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또 단풍을 맞으며…
이가을 또 단풍을 맞으며…
  • 백건
  • 승인 2006.11.15 23:40
  • 호수 1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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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자락 단풍의 자태
올해 단풍은 여느해 같지 않다. 더위가 오래가고 가뭄이 심했던 탓인지 형형색색 해야 할 단풍이 그리 곱지 않기 때문이다.

단풍이 채 물들기도 전에 잎이 말라 떨어진 느낌이다. 그저께 백운산 자락으로 단풍 촬영에 나섰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봉강면 성불사에서는 스님들이 낙엽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릴 적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마른 낙엽보다 젖은 낙엽을 찔끔대는 눈물과 함께 태울 때가 더 가을 냄새가 났었다.
 
젖은 낙엽을 태우다 보면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누군가에게 가슴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진다.
 
가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가을은 충동의 계절이고 사랑을 털어놓고 싶은 계절이다.

남모르는 괴로움이 있으면 여자는 친구를 만나서 떠들고 남자는 골방에 처박혀서 혼자 뒹굴고 고민하다 지쳐서 쓰러진다. 그래서 여자의 우울은 슬프지만 남자의 우울은 괴롭다. 슬프고 괴로운 우울은 가을이 되면 특별한 충동이 된다.

가을의 충동이 시작되면, 바쁘고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느라 잊어버렸거나 빼앗긴 것들이 생각나 걷잡을 수 없이 서글프고 허전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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