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문제 지방선거 쟁점화 할 것”
“미군기지 문제 지방선거 쟁점화 할 것”
  • 광양신문
  • 승인 2006.10.16 15:02
  • 호수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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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장
3월 4일 경제청 앞에서 출범식 및 범시민 결의대회 예정 ‘주한미군기지이전반대광양만권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지난달 25일 오후 4시 광양시청 회의실에서 범광양만권 자치단체에 활동하는 123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한가운데 회의를 갖고 대책위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대책위가 구성됨으로써 “주한미군이 기지이전을 하고자 하면 군수화물 유치를 통한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됐다.지난해 12월 13일 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에 의해 처음으로 주한미군 광양항 이전 검토설이 ‘발설’된 뒤 ‘미군기지는 안 된다’고 앞장서 외쳐온 이충재(37)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장. 사실 ‘광양만권범시민대책위’는 그의 용기와 줄기찬 노력으로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 광양민중연대를 주축으로 대책위 결성을 준비해오는 과정의 중심에 그가 서 있었다.그에 의해 미군기지 이전문제는 광양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양만권 전체 시민들의 문제가 됐다. 공무원 신분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대책위 집행위원장까지 맡아 주한미군 이전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이충재 지부장을 만나 앞으로 주한미군기지 이전반대 투쟁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공무원임에도 123개 단체 참여한 ‘대책위’ 집행위원장으로서 주한미군 이전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데…

‘공무원이기 때문엷 중심에 서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광양항에 주한미군이 들어오게 되면 ‘광양항’을 발판으로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 발전해나가겠다는 광양시민들의 유일한 희망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의 본질을 알면서도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나 스스로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게 나의 정체성이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리고 공무원노조를 이끄는 지부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광양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찬밥 더운밥을 가리지 말자는 식의 발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 광양항은 앞으로 매년 광양시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백 청장은 왜 이를 가로 막으려 하는가? 무역항으로 커 가려는 광양항의 앞날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 광양만권 전체 시민사회단체가 폭넓게 참여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백 청장이 이를 제대로 바라보길 바란다.

▲백 청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군 군수화물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머스크씨랜드와 에이피엘(APL) 등 메이저 국제선사를 광양항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부정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새로운 거점을 찾아 나선 미국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개항 초기 광양항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받는 것(양질의 군수화물)이 있으면 내어주는 것(정비창으로 쓸 부지)도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주한미군은 이미 8번이나 광양항을 통해 군수화물을 들여왔다고 들었다. 그때 우리는 한번도 반대하지 않았다. 군수화물이 광양항을 통해 흐르는 것은 우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군수기지가 광양항의 배후를 차지하고 앉게 되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이다.

기지는 광양항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 막고 시민들에게 불행한 일을 안기는 씨앗이 될 수 있다. 광양항 활성화를 왜 군수화물에 기대려 하는가? 광양항 배후단지를 화물창출 단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올해부터 시작됐다. 백 청장 역시 국내외 물류기업을 유치하는 데에 자신의 역할을 집중해야 한다. 임기 안에 성과를 내려는데 집착하지 말라! 최선을 다한다면 그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시민들은 탓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 달라.

▲최근 백 청장은 이성웅 시장과 통화에서 ‘노-프로파일’이라고 밝혔다. 그 뜻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즉 누가 뭐라고 해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는 뜻이었다. 상대가 대응하지 않으면 힘이 빠질 수도 있는데…

내가 시장님에게서 듣기론 ‘노-프로세스 파일’이라고 했다.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덮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백 청장의 참 뜻이 그렇다면 또 문제가 달라진다. 백 청장이 시장에게 ‘노-프로세스 파일’이라고 밝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중단’을 선언하고 독단적으로 이를 추진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반드시 사과를 받아낼 작정이었다. 공식적인 사과 없이는 어떤 것도 공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단’이 아니라 ‘무대응’이라면 안으로 조용히 추진하든지 아니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기관의 책임자로서 무책임한 자세다. 백 청장이 진정으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해임’을 목표로 싸울 수밖에 없다. 그만한 물류전문가를 구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인정하지만 불행의 싹을 키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백 청장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결성회의 때 출범식을 겸해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는데 어떻게 하나

3월 4일 출범식과 범시민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회 장소를 시청으로 할까 생각했는데, 백 청장이 포기하지 않았다면 경제청 앞에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대회에는 광양 17개단체, 순천 37개 단체, 여수 46개 단체, 남해ㆍ고흥ㆍ구례지역 9개 단체, 그 외 지역 14개 단체 등 광양만권과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폭넓게 참여할 예정이다. 백 청장이 공식적으로 포기를 선언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할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지방선거에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기지이전에 대한 찬반입장을 묻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펼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좀더 논의해보겠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선거쟁점화가 아니라 괜한 불씨를 하루빨리 완전히 없애고 광양항의 정상적인 발전과 활성화에 온 시민의 힘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더 이상 이 문제로 시민사회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백 청장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입력 : 2006년 02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