐다 하면서 유족들에게 또 한 번 고통을 안긴다. 지역공동체는 지역의 역사와 함께 해야 한다. 4월의 제주가 그렇고 5월의 광주가 그렇듯이 10월의 전남동부지역의 자치단체와 시민들은 10월 한 달간만이라도 57년 전의 우리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 동참하길 진정으로 권한다."
 
"여순사건의 진상구명과 피학살자들의 명예회복은 지역공동체성을 회복할 뿐 아니라 찢겨진 인권의 회복과 더불어 제대로 된 민족 현대사의 복원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지역공동체 모두의 동참을 거듭 촉구한다”
 
▨여순사건은

제주도 봉기 진압명령 거부 
여수14연대 하사관들 봉기

1948년 10월 19일 저녁,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14연대가 당시 남한만의 단독정부수립을 위한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봉기를 진압하라는 이승만정권의 명령을 거부하면서 봉기를 일으켰다. 14연대 하사관들이 주도한 봉기는 여수와 순천을 점령했고 곧이어 전남동부전역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진압군이 즉각 투입되어 순천은 23일, 여수는 27일에 완전히 진압되었다. 진압군에 쫒긴 14연대 봉기군들과 지방좌익세력들은 백운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가 빨치산 투쟁을 전개했다. 여순사건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아무런 재판도 없이 국민학교 운동장이나 해안절벽, 산기슭에서 죽어갔다. 누가 죽였는지, 누가 죽었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1만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
 
▧이영일 여순사건 57주기 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의 말

               “자치단체 57년 전 아픔에 동참해야”
이날 이영일 여순사건 57주기 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전남동부지역 자치단체와 주민에게 권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는 민족해방 60주년, 을사늑약 100주년, 또한 민족사의 비극, 민족해방의 격동사인 여순사건이 발발한 57주기이기도 하다.  반세기가 훨씬 넘게 살아온 유족들도 이제야 그토록 염원하던 민족구성원으로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난 5월 3일 제정된 여순사건을 포함한 과거사법이 그것이다. "

"이를 통하여 우리는 예속과 전쟁, 분단과 증오로 점철된 시대를 마감하고 통일과 평화, 진실과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매년 10월만 되면 우리 전남동부지역공동체는 57년 전의 어혈을 풀지 못한 고혼들을 애써 외면한 채 역사의식이 부족한 축제다 뭐다 하면서 유족들에게 또 한 번 고통을 안긴다. 지역공동체는 지역의 역사와 함께 해야 한다. 4월의 제주가 그렇고 5월의 광주가 그렇듯이 10월의 전남동부지역의 자치단체와 시민들은 10월 한 달간만이라도 57년 전의 우리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 동참하길 진정으로 권한다."
 
"여순사건의 진상구명과 피학살자들의 명예회복은 지역공동체성을 회복할 뿐 아니라 찢겨진 인권의 회복과 더불어 제대로 된 민족 현대사의 복원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지역공동체 모두의 동참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