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결혼중개·브로커 활개, ‘멍드는 코리안 드림’
불법 결혼중개·브로커 활개, ‘멍드는 코리안 드림’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9.04 08:49
  • 호수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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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출 비리 근절…현지 정부와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사례 1. 태국서 3년 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티파폰(35)씨는 계약이 연장된다면 한국에 남기를 원한다. 태국보다 임금이 높은 한국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그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집도 짓고 상가를 지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싶어 한다.  
 
사례 2.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타나폰(33)씨도 음식과 문화가 낯선 한국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게 꿈이다. 단속을 피해 숙소를 옮겨 다니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고국을 떠나올 때 집을 새로 지어주겠다는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녀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기숙사 생활이 어렵다. 이렇다보니 생활비도 만만찮게 들어가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태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들어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한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건넨 빚도 빚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의무감에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15개국과 인력송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각 나라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지사를 두고 송출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인력공단에서 모든 것을 관리할 수가 없는 한계가 있다. 베트남의 경우 각 성(우리나라의 도 수준)마다 위탁해 예비테스트를 치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주변 8개 성 중 4개는 가까이 있어 인력공단에서 가끔 둘러보지만 나머지 4개는 너무 멀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은 전국 54개성에서 예비테스트를 거치다보니 각종 부정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에서는 베트남 정부에 예비테스트를 없앨 것을 최후 통첩한 상태이지만 베트남 측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주 노동자 절박한 심정 악용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이런 심정을 악용해 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존재하는 것이 송출국가의 현실이다. 브로커들은 “한국에 빨리 갈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며 시험에 통과하고 기다리는 마음을 악용해 돈을 뜯어낸다.
문제는 브로커들이 과연 한국으로 빨리 갈 수 있게 조치를 취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노동자들이 자기가 돈을 써서 일찍 들어온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현지 관계자는 “과연 브로커들이 돈을 써서 빨리 들어오는 것인지, 한국에서 운 좋게 일찍 선발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곽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태국지사장은 “태국 내 27개의 사전교육기관 중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은 단 1곳뿐”이라며 “전국에 산재해 있는 민간기관은 사실상 지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송출비리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 올해는 그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현지 정부가 송출비리 문제를 일반적으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지인웅 한국산업인력공단 베트남 하노이 지사장은 “베트남 사회에서 일반화된 커미션 문화가 한국행 노동 이주를 왜곡하는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비시험 단계부터 3백∼1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금전이 거래, 송출비리 근절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불법 결혼 중개업 극성
 
베트남은 지난 2006년 중매 국제결혼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아직도 불법 결혼정보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다. 불법 결혼정보업체들은 한국에 본사를 두고 베트남쪽 인력공급책과 연결돼 있다. 베트남쪽 인력공급책, 일명 왕마담은 각 마을별로 돌아다니며 직접 여성들을 모집하는 새끼마담을 거느리며 하노이와 호치민 시내에 숙소를 지정해 마을에서 데려온 여성들을 합숙시키기도 한다.

공동기획취재단 취재 결과 불법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시집온 경우 신부측에서 돈을 건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에 사는 한 결혼이주여성은 5년 전에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남편이 사준 패물을 왕마담에게 다 빼앗겼다고 한다. 그는 “패물을 잠깐 맡아준다고 말하고 돌려주지 않았다”며 “한국으로 오기 전 왕마담을 만나 패물을 돌려 달라고 말했으나 ‘한국으로 가기 싫냐?’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이 지나 남편에게 말해 그 왕마담을 수소문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남성들도 브로커들에 의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인천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A씨는 4년 전 결혼정보업체에 1200만원이라는 전 재산을 털어 지금 부인과 결혼했다. 그는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300~400만 원 정도는 부인의 친정집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지난해 베트남 처가에 부인과 함께 다녀왔는데 처가에서 받은 돈은 5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중개업소의 횡포에 결혼 이민자나 한국 남성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지 정부와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송출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이들이 한국서 차별받지 않고 우리나라 산업의 한 축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우선 불법체류를 양산하고 한국에 오기 전부터 빚을 지고 들어오는 송출비리부터 근절해야 한다. 송출비리는 우리나라 정부와 인력을 송출하는 현지 정부가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야만 가능하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현지 정부는 브로커들이 개입할 수 없도록 사전취업교육기관 수를 줄이는 등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제도적,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현재 한명의 상주인력으로는 원만한 송출업무를 보기 어렵다. 현지 모니터링과 감시역할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부터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봉구 대전 외국인 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 소장은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 등을 손질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와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이는 결국 이들을 위한 일인 동시에 우리를 위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