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영동 궁도클럽 백운정
광영동 궁도클럽 백운정
  • 이성훈
  • 승인 2006.10.20 13:54
  • 호수 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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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는 짜릿함을 아시나요?
#[우리지역 생활체육동호회 탐방 <10>] - 궁도6개클럽 144명 회원 활동◇백윤주광양시생활체육협의회 , 궁도연합회장궁도와 양궁은 다르다‘한국 양궁의 신화’ 올림픽 하면 우리는 당연히 양궁을 떠올리게 된다. 궁도(활쏘기)는 과거에 양반 자제가 반드시 익혀야 할 필수과목이었을 정도로 특정 계층의 운동이었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인식되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양궁 선수들이 감격을 안겨준 덕택에 궁도 역시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각종 사극에서 활 쏘는 모습이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궁도의 대중화에 한 몫을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고유의 궁도(국궁)가 서양에서 들어온 양궁이 같은 활인 줄 알고 있으나 활을 쏜다는 것만 제외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궁도는 145m의 과녁을 향해 똑바로 서서 활을 쏘지만, 양궁은 훨씬 짧은 90m(여자 70m) 과녁 앞에 비스듬히 옆으로 선다.

궁도는 또한 과녁 어디를 맞혀도 점수가 같지만 양궁은 맞힌 부분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고, 보호 장구가 많은 양궁과 달리 국궁은 그냥 맨몸으로 활터에 나서는 것도 다르다. 올림픽 덕택에 양궁이 많이 알려졌지만 양궁 인구는 전국에 약 1500명인 데 비해, 국궁 인구는 열배 이상 많다.

일반인들이 즐겨 찾는 것은 올림픽 금메달을 휩쓴 양궁이 아니라 우리 전래의 활인 각궁이나 개량궁이다. 활터들이 대부분 도심이나 근교의 명승지에 자리 잡아 접근이 쉬운 데다 연령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더해져 인기를 얻고 있다.

온몸과 정신으로 하는 운동

궁도는 흔히 양팔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신운동이다. 활을 쏘려면 상체와 하체가 단단히 고정돼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활시위를 당기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근육이 긴장하고 놓으면 이완돼 혈액순환에 좋다.

또한 약 145m 거리에 있는 과녁을 맞히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하다.

자세교정에도 탁월한 운동이 궁도이다. 궁도는 항상 올바른 자세와 균형을 요구하므로 척추를 신장하고 가슴을 튼튼히 하며 언제나 옳고 바른 자세를 갖는 태도와 습관을 기른다. 궁도는 또한 체력 부담이 적고 나이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가족과 함께 활을 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전국대회 유치해야

광양시생활체육협의회 궁도연합회(회장 백윤주)에 따르면 현재 광양에는 광양읍 유림정을 비롯, 비봉정 등 총 6개의 궁도장이 있다. 이곳에서 궁도를 즐기고 있는 회원(사원)은 144명. 이중 유림정에 사원이 51명으로 가장 많다. 백윤주(68) 회장은 “광양에는 읍면동별로 고루 궁도장이 있으나 인구에 비하면 모자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6개 궁도장에서 전국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곳은 유림정과 백운정 두 곳이다.

백 회장은 “순천, 구례, 고흥 등 주변 시군에서는 해마다 전국궁도대회를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데 광양은 지금까지 한번 밖에 대회를 치르지 않았다”며 “내년에 전국대회를 추진 중에 있으나 해마다 대회를 개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대회를 치르면 약 3천명이 3일정도 머무른다”면서 “대회를 자주 치러서 광양의 위상도도 높이고 지역경제도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뜨거운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 오후 광영동 백운정(회장 백용웅ㆍ궁도에서는 회장을 사두(射頭)라는 명칭을 쓴다) 궁도장.

백운정 소속 궁도회 궁사들이 사대(射臺)에서 힘차게 시위를 당겼다. ‘쌩~쌩’ 시위를 떠난 화살이 폭염을 가르면서 과녁에 꽂혔다. 활쏘기에 매료된 백운정 회원(사원)들은 매일 오후면 어김없이 궁도장을 찾아 건강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육안으로 봐도 매우 멀리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게 된다. 사대에서 144m떨어진 과녁까지 거침없이 화살은 날아가더니 그대로 명중한다. 백운정 회원들의 팔뚝을 매만져 보니 단단한 근육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특히 60대 이상된 사원들의 팔뚝은 여느 젊은이 못지 않은 강인함을 자랑했다.

“이게 다 국궁을 배운덕에 가질 수 있었던 근육”이라며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내친 김에 활을 만져본후 시위를 잡아당겼다. 처음 잡아봐서 긴장된 탓일까. 시위는 제대로 당겨지지 않았다. 백용웅(64) 사두는 “처음에는 시위 잡아당기는 것조차 매우 힘들다”며 “활시위를 놓으면 팔뚝에 상처 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시위를 놓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한번 더 당겨봤으나 여전히 몸에 힘만 잔뜩 들어간채 영 폼이 나지 않는다. “기본기만 철저히 배우면 저멀리 과녁도 명중할 수 있을 것이다”며 백 사두는 넌지시 격려했다.

백운정에는 현재 32명의 사원이 있다. 가장 젊은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궁도가 체력부담이 적은 관계로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활을 쏘는 즐거움을 사원들은 즐기고 있는 것이다. 백운정은 지난 1992년 전국궁도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을 비롯, 2001년 문광부 전국남녀궁도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여러 대회에서 입상 경력을 가진 탄탄한 궁도 클럽이다.

이들은 수상의 기쁨을 사원들끼리만 나눈 것이 아니다. 대회때 받은 상금으로 경로당과 초등학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등 이웃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백용웅 사두는 “수상 당시 지역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사원들과 협의해서 이웃돕기를 하게 됐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활을 쏜지 16년 됐다는 김창현(70)씨는 “궁도는 무엇보다도 예를 가장 중시하는 운동이다”며 “회원간 인격존중은 물론 연장자에 대해서는 깍듯이 대해 주는 운동이 궁도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궁도의 원칙 중에 ‘쏘아서 맞지 아니하면 자신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살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과 함께 정신 집중을 요하는 전신운동이다”고 덧붙였다.

사원중에 가장 나이가 적다는 박장호(33)씨는 “건강을 위해 1년전 궁도를 처음 배우게 됐다”며 “처음에 지루한 감도 있었으나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묘한 쾌감이 있다”고 끝없이 자랑했다. 그는 “궁도는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힘을 실어야 하므로 상당한 운동량이 된다”며 “궁도를 배운 뒤로 허리 통증도 완화되는 등 건강에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활을 쏜다는 박씨는 특히 “아버지와 함께 운동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더욱더 좋다”며 “활이 과녁에 명중할때의 짜릿함은 어떤 운동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매력이다”고 칭찬했다.

백용웅 사두는 “활을 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특히 노인들의 경우 잔병치유에 효과가 있다”며 “궁도를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면 스트레스 해소와 친목도모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사두는 이어 “화살은 자칫하면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연습 또는 경기중에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된다”며 “이것만 잘 지키면 궁도는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백운정 사원들은 한바탕 활쏘기가 끝나면 종종 함께 모여 세상사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끈끈한 우정도 다진다. 또한 전국대회를 대비하여 끊임없이 시위를 당기고 있다. “활은 한번 잡으면 평생 놓을 수 없습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이 시위를 떠날 때 손끝에 느껴지는 짜릿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궁도에 대한 예찬은 날아가는 화살만큼이나 짜릿하다.
 
입력 : 2005년 0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