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물 건너갔다” 내년 1월 28일 선거준비
“합병 물 건너갔다” 내년 1월 28일 선거준비
  • 광양신문
  • 승인 2006.10.20 19:50
  • 호수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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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 ‘4개 농협 합병추진위원회’ 정병춘 위원장
■ 현장인터뷰 - 진월ㆍ다압농협 합병추진, 조합장 선거 앞둔 옥곡농협은?
동부지역 4개 농협을 하나로 합병시켜야 한다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9월 초순, 가칭 ‘4개 농협 합병추진위원회’(위원장 정병춘ㆍ옥곡ㆍ60)를 구성해 동부지역 4개 농협의 동시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 추진위원회는 조합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 출범한 추진위원회가 아니라 조합장과 일정한 대립관계를 형성하면서 모인 자생적인 추진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각 조합장들이 합병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조합장들이 합병 추진에 나서도록 촉구하기 위해 4개 면 각 지역마다 1인씩 추진위원(옥곡 이선재ㆍ진상 서대석ㆍ진월 서무열ㆍ다압 서인호, 총무 옥곡 박종대)이 모여 구성됐다.

이들은 합병의 시너지 효과, 즉 줄어드는 3명의 조합장들 인건비와 합병을 할 경우 농협중앙회와 정부가 지원해주는 무이자 자금 등의 인센티브를 활용해 보다 건실한 경영을 할 수 있고, 또한 경영규모를 키워 보다 많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농협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동부지역 4개 농협 중 내년 초 일제히 조합장 선거를 치르게 돼 있는 옥곡, 진월, 다압농협의 선거일정(진상농협은 지난 2월 선거를 치름, 진상농협은 독자생존의 길을 확고히 하고 있음)이 잡히기 전에 합병의 기본협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랐지만 그 결과는 진월, 다압농협만이 합병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럼, 옥곡농협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들 추진위원회의 중심 세력이 옥곡에 있었고 이들이 가장 압박을 가했던 옥곡농협은 진월, 다압농협의 합병과정에서 외면을 당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조합장들, 그리고 이들 추진위원들이 말하는 전후사정을 들어보면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우선 진월, 다압농협이 내세우는 입장은 옥곡농협이 자신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건실하지 못한 조합을 싸안으면 부실화될 위험성도 있고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실익이 적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실익이 없는 합병은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옥곡농협이 통합을 원한다면 흡수합병을 받아들이라는 투로 임하고 있다.

하지만 옥곡농협의 입장에 서면 이런 투의 합병제의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서재연 옥곡조합장은 두 조합 간 합병추진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 뒤 곧 진월조합장과 다압조합장에게 3개 농협이 함께하는 합병논의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으나 두 조합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런 한편, 옥곡농협은 합병문제에 관한 의견차이 때문에 조합장과 가칭 추진위 사이에 심각한 갈등 양상이 빚어져 내홍을 겪고 있다.
이것 또한 3개 농협의 합병논의를 순조롭지 못하게 한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옥곡농협은 이사 6인 감사 2인이 임원이다. 옥곡농협은 지난달 25일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 심의를 위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합병을 강하게 주장해온 이사들이 8천~9천여만원에 이르는 조합장의 연봉을 절반으로 깎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합병테이블에서 대등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건실한 경영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내년부터 조합장의 연봉을 50%로 삭감하고 20만원인 이사들의 회의수당과 7만원인 대의원의 회의수당도 전액 삭감하거나 절반씩 깎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사회 도중 조합장과 이를 주장한 이사들 사이에 옥신각신 다툼이 일어났고 조합장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간부회의를 주재해 이사들의 이 같은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회의에 붙이는 일까지 이어졌다. 간부회의에선 이들 이사들의 주장이 그대로 먹히지 않았다. 간부회의를 통해 조합장이 정리해 올라온 내용은 직원들의 상여금 일부와 조합원 지도사업비, 조합장 연봉 400만원, 이사와 대의원들의 수당을 절반 이상 깎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조합장과 맞섰던 이사들은 “조합장의 자발적인 희생을 요구했지 조합원 지도사업비나 직원들의 상여금을 깎자는 얘기는 아니었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옥곡농협은 사흘 뒤인 28일 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들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대의원총회에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이 같은 주장을 조합장이 수용하지 않으면 이사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치고 나갔다.
결국 대의원총회는 조합장을 지지하는 한편의 이사들이 주도해 통합추진 이사들이 올린 안도, 조합장이 직원회의를 거쳐 올린 수정안도 아닌 당초 처음 이사회에 올린 원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4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가 그 자리에서 사퇴서를 제출하고 사퇴해버렸다. 이날 사퇴한 4명의 이사 중에 1명은 3일 뒤에 사퇴를 번복하고 철회했다.

이 사건은 서재연 조합장과 이들 비토적인 이사들 간에 극도의 감정대결로 비화되고 있다. 이 일 이후로 조합장은 추진위가 괜히 설치는 바람에 오히려 합병추진 외교를 어렵게 만들어버렸다고 비난하고 있고, 사퇴한 이사들은 조합장이 자기 욕심에 차서 합병을 방해했다며 비난하는 내환으로 치닫고 있다.

이리하여 동부지역 4개 농협의 합병 문제는 옥곡농협이 내년 1월 28일 독자적인 선거를 치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진월농협과 다압농협만의 합병 추진으로 거의 굳어지고 있다. 진월과 다압농협은 오는 2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제 동부지역 4개농협 합병문제는 진월과 다압이 하나의 조합으로 합병된 뒤 옥곡, 진상농협과 각각 합병을 재추진하는 구도로 가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병춘 가칭 4개 농협 합병추진위원장 또한 “옥곡농협이 이번 진월, 다압농협 합병호에 승선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이제 우리가 농협합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조합장 선거에서 현 조합장과 경합할 수 있는 후보를 물색해 당선시키는 일 뿐”이라면서 “누구든지 조합장 당선 후 1년 이내 합병 성사, 조합장 연봉 50% 삭감을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는 후보를 물색해 단일후보로 내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입력 : 2005년 12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